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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유통 한지 10장 중 9장은 수입한지

전주한지 본고장 무색...지금 필요한 건 보존 방안과 판로

등록|2008.01.06 17:58 수정|2008.01.06 17:58
전북 도내 지역 산업들이 산업화와 개방화 등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갈수록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지역 산업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활성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조차도 버거움이 많은 상황이다.

정부와 행정기관의 지원 역시 대부분 쌀과 원예·특용작물로 집중되면서 이들 지역산업들은 외면시 되고 있다. 자생력을 갖고 스스로 살 길을 찾는 것만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개방화와 전문화 등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현실에서는 이를 이루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도내 지역산업 대표격인 전주 한지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전망해 보고 명품화 방안을 모색했다.

전주한지 VS 수입한지, ‘계란으로 바위치기’

전주는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 생육에 적합한 기후를 가지고 있어 일찍이 한지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예부터 전주한지는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품질을 자랑했으며 고려시대부터 외교문서와 임금에게 올리는 문서에 쓰일 정도로 용도가 다양하고 특수했다.

현재도 한지제조업체가 18개소(지난 2006년 2월, 문광부 집계)로 전국 30개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서화지의 경우 전국 생산량의 70~80%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0년대 기계초지기가 도입되면서 목재펄프를 주원료로 한 양지가 보급되고, 값싼 중국산 화선지가 대량 수입되면서 한지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결국 전주 한지는 가격 면에서 중국 화선지에 밀리고 품질 면에서는 일본 화지에 뒤떨어지는 위치로 전락,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도내지역에는 전통방식으로 전주 한지를 생산하는 곳은 5개 업체에 불과하다.

10여년 전 10여곳이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주한지의 위상이 얼마나 축소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월평균 생산량도 20만장 남짓한 상황인 반면, 수입산 한지는 이보다 10배 가량 많은 200만장이 유통되고 있다.

생산업체들은 가격 면에서 수입산과 경쟁할 수 없는 구도로 조만간 이조차도 명맥이 끊길 판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전주한지와 수입산 한지의 가격 차이는 최소 50%에서 많게는 100%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결국 값산 수입산 한지가 전주에서 판매되면 소비자들은 전주 한지로 인식하고 구매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전통적인 전주 한지는 갈수록 쇠퇴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지의 본고장 전주 ‘옛말’

전주는 전국 한지산업의 큰집 격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주를 제외하고 강원도 원주와 경북 안동, 충북 괴산 등이 한지 생산으로 유명하지만 이들조차도 전주에서 기술을 배워 근간을 이룬 곳이 태반이다.

규모 역시 모두 합해도 전주보다도 적은 영세한 규모이다. 그러나 최근 전주 한지의 침체를 틈타 이들 지역의 발전이 점차 빛을 발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의 경우, 지역 문화계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원주한지 소비운동을 활발히 전개, 지역 한지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전주특수한지와 전주전통한지원을 운영하고 강갑석 대표도 이를 크게 우려했다. 강 대표는 “전주에서 한지기술을 배워간 타 지역은 지역민들의 관심에 힘입어 활기를 찾고 있다”며 “이러다 조만간 한지의 본고장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특히 강 대표는 “전주한지축제라는 행사에도 정작 전주한지를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현재는 전주한지 관련 무형문화재 등 장인지정도 없는 상황에서 무슨 전통방식이 보존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전주가 한지산업의 본고장이라는 옛 명성은 온데간데없고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전주한지의 명맥도 얼마만큼 지속될 지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실정이다.

보존 방안과 판로 확보가 과제

전주 한지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통방식을 보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급선무이다. 전주 한지의 경우 전통기술을 보유해 장인으로 지정된 사례가 현재는 없으며 새롭게 전주 한지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도 전무하다.

지금 한지 산업에 몸을 담고 있는 종사자들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전주 한지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따라서 관련 업계에서는 장인 지정 등 전주 한지 보존방안 마련과 생업으로 이어갈 수 있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개선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전주 한지 장인을 지정하고 후학양성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 전주 한지의 명맥을 잇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장인과 후학들이 한지생산을 생업으로 삼을 수 있는 안정적 판로 확보만이 침체된 전주 한지 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주시는 전주한지산업진흥원 설립을 통해 R&D 지원과 전문인력 양성, 관련산업 컨설팅, 전주한지 인증제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전주 한지의 생활화와 산업화, 세계화 전략을 세부적으로 수립하고 다양한 시책들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전주 한지를 현장에서 생산하는 종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행정을 펼칠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된다. 종사자들은 구상에만 머무는 계획 수립이 아니라 한지산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첨부파일
.image. 한지이미지.jpg
.image. 7-인터뷰.txt
.image. 인터뷰-강갑석1.jpg
덧붙이는 글 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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