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대학강의' 꿈꾸는 장시원 방송대 총장
[인터뷰] 방송대 외길 26년... OER시대를 열어간다
OER 시대가 열리는가.
대학 보유 강의 자료를 전 지구인에게 평생교육 차원에서 무료로 개방하자는 OER 운동(Open Educational Resources)이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 달 31일에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이 "MIT·예일·버클리·존스홉킨스 등 대학들이 웹 사이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무료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미국 유력 대학들이 앞다퉈 온라인에 진출하면서 일반인들에게 배움의 길이 활짝 열렸다"고 전한 바 있다. '평생 교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원격대학들로서는 큰 변화와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 원격대학을 대표하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아래 '방송대') 장시원(56세) 총장은 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대학이 만든 모든 교육 컨텐츠를 완전 개방할 의향이 있다, 원격 대학으로서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 총장은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방송대 국고 지원 충당율이 25%에 머무를 정도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 교육의 핵심기관인 방송대를 교육부가 일반 대학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총장은 "교육부에서 방송대를 담당하는 부서가 평생직업 교육지원국이 아니라 사이버대학을 관장하는 국제정보화 교육국일 정도"라며 지역 주민 교육문화센터로 활용되고 있는 전국 14개 지역대학 시설과 청와대 101경비단·교도소 재소자 교육 등 이른바 '찾아가는 교육' 등을 예로 들면서 사이버대학과의 핵심적인 차이를 '공공성'이라고 강조했다.
장 총장은 또한 "국내 이주민들을 위한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법무부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며, 새터민 사회 정착 프로그램도 정책 과제로 연구 중에 있다"면서 "한국 사회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우리 학교가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 방송대는 초지일관 원격대학 이념을 잘 살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0월 대학발전기금으로 5000만원을 기탁한 바 있는 장 총장은 "먼 장래를 내다보고 학교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학발전기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총장 취임 후 (기금 조성에) 불을 당겨야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한 것"이라며 학교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해 개선되어야 할 문제로 "최소 2배 이상의 교수 증원"을 꼽았다.
끝으로 장 총장은 "고교생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82%를 상회하면서도, 노동자 평생교육 참여비율이 OECD 중 제일 낮은 곳이 바로 우리나라"라면서 "선진사회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평생교육인 만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방송대의 사회적 공헌과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 올해로 방송대와 인연을 맺은 지 26년째다. 왜 처음 방송대 교수직을 택했는가.
"특별한 이유 없다.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지도교수님이 추천했다. 그저 처음에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학생 수천명을, 국민 다중을 교육하는 곳이란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면접을 보게 됐는데 면접위원 중 한 분이 '당신 여기 왜 왔냐고, 2년 있다 도망갈 거 아니냐'고 묻더라(웃음)."
- 왜 도망가지 않았는가? 보통 서울대 나오면 더 좋은 곳에 있고 싶은 욕심이 생길만한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대 나와 기능공 자격증 따서 노동 운동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나도 긴급조치 세대다. 한 때 진로를 놓고 '대학원 갈까, 노동 현장에 갈까, 농촌에 갈까' 고민도 했던 사람이다. 우리 세대로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본다. 꼭, 무슨 좋은 대학 가서 엘리트 교육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참 매력있는 대학이더라. 졸업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대학 아닌가. 지금이야 졸업률이 30%에 이르지만, 80년대만 해도 10% 밖에 되지 않았다. 학습자료도 참 빈약했다. 교과서·카세트 외에는 거의 없었으니까. 그런데도 그야말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가지 못했던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해 졸업하더라. 그들의 성실성에 반해버렸다."
- 작년 신정아 사건을 보면서 느낌이 남달랐을 듯 하다.
"새삼 우리 학생들에 대한 자긍심을 느꼈다. 우리 졸업생들 자랑 좀 잠깐 하자. 70~80년대는 입지전적인 인물들이 참 많다. 박완수 창원시장, 마산공고 나와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일했다. 그러다 우리 대학 행정과에 입학하고, 졸업하자마자 행정고시 합격했다. 경남도청 들어가서 경남대 학사편입하고 박사학위까지 땄다. 도청 고위직에 대학 교수까지 하고 직선 시장 도전해 지금 두 번째 하고 있다.
