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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민주노동당은 흩어져야 산다

분당론을 우려하는 자주파도 이제는 분당을 이야기하라!

등록|2008.01.07 20:16 수정|2008.01.07 20:16
혼란스럽다. 지난 달 19일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3.01%라는 저조한 득표를 한 권영길 후보의 소속 정당인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은 참패 이후의 내부 공방으로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미래에 직면해 있다. 평등파는 당내 최대 정파이자 지도부의 다수를 차지했던 자주파의 책임을 설파하며 '분당론'부터 '조건부 비대위 출범' 혹은 '제2 창당론'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자주파의 경우 '무조건적인 비대위 승낙'이 기본적인 입장으로서 평등파 내에서 강해지고 있는 '분당론'의 확산을 막으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대체 민노당의 정파란 게 뭘까

 어느 정당에나 파벌이 있고 의견 그룹이 있지만 선거 참해 이후 당을 쪼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갈등이 심한 정파는 드물다. 도대체 민노당 내의 정파들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인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이길래 서로 극한 대립을 하는지 궁금해서 못견딜 지경이다. 그러기에 필자는 주장을 하기에 앞서 민주노동당원에게는 익숙하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민노당의 정파에 대해 먼저 설명하려고 한다.

민노당의 최대 정파, 자주파(NL)

 민노당에서 '기득권'을 쥐고 있는 자주파는 비교적 균일한 집단이지만 이름은 다양하다. 80년대 운동권에서 시발점이 된 자주파는 National's Liberty의 약칭인 NL이라 불리우며 운동권의 다수를 점하는 위치에 있기도 했다. 현재는 자주민주통일의 약칭인 자민통이라 명해지기도 한다.

주요 사상은 민족주의라고도 하고 북한의 주체사상(당 수령을 중심으로 민족이 단결해야 한다는 북한의 정치 사상의 근본)이 기반이라고도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식민지 국가에서 생겨나는 민족주의가 주사(主思)와 결합하여 생긴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노동 운동이나 계급 운동보다는 민족, 통일 운동에 관심이 많으며 북한 정권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이다. 요즘에는 운동권 자체가 대학에서 퇴조하는 경향으로 그 숫자는 감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386 세대와 운동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민노당의 비자주파, 평등파(PD와 사회민주주의자, 기타 좌파)

 반면 평등파는 비자주파적 성향을 띤 균일하지 않은 집단이다. 90년대에 동구권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레닌 맑스주의-소련 모델을 포기한 PD(People's Democracy/민중민주파)와 북유럽 모델에 근거한 사회민주주의자, 그리고 국제사회주의자 등 사회주의를 기본 바탕으로 하는 집단이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북한 정부를 독재 파시스트 정권으로 간주하고 노동운동이나 빈민운동에 관심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평등파를 PD 하나만으로 간주하는 경향도 있으나 그건 평등파의 다수가 PD이기 때문이에 일어나는 경우이다.)

정파를 구분짓는 요소는 대북 인식과 추구하는 가치의 차이

 그렇다면 역시 두 정파를 구분하게 하는 요소는 주로 대북 인식관과 관심 활동 분야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정파에 대해 알고나니 너무나도 판이하게 다른 정치 세력이 한 정당 안에 공존하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사회주의는 분명히 좌파의 프레임이고, 민족주의는 일반적으로 우파의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에서 비롯된 웃지 못할 상황이기는 하지만, 중도파 정당이 아닌 이상 한 정당에 사회주의를 근거로 한 정치세력과 민족주의와 주체사상을 근거로 하는 정치 사상 집단이 서로 같이 정권 창출을 도모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당의 신보수(이명박 당선자 중심)와 구보수(이회창 대선 후보 중심)가 대북 인식 차이 때문에 갈라지게 되었다는 것을 아는 우리들에게 있어 대북인식의 차이는 또한 하나의 정당 내에 존재하기 힘든 요소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어느 쪽이 옳다, 혹은 어느 쪽도 옳지 않은 생각이다 등의 섣부른 판단을 하기 이전에, 중요한 점은 이 두 집단이 한 정당에서 정치를 도저히 꾀할 수 없는 수준임을 깨달아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정파 문제가 심각한 민노당 내에서 분당을 요구하는 쪽은 주로 평등파 뿐이라는 것이다. 평등파와 자주파는 서로가 2007 대선이 아닌 훨씬 오래 전부터 서로가 상반된 견해를 가진 집단이라는 사실을 깊이 잘 알고 있었지만 민노당이 원내 진출을 하고 승승장구를 하면서 '정파 간의 이혼'은 남 얘기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일심회 사건과 독도 군대 파병론, 그리고 2007년 대선 참패 등을 계기로 제기된 평등파의 '종북주의' 문제 거론으로 이미 평등파와 자주파는 함께 할 수 없는 정치 세력임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장과 진중권 전 민노당원 등의 '분당 불가피론'이 대두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평등파의 다수는 자주파 민노당이 아닌 좌파신당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평등파와 첨예한 갈등을 일으킴에도 분당만은 안된다는 자주파의 주장은 수상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이토록 서로 싸우고 함께 하기 힘든 의견 집단이라면 같은 당에 공존하기란 힘든 데도 분당론의 확산을 애써 막으려는 태도는 그들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어 앞으로 총선에서의 자주파 후보의 비례대표 의원 창출의 좌절을 우려하는 생각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심상정 의원이 자주파 수장들의 비례대표 불출마 선언 요구에 전면 반대하는 이유도 이러한 속셈이 절실하게 드러나는 대목임에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자주파도 이제는 '분당'을 이야기하라

 자주파 스스로가 평등파와는 상이한 이데올로기와 가치 추구 행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를 자신의 정치 생명과 연결하여 평등파와 함께 하려는 기득권적 행태를 버리고 민주노동당을 떠나 새로운 정당의 창당으로 정치 세력화를 계획한다면 현재 위기의 민노당에서 벗어나 더 자유로우면서도 더 생산적인 정치 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평등파와 치고 박고 싸우느니라 그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기보다는 차라리 자신들의 생각이 일반 국민들에게 욕을 먹든 혹은 민노당 시절보다도 훨씬 적은 표를 얻든 간에 자신있고 소신있게 통일과 북한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자주파의 분당 후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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