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사람이 있어야 장사를 하쥬
태안은 지금 환경오염과의 전쟁보다 생존전쟁이 더 시급하다
▲ 작업에 열중한 아이들시커멓게 변한 바위를 열심히 문지르는 모습 ⓒ 김기세
지난 12월 7일 태안앞바다 기름사고 유출사고가 일어난 뒤, 필자는 그곳의 인근인 가로림만 건너편 서산시 대산면 독곳리에 고향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물론 필자의 고향도 약간은 피해를 입은 상태여서 시골에 계신 71세의 어머니께서 약 1주일정도 바닷가에 가셔서 기름제거작업을 해오시는 것을 보고 바쁘다는 핑계로 못 가본 것이 늘 마음에 걸려 있었던 터라 이번에 시골에 가면서 우리아이들과 처형네 아이들 두 명, 형네 조카 두 명을 데리고 태안의 구름포 인근에 짧은 시간이나마 자원봉사를 다녀왔습니다.
▲ 나이가 어려도 제 할일은 따로 있다.나이가 어려서 일을 못 할 것 같아서 자원봉사를 꺼리는 분은 걱정을 안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작업보다 현장에서의 산교육이 더욱 중요한 부분입니다. ⓒ 김기세
현장에 아무런 사전지식과 준비물도 없이 무작정 현장에 갔는데 현장에서 필요한 방제복, 장화, 장갑, 마스크 등을 비롯한 장비들이 많이 있어서 별도의 준비를 안했어도 작업에 바로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향후 자원봉사를 가려고 계획을 잡고 계시는 분들은 무작정 현장에 달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자원봉사를 함에 있어서 나이를 불문하고 걸어다닐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즉, 올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딸아이는 방제복도 크고 거추장스러웠기 때문에 바위를 닦는 작업을 할 수가 없다고 짜증을 내길래 딸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에 헌옷을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했더니 흔쾌히 자신의 역할을 찾은 만족감으로 냉큼 가져왔습니다.
▲ 문짝이 뜯어진 화장실어떤 여성자원봉사자가 문짝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고 옆에서 망을 봐주어야하는 웃지못할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현장관계자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 김기세
▲ 손님이 아무도 없어 문닫은 음식점들현장에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현장에 방문을 해서 음식을 팔아주어서 지역경제를 살려주는 것이야말로 더 시급한 것인지도 모른다. ⓒ 김기세
그중에서 현장의 문닫은 식당들을 다니면서 물고기를 넣어 놓는 어항을 청소하고 있는 식당의 주인이 있어 반가워서 "아주머니 식당을 운영하시려고 청소하시는 겁니까?"라고 여쭈었더니 아주머니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에휴, 손님이 기셔야지 문을 열쥬. 아주 죽겄슈"라는 말과 함께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을 지으셨는데 그 옆 가게의 어항에는 썩어가는 물고기가 부패하면서 역한 냄새를 풍기고 있어 현장의 심각함을 실감케하였습니다.
▲ 썩어가는 채로 방치된 어항속의 물고기모든 것을 포기하고 절망에 빠져 어항에 보관하던 물고기가 썩어가고 있었으며, 그것은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는 현지 주민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 김기세
결국, 만리포에서 점심 먹기를 포기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터덜터덜 한없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었지만 현장의 관계자에 따르면 '자원봉사자들의 수도 갈수록 급감하고 있어서 걱정이 태산같다'는 말을 들으면서 또 한번 한숨이 나왔습니다.
끝으로 이글을 읽는 독자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자원봉사의 손길은 아직도 너무나도 부족하고 할일은 끝없이 널려있기 때문에 많이 참여를 부탁드리는 것과, 둘째, 가급적이면 태안의 현장에 가급적 많이 방문을 해서 지역경제를 살려달라는 부탁입니다.
덧붙이는 글
미디어다음에도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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