한편으로 SBS 박수택 기자는 평생교육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는 졸업생이다. 그 분은 대학졸업하고 기자 생활하다 환경 문제를 전문 분야로 하면서 우리 대학 환경보건학과에 입학했다. 자기 지식이 필요해서. 지금 4년제 졸업하고 편입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그런 경우다. 직장 생활하다 자신이 필요한 공부를 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다."
- 방송대를 졸업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무엇이라고 할까. 방송대 진학을 고민하는 사람들 눈에 확 들어올 만한 졸업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전체적으로 빛이 잘 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허나 능력이 뛰어나고 아니고를 떠나 중요한 것은 '사람이 됐다, 인간이 괜찮다' 아닌가. 이런 평가를 받는 졸업생들이 굉장히 많다. 왜? 요령 부리는 학생은 졸업하지 못하니까. 방송대 졸업장은 성실 보증 수표다.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 각계각층에 다 있다.
중앙인사위원회가 52개 중앙행정부처 5급 이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출신대학을 조사한 적 있다. 2만3277명 중에 3728명이 방송대 출신으로 전체 16%를 차지했다. 대부분 고졸 학력으로 일하다 우리 대학을 거친 경우들이다. 현직 국회의원 중에는 방송대 출신이 21명으로 17대 당선자 출신대학 분석에서 9위를 차지했다. 방송대는 학력(學歷)이 아닌, 학력(學力)의 의미를 일깨워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우리 사회가 방송대를 너무 모른다."
- 우리 사회가 방송대를 너무 모른다고 했다. 이유는?
"우리 사회가 껍데기를, 간판을 참 좋아한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성숙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신정아가 나올 것이다. 괜히 껍데기만 자꾸 쫓는,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 오지도 않겠지만…(웃음). 얼마든지 훌륭한 실력을 갖출 수 있는 대학이 바로 우리 학교인데 말이다.
정부 당국 인식도 문제다. 우리 학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의 핵심기관인데도, 그냥 43개 국립대학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우리 담당 부서가 어딘지 아나. 평생직업 교육지원국이 아니다. 엉뚱하게도 다른 사이버대학처럼 국제정보화 교육국에 붙어 있다. 교육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 기존 인터뷰 기사를 보니까 사이버대학과의 차별성으로 면대면 교육, 오프라인 평가 등 강의 형태가 부각됐더라. 그런데 지금 말씀을 듣다 보니까, 핵심적인 차이는 '공공성'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 공공성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전국에 14개 지역대학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 시설을 활용하여 지역 주민 교육문화센터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소외 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교육도 시행 중이다. 특수 사정으로 강의를 들으러 올 수 없는 청와대 101경비단의 경우, 교수들이 출강해 법학을 가르친다.
교도소 재소자 교육도 시행 중이다. 현재 4개 교도소에 재소자 90명이 등록해 있다. 백 만 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이주민들을 위한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법무부와 14일에 MOU(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새터민 사회 정착 프로그램도 정책 과제로 연구 중이다."
-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위한 정책은?
"우리 학교 학비가 한 학기에 30만원 정도다. 너무 싸다. 특별히 경제 형편이 어려워 우리 학교에 오지 못한다? 다소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다. 또 생활보호대상자는 첫 학기 등록금이 면제되고,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학자금 혜택도 있다. 공부하겠다는 열의만 있으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는 대학이란 말이다.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자들이 방송대학 입학도 좀 권유해줬으면 좋겠다(웃음)."
- 최근 외신을 보면 예일·버클리·MIT, 존스홉킨스 등 미국 유력 대학들이 웹 사이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무료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이 상업논리에 예속되는 우리 현실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보도라고 본다. 방송대의 건학 이념인 평생학습이나 '공공 기능'을 감안하면, 한 번 고려해볼 한 사안이 아닌가 싶다.
"지금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OER 운동(교육 자료 개방 운동, Open Educational Resources)이 범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모든 대학 교육을 전 지구인이 무료로 공유하자는 운동이다. 하지만 OER 운동에는 하나 전제가 따른다. 민간 기금이나 국가 예산으로 강의 컨텐츠 제작비용을 지원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 6월에 세계 원격대 총장들이 모여 대토론회를 했을 때도 핵심 쟁점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 무료 온라인 강의 제공 의지가 있다는 말인가?
