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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20대 후반 '연애찌질이'들이여

[<팝툰> 연속 인터뷰 1] '플리즈, 플리즈 미'의 기선

등록|2008.01.08 11:35 수정|2008.01.09 11:13

▲ <팝툰>에 연재중인 '플리즈 플리즈 미' ⓒ 팝툰

일과 사랑에 목숨 거는 30대 여자들의 치열한 고군분투기, 르네상스 시대 대가 미술가들의 작품과 숨은 열정을 만나보는 색다른 추리물, 정통 중화요리의 향취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만화 버전 식당 답사기까지, 이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았다. 새 단장을 마치고 순항 중인 격주간 만화잡지 <팝툰>의 인기작들을 만나본다.

스물아홉은 뭘까. 그것도 대한민국 솔로여자의 스물아홉이란, 대체. 숫자에 감흥 없던 이십 대의 터널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 끝에 만난 스물아홉의 언덕은 고되고 때론 산소결핍까지 일으킨다. 스스로 묻노니 애써 모르는 척할까, 어떻게든 대응하려 노력해야 할까.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여성 독자들의 든든한 지지를 얻고 있는 기선(본명 권기선) 작가의 '플리즈, 플리즈 미'의 인기 요인은 단연 '공감'이다. 닥쳐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그 즈음의 뼈아픈 공감을 담은 이 작품은 "평소 나이 꽉 찬 여자들의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각오로 빛난다.

일러스트레이터 구애리, 잡지사 에디터 강나경, 백수 점순은 크리스마스가 서러운 스물아홉. 각자 사연 많고 복잡한 개인사를 가졌지만, 자신을 함께할 마지막 사랑을 기다린다.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자신을 보아줄 진실한 한 사람을. 번번이 소개팅에 실패하면서도, 어이없는 상황에 맞닥뜨리면서도, 느닷없는 만남과 실연을 반복하면서.

물론 문제는 남자만이 아니다. "남자가 없는 것보다 서러운 것은 돈이 없는 것". 그 아픔은 대략 10배에 달한다.(작품 속에서 확인) 약은 척 굴다가도 상처란 상처는 다 받고, 세상 앞에 당당하다가도 어느새 기가 죽는 주인공들. 독자들은 자신과 꼭 닮은 캐릭터들에 묘한 위로를 받는다.

▲ 기선 작가 ⓒ 기선

"국내 만화 중에 29살 여자를 소재로 한 작품이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 또래 여자들의 삶을 그린 작품에 목말라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이 나이를 먹으면서 저와 제 주위의 나이 많은 여자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었습니다."

특유의 유쾌함과 촌철살인 대사발로 무장한 명쾌발랄 캐릭터들은 이 만화의 생명. 언제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만화'를 지향하는 그로선 당연한 일이다. "만화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이자 스스로의 만화가로서의 정체성"이라 믿고 있다.

이 작품은 특정 장르 혹은 특정 개그 스타일에 집착하기보다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마주치는 유쾌한 순간들을 작품 속에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골몰한다. 그 유쾌함은 '낙천주의'와 '바보스러움', '유치함'에서 나온다. 그가 아주 좋아하는 특성들이다. "정말 행복한 삶은 바보 같은 삶"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쾌했던 전작 '게임방 손님과 어머니'는 지난해 5월 김종학 프로덕션과 드라마 판권을 판매한 상태. 극만화로는 두 번째인 이 작품을 통해 기선은 이 땅위 스물아홉의 모습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세 주인공이 이제 다 등장을 했고요. 각 캐릭터에 대한 심화한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주로 일과 사랑 그리고 우정에 타깃이 맞춰지겠죠. 누군가는 결혼을 할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크게 사고를 칠 수도 있고요. 기대해주세요~."

세상 모든 '찌질이'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애정을 가진 이 '찌질이 전문 만화가'의 펜대는 오늘도 세상 모든 스물아홉의 가슴을 후벼 팔 것이다. 달콤쌉싸레한 그들의 본격적인 '각개 로맨스'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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