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는 따끈할 때 먹어야 제 맛이여!"
백야도 '옛날 맛 손두부집'
▲ 손두부할머니의 손두부는 그야말로 원시적인 방법 그대로를 답습해 그 맛이 투박하면서도 보드랍고 순수하다. ⓒ 조찬현
백야도 고샅길의 손두부집. 가게 앞마당에는 콩이 가득 담긴 커다란 통이 놓여 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 옛스런 분위기의 가게는 왠지 모를 정겨움이 묻어난다. 미닫이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주인 할머니가 구부정한 허리로 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옛날, 먼 옛날의 옛날식 그대로...
옛날, 먼 옛날에 우리 조상들이 해 먹었던 그 방법 그대로 두부를 만든다고 한다.
“콩을 24시간 꼬박 물에 담가 갖고 불려서, 맷돌에 갈아서 자루에 담아 펄펄 끓는 물을 부으면서 9번을 짜내. 그렇게 짜낸 원액을 커다란 솥단지에 넣고 끓이면서 나무주걱으로 계속 저어줘, 안 그라면 다 눌어붙어서 하나도 안 남아요.”
“두부 만드는 게 굉장히 까다로워요. 설탕이나 엿기름 등의 다른 물질이 조금만 들어가도 절대 두부가 안 만들어져. 그란께 자루 같은 걸 청결히 해야 돼. 그리고 찬물에 짜면 두부 원액이 미끌미끌해서 절대 안 빠져.”
옛날식으로 두부를 만드는 데는 절대 청결해야 되며, 재료가 좋아야 한다고 한다. 할머니는 국산 콩만을 엄선해서 내 식구들이 먹는다 생각하고 만든다. 방에 가득 쌓인 콩가마니를 가리키며 할머니는 “저 콩 떨어지면 두부 안 만들어”라고 말한다.
▲ 손두부집예스런 분위기의 가게는 왠지 모를 정겨움이 묻어난다. ⓒ 조찬현
할머니의 이름을 물으니 옛날 이름이라 안 예쁘다며 김정엽(67) 할머니라고 한다. 두부 만들기는 불 조절에 따라 10~20분 차이가 있으나 통상 50분이 소요된다. 콩을 갈아서 짜고 끓이고 하는 과정까지 하면 3시간 남짓, 이거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한 시간째 주걱으로 콩물을 끓이면서 젓고 있다.
“어깨 팔목 관절 다 걸렸어. 어깨가 많이 아푸제.”
집에서 명절 때면 두부를 해먹곤 했는데, 이따금씩 마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한 것이 소문이 나서 백야도가 개통된 후인 지난 2005년 5월부터 이곳에서 두부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친정에서 명절이면 해 묵었어. 그래서 기본적인 것은 그때 배워서 알아. 백야도에 노인들이 많이 살아. 노인들 대접해 드린께 소문이 났어, 맛있다고~”
백야도 다리가 놓이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만든 손두부를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입소문이 나서 사방으로 퍼졌다. 처음 시작하던 해에는 콩을 구하려고 섬 지방을 다 돌아다녔다. 한 됫박씩 동냥하듯 콩을 거둬들여 장사를 시작했다. 이듬해부터 콩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난 국산 콩 떨어지면 절대 두부장사 안 해. 이제는 콩 농사도 짓고, 일부는 사들이고 그라제.”
할아버지는 화부다. 두부를 만들기 시작한 처음부터 화부로 취직했다고 한다. 화목을 구해오고, 불 때고, 간수로 사용할 바닷물 길어오고, 할아버지의 일도 만만치 않다.
“바닷물이 간수여. 바닷물 길어다 정수해서 사용해.”
“두부는 한 번 끓이면 한 판밖에 안 나와.”
▲ 간수“바닷물이 간수여. 바닷물 길어다 정수해서 사용해.” 간수를 넣으면 두부가 굳어진다. ⓒ 조찬현
바닷물을 길어다 정수해서 간수로 사용한다. 두부 한 판 만들면 20모가 나온다. 한 모에 2천 원씩 판매하는 손두부는 한 판에 4만원이다. 콩 값 제하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다는 할머니는 이 일은 끈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젊은 사람들은 못해. 끈기가 없어서 못해, 별 돈벌이도 안 되고.”
이제는 힘이 부쳐서 손을 놓고 싶어도 못 놓는다. 단골손님들이 찾아서. 여수지역보다는 순천과 광양 등의 멀리에서 옛날 맛을 찾아왔다고 두부 달라고 보채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기름때고 멀리서 왔을 껀디, 두부가 떨어지고 없을 때는 마음이 아파요.”
한 시간을 끓인 솥단지에 간수를 부어넣자마자 두부가 굳기 시작한다. 이것이 순두부다.
“요것이 순두부여. 밥해놓고 뜸들이듯이 뜸을 들여야 돼.”
10여분 뜸을 들이자 순두부가 완성됐다. 할머니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순두부 한 대접을 떠와서 한사코 먹어보란다. 양념장이나 배추김치와 먹으면 정말 맛있다며.
▲ 순두부따끈한 순두부의 맛은 지금껏 먹어 본 그 어떤 두부와도 견줄 수가 없다. ⓒ 조찬현
▲ 맷돌순두부는 솥단지에서 퍼내어 베보자기를 깐 다음 두부 틀에 붓고 맷돌로 눌러 물을 빼 꺼내자 두부 완성이다. ⓒ 조찬현
▲ 손두부완성된 두부를 한모씩 칼로 자른다. ⓒ 조찬현
순수하고 부드러운 맛, 속이 편해요
순수하고 부드럽다. 따끈한 순두부의 맛은 지금껏 먹어 본 그 어떤 두부와도 견줄 수가 없다. 단박에 두부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속이 편하다. 주말에는 두세 번, 평일에는 딱 한 번, 한 판만 만든다.
이렇게 만든 순두부는 솥단지에서 퍼내어 베보자기를 깐 다음 두부 틀에 붓고 맷돌로 눌러 물을 빼 꺼내자 두부 완성이다. 두부는 따끈할 때 먹어야 제 맛이다.
“한 점 해 볼란가? 두부는 따끈할 때 먹어야 제 맛이여. 아무 데서나 맛보기 힘들어.”
때마침 두부를 먹으러 손님이 든다. 소라면 관기리에서 왔다는 김상면(50)씨 일행이다. 이곳을 간간히 찾는다는 그들은 낭도 막걸리와 함께 두부를 맛있게 먹는다.
▲ 두부두부는 따끈할 때 먹어야 제 맛이다. ⓒ 조찬현
▲ 막걸리와 손두부막걸리와 함께 먹는 손두부. “김이 모락모락 나갖고, 정말 우리가 제때에 와서 먹그마 잉~” ⓒ 조찬현
“두부 맛이 아주 기가 막힙니다.”
“아주 좋아요.”
“뜨끈뜨끈할 때 먹으니까 더 맛있어요.”
“김이 모락모락 나갖고, 정말 우리가 제때에 와서 먹그마 잉~”
이집은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들에게 아주 안성맞춤. 옛날 손두부 1모에 2천원, 낭도 막걸리 한 병에 1300원이다. 둘이서 단돈 5천원이면 넉넉하다.
이집의 손두부는 그야말로 원시적인 방법 그대로를 답습한다. 국산 우리 콩을 사용하는 옛날식 그대로의 순두부집이다. 아무 데서나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 때문에 단골들이 많다. 그 투박하면서도 보드랍고 순수한 맛 때문에.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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