"물론이다. 이것이야말로 원격대학 이념 아닌가. 우리 대학이 만든 모든 교육 컨텐츠를 완전 개방할 의향이 있다. 당연히 그렇게 가야 한다. 중국은 벌써 이 사업을 국가적으로 시작했는데…. 답답하다."
- 문제는 무엇인가?
"아까 말했지만, 우리 대학을 다른 국립대학 중 하나로 교육부가 인식하기 때문에 과감한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국립대학이라면 재정의 70% 이상을 국고지원으로 충당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25% 정도 밖에 안 된다. 지금 교수 연구실이 부족하다. 절반 인원이 바깥에 세 들어 살고 있다. 대학 공간을 좀 늘려줬으면 좋겠다.
인터넷 발달로 우리 교수들이 완전히 망했다(웃음). 아침에 출근하면 한 나절은 학생들 질의 응답해야 한다. 교과서 집필해야지, 강의 제작해야지, 지역대학 순회하면서 강의해야지, 정신 없이 바쁘다. 아시아 후진국 원격대학도 교수 1인당 학생 숫자가 500명이다. 그런데 우리는 1335명이다. 교수 증원은 정말 절실한 문제다. 최소 2배 이상 인원이 필요하다."
- 대학발전기금으로 5000만원을 기탁했던데?
"국립대학이라면 재정의 70% 이상을 국고지원으로 충당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25% 정도 밖에 안 된다. 먼 장래를 내다보고 학교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학발전기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4~5년 전부터 동문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십시일반 기금을 모으고 있다. 총장에 취임하고 한 번 불을 당겨야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했다."
- 방송대 컨텐츠 특징이 있다면?
"질(質) 자체가 다르다. 우리는 TV, 멀티미디어, 웹, 오디오 등 네 가지 형태의 강의를 하고 있는데 이미 원격 강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컨텐츠 질을 좌우하는 것은 얼마나 우수한 품질의 동영상 또는 애니메이션을 집어 넣느냐다. 이게 핵심이다. 우린 TV 방송국을 갖고 있다. 제작 수준 자체가 일반 대학보다 몇 걸음 앞서 있다. 타 대학과 컨텐츠 질 경쟁에서 자신이 있다."
-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면?
"평생학습은 말 그대로 평생에 걸쳐 공부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지식정보화시대다. 학교 졸업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조직에서 당연히 뒤처진다. 자기 인생 자체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도 평생학습은 꼭 필요하다. 한국 사회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우리 학교가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 방송대는 초지일관 원격대학 이념을 잘 살려나갈 것이다."
- 당장 '먹고살기도 어려워 죽겠는데'란 반박이 나올 것 같다.
"먹고살기 어려우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대학 졸업이 어렵다. 굳이 4년 졸업을 목표로 할 필요 없다. 졸업하기 어려우면 졸업하지 않으면 된다. 그게 평생교육 아닌가(웃음). 어차피 대학교육, 자기가 알아서 공부하는 것이다. 얼마나 열정을 갖고 찾느냐, 찾으면 다 있는 것 아닌가."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고교생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82%를 상회하면서도, 노동자 평생교육 참여비율이 OECD 중 제일 낮은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선진사회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평생교육 아닌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방송대의 사회적 공헌 그리고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
대학 보유 강의 자료를 전 지구인에게 평생교육 차원에서 무료로 개방하자는 OER 운동(Open Educational Resources)이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 달 31일에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이 "MIT·예일·버클리·존스홉킨스 등 대학들이 웹 사이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무료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미국 유력 대학들이 앞다퉈 온라인에 진출하면서 일반인들에게 배움의 길이 활짝 열렸다"고 전한 바 있다. '평생 교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원격대학들로서는 큰 변화와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 장시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 ⓒ 이정환
이와 관련하여 국내 원격대학을 대표하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아래 '방송대') 장시원(56세) 총장은 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대학이 만든 모든 교육 컨텐츠를 완전 개방할 의향이 있다, 원격 대학으로서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 총장은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방송대 국고 지원 충당율이 25%에 머무를 정도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 교육의 핵심기관인 방송대를 교육부가 일반 대학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총장은 "교육부에서 방송대를 담당하는 부서가 평생직업 교육지원국이 아니라 사이버대학을 관장하는 국제정보화 교육국일 정도"라며 지역 주민 교육문화센터로 활용되고 있는 전국 14개 지역대학 시설과 청와대 101경비단·교도소 재소자 교육 등 이른바 '찾아가는 교육' 등을 예로 들면서 사이버대학과의 핵심적인 차이를 '공공성'이라고 강조했다.
장 총장은 또한 "국내 이주민들을 위한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법무부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며, 새터민 사회 정착 프로그램도 정책 과제로 연구 중에 있다"면서 "한국 사회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우리 학교가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 방송대는 초지일관 원격대학 이념을 잘 살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0월 대학발전기금으로 5000만원을 기탁한 바 있는 장 총장은 "먼 장래를 내다보고 학교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학발전기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총장 취임 후 (기금 조성에) 불을 당겨야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한 것"이라며 학교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해 개선되어야 할 문제로 "최소 2배 이상의 교수 증원"을 꼽았다.
끝으로 장 총장은 "고교생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82%를 상회하면서도, 노동자 평생교육 참여비율이 OECD 중 제일 낮은 곳이 바로 우리나라"라면서 "선진사회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평생교육인 만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방송대의 사회적 공헌과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 장시원 총장 ⓒ 이정환
- 올해로 방송대와 인연을 맺은 지 26년째다. 왜 처음 방송대 교수직을 택했는가.
"특별한 이유 없다.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지도교수님이 추천했다. 그저 처음에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학생 수천명을, 국민 다중을 교육하는 곳이란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면접을 보게 됐는데 면접위원 중 한 분이 '당신 여기 왜 왔냐고, 2년 있다 도망갈 거 아니냐'고 묻더라(웃음)."
- 왜 도망가지 않았는가? 보통 서울대 나오면 더 좋은 곳에 있고 싶은 욕심이 생길만한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대 나와 기능공 자격증 따서 노동 운동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나도 긴급조치 세대다. 한 때 진로를 놓고 '대학원 갈까, 노동 현장에 갈까, 농촌에 갈까' 고민도 했던 사람이다. 우리 세대로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본다. 꼭, 무슨 좋은 대학 가서 엘리트 교육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참 매력있는 대학이더라. 졸업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대학 아닌가. 지금이야 졸업률이 30%에 이르지만, 80년대만 해도 10% 밖에 되지 않았다. 학습자료도 참 빈약했다. 교과서·카세트 외에는 거의 없었으니까. 그런데도 그야말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가지 못했던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해 졸업하더라. 그들의 성실성에 반해버렸다."
- 작년 신정아 사건을 보면서 느낌이 남달랐을 듯 하다.
"새삼 우리 학생들에 대한 자긍심을 느꼈다. 우리 졸업생들 자랑 좀 잠깐 하자. 70~80년대는 입지전적인 인물들이 참 많다. 박완수 창원시장, 마산공고 나와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일했다. 그러다 우리 대학 행정과에 입학하고, 졸업하자마자 행정고시 합격했다. 경남도청 들어가서 경남대 학사편입하고 박사학위까지 땄다. 도청 고위직에 대학 교수까지 하고 직선 시장 도전해 지금 두 번째 하고 있다.
한편으로 SBS 박수택 기자는 평생교육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는 졸업생이다. 그 분은 대학졸업하고 기자 생활하다 환경 문제를 전문 분야로 하면서 우리 대학 환경보건학과에 입학했다. 자기 지식이 필요해서. 지금 4년제 졸업하고 편입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그런 경우다. 직장 생활하다 자신이 필요한 공부를 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다."
- 방송대를 졸업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무엇이라고 할까. 방송대 진학을 고민하는 사람들 눈에 확 들어올 만한 졸업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전체적으로 빛이 잘 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허나 능력이 뛰어나고 아니고를 떠나 중요한 것은 '사람이 됐다, 인간이 괜찮다' 아닌가. 이런 평가를 받는 졸업생들이 굉장히 많다. 왜? 요령 부리는 학생은 졸업하지 못하니까. 방송대 졸업장은 성실 보증 수표다.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 각계각층에 다 있다.
중앙인사위원회가 52개 중앙행정부처 5급 이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출신대학을 조사한 적 있다. 2만3277명 중에 3728명이 방송대 출신으로 전체 16%를 차지했다. 대부분 고졸 학력으로 일하다 우리 대학을 거친 경우들이다. 현직 국회의원 중에는 방송대 출신이 21명으로 17대 당선자 출신대학 분석에서 9위를 차지했다. 방송대는 학력(學歷)이 아닌, 학력(學力)의 의미를 일깨워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우리 사회가 방송대를 너무 모른다."
- 우리 사회가 방송대를 너무 모른다고 했다. 이유는?
"우리 사회가 껍데기를, 간판을 참 좋아한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성숙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신정아가 나올 것이다. 괜히 껍데기만 자꾸 쫓는,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 오지도 않겠지만…(웃음). 얼마든지 훌륭한 실력을 갖출 수 있는 대학이 바로 우리 학교인데 말이다.
정부 당국 인식도 문제다. 우리 학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의 핵심기관인데도, 그냥 43개 국립대학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우리 담당 부서가 어딘지 아나. 평생직업 교육지원국이 아니다. 엉뚱하게도 다른 사이버대학처럼 국제정보화 교육국에 붙어 있다. 교육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 장시원 총장 ⓒ 이정환
- 기존 인터뷰 기사를 보니까 사이버대학과의 차별성으로 면대면 교육, 오프라인 평가 등 강의 형태가 부각됐더라. 그런데 지금 말씀을 듣다 보니까, 핵심적인 차이는 '공공성'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 공공성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전국에 14개 지역대학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 시설을 활용하여 지역 주민 교육문화센터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소외 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교육도 시행 중이다. 특수 사정으로 강의를 들으러 올 수 없는 청와대 101경비단의 경우, 교수들이 출강해 법학을 가르친다.
교도소 재소자 교육도 시행 중이다. 현재 4개 교도소에 재소자 90명이 등록해 있다. 백 만 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이주민들을 위한 한국어·한국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법무부와 14일에 MOU(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새터민 사회 정착 프로그램도 정책 과제로 연구 중이다."
-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위한 정책은?
"우리 학교 학비가 한 학기에 30만원 정도다. 너무 싸다. 특별히 경제 형편이 어려워 우리 학교에 오지 못한다? 다소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다. 또 생활보호대상자는 첫 학기 등록금이 면제되고,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학자금 혜택도 있다. 공부하겠다는 열의만 있으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는 대학이란 말이다.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자들이 방송대학 입학도 좀 권유해줬으면 좋겠다(웃음)."
- 최근 외신을 보면 예일·버클리·MIT, 존스홉킨스 등 미국 유력 대학들이 웹 사이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무료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이 상업논리에 예속되는 우리 현실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보도라고 본다. 방송대의 건학 이념인 평생학습이나 '공공 기능'을 감안하면, 한 번 고려해볼 한 사안이 아닌가 싶다.
"지금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OER 운동(교육 자료 개방 운동, Open Educational Resources)이 범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모든 대학 교육을 전 지구인이 무료로 공유하자는 운동이다. 하지만 OER 운동에는 하나 전제가 따른다. 민간 기금이나 국가 예산으로 강의 컨텐츠 제작비용을 지원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 6월에 세계 원격대 총장들이 모여 대토론회를 했을 때도 핵심 쟁점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 무료 온라인 강의 제공 의지가 있다는 말인가?
"물론이다. 이것이야말로 원격대학 이념 아닌가. 우리 대학이 만든 모든 교육 컨텐츠를 완전 개방할 의향이 있다. 당연히 그렇게 가야 한다. 중국은 벌써 이 사업을 국가적으로 시작했는데…. 답답하다."
- 문제는 무엇인가?
"아까 말했지만, 우리 대학을 다른 국립대학 중 하나로 교육부가 인식하기 때문에 과감한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국립대학이라면 재정의 70% 이상을 국고지원으로 충당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25% 정도 밖에 안 된다. 지금 교수 연구실이 부족하다. 절반 인원이 바깥에 세 들어 살고 있다. 대학 공간을 좀 늘려줬으면 좋겠다.
인터넷 발달로 우리 교수들이 완전히 망했다(웃음). 아침에 출근하면 한 나절은 학생들 질의 응답해야 한다. 교과서 집필해야지, 강의 제작해야지, 지역대학 순회하면서 강의해야지, 정신 없이 바쁘다. 아시아 후진국 원격대학도 교수 1인당 학생 숫자가 500명이다. 그런데 우리는 1335명이다. 교수 증원은 정말 절실한 문제다. 최소 2배 이상 인원이 필요하다."
▲ 장시원 총장 ⓒ 이정환
- 대학발전기금으로 5000만원을 기탁했던데?
"국립대학이라면 재정의 70% 이상을 국고지원으로 충당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25% 정도 밖에 안 된다. 먼 장래를 내다보고 학교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학발전기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4~5년 전부터 동문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십시일반 기금을 모으고 있다. 총장에 취임하고 한 번 불을 당겨야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했다."
- 방송대 컨텐츠 특징이 있다면?
"질(質) 자체가 다르다. 우리는 TV, 멀티미디어, 웹, 오디오 등 네 가지 형태의 강의를 하고 있는데 이미 원격 강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컨텐츠 질을 좌우하는 것은 얼마나 우수한 품질의 동영상 또는 애니메이션을 집어 넣느냐다. 이게 핵심이다. 우린 TV 방송국을 갖고 있다. 제작 수준 자체가 일반 대학보다 몇 걸음 앞서 있다. 타 대학과 컨텐츠 질 경쟁에서 자신이 있다."
-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면?
"평생학습은 말 그대로 평생에 걸쳐 공부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지식정보화시대다. 학교 졸업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조직에서 당연히 뒤처진다. 자기 인생 자체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도 평생학습은 꼭 필요하다. 한국 사회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우리 학교가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 방송대는 초지일관 원격대학 이념을 잘 살려나갈 것이다."
- 당장 '먹고살기도 어려워 죽겠는데'란 반박이 나올 것 같다.
"먹고살기 어려우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대학 졸업이 어렵다. 굳이 4년 졸업을 목표로 할 필요 없다. 졸업하기 어려우면 졸업하지 않으면 된다. 그게 평생교육 아닌가(웃음). 어차피 대학교육, 자기가 알아서 공부하는 것이다. 얼마나 열정을 갖고 찾느냐, 찾으면 다 있는 것 아닌가."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고교생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82%를 상회하면서도, 노동자 평생교육 참여비율이 OECD 중 제일 낮은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선진사회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평생교육 아닌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방송대의 사회적 공헌 그리고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
'SKY' 출신 방송대인은 985명 |
일반 대학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사이버대학 역시 크게 증가하면서 방송대에도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신입생 자원을 다른 대학과 '공유'하면서 전체 등록생 규모가 과거 22만 명에서 18만 명 수준으로 줄었고, 재학생 구성에서도 편입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 입학보다 졸업이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방송대 졸업률은 30% 정도. 장시원 총장은 "입학 자원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도 이제 생길 만큼 생겼고 사이버대학도 마찬가지 상태인 이상, 18만 명 정도 수준을 유지하면 된다고 본다"면서 "졸업이 어렵기 때문에 학교가 지금 살아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사 학위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나 "평생 교육 관점에서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도 새로운 지식이 필요해서 오는 사람들" 모두에게 공히 "학력(學歷)이 아닌, 학력(學力)" 중심의 전통을 지켜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방송대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명문대 출신 방송대 등록자가 2007년 현재 985명이라고 밝혔다. 학교별로는 ▲서울대 307명 ▲고려대 287명 ▲연세대 229명 ▲이화여대 162명 등으로 각각 나타났으며, 전체 방송대인 중 7.2%에 해당하는 규모다. '학력(學歷) 중심 사회'에서 '학력(學力) 중심 대학'에 편입하는 세칭 명문대 졸업생들. 역시 평생교육에는 졸업이 없다는, 여기에는 이른바 스카이(SKY)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는 숫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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