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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죽어야 사는 길

[주장] 대참회의 굿판을 벌여라

등록|2008.01.08 14:29 수정|2008.01.08 15:04
대통합민주신당은 2007년 대선을 위해 급조된 일회용 정당이다. 참여정부에 대한 여론의 질타를 회피하려는 비겁한 정치자영업자들의 피난처였다. 그러나 국민은 주권자의 질타를 회피하는 비겁함에 더욱 가혹한 심판을 내리고 말았다. 그들의 의도는 보기 좋게 좌절된 것이다. 그들이 다시 사는 길은 진실로 참회하는 것뿐이다. 다른 어떤 속임수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을 참회할 것인가?

잘못을 응징하기 위하여 주권자가 매를 들었다. 그런데 잘못을 저지른 주체가 번번이 그 매를 피하기만 한다면 주권자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사랑의 매를 들어서 따끔하게 징치하는 것은 아직도 애정이 남았다는 근거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매를 자꾸 피하고 감당하지 않겠다고 하면 실낱같은 애정의 끈조차 끊어지게 마련이다. 지금 대통합민주신당이 처한 현실은 주권자에게 완전히 외면당한 꼴이다. 대 참회의 굿판을 벌어야 한다.

첫째, 당의 주체적 세력이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책임이 있다. 정부 여당이 국민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무능을 참회해야 한다. 외환위기와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진정 불가역적 흐름을 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흐름 속에서 서민 대중의 고통을 경감해주지 못한 결과는 책임질 일이다. 보수언론의 방해와 한나라당의 발목 잡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책임은 경감될 수 없다.

둘째, 주권자는 엄중히 책임을 묻고자 하였으나 그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던 것을 참회할 때이다. 개혁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질책하는 국민의 소리에는 개혁한다고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던 동문서답을 반성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선진적 이상과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오합지졸이 돼 버린 잘못을 지적하는 소리에 당을 깨고 도망친 것도 동문서답이다. 여권이 공동으로 책임을 지라는 국민의 준엄한 목소리에는 모두가 노무현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긴 비열함을 참회할 때이다.

셋째, 정도를 걷지 못하는 것에 거듭 경고를 했음에도 길을 바로잡기는커녕 지역구도의 복원과 정치공학적 철새 행보를 거듭한 잘못을 참회해야 할 일이다. 국민은 단번에 지난 대선과 같은 재앙을 내리지 않았다. 수차례의 경고가 거듭됐고, 여전히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최종결론을 내린 것이다. 총선 후 재보궐 선거마다 잘못을 반성하라고 경고를 거듭했지만 그들은 반성하지 않았다.

지역구도의 극복, 깨끗한 정치, 상향식 정당, 백년 가는 정책정당 등의 슬로건이 실현되지 않아서 답답해하는 국민에게 그런 구호들이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응답한 결과인 것이다. 대선에서 대참패를 당한 것 자체를 참회할 일이다.

대의명분도 모두 팽개치고, 국민의 심판도 달게 받지 않았으며,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만 계산하기에 분주했던 시간들을 참회할 때이다. 국민은 그들을 개혁세력이라고 여겼지만 결과적으로 밥그릇 싸움에 따라서 모든 방향이 결정되는 반개혁 세력이 되고 말았다. 개혁하라고 뽑아준 국민에게 개혁한다고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헛소리를 하는 세력이 되고 말았다. 잘못을 했으면 거기에 대한 심판이라도 달게 받아야 하지만 그런 심판을 피하는데 급급해서 대통합민주신당이 탄생한 것이다.

미봉책으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는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이 곧 있을 총선에서 대몰락을 피하기는 어렵다. 성과를 내지 못한 무능,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함, 그래서 더욱 처참한 패배를 당한 것에 대한 책임이 여전히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처지이니 주권자에게 새로운 방향과 비전을 제시할 능력도 의지도 이미 상실한 상태다. 난파선의 아비규환 같은 살아남기 위한 쟁투가 예고되어 있을 뿐이다.

몇몇 인사의 희생을 통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미 김한길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이고, 유시민 의원이 낙선이 뻔한 대구출마를 선언한 상태이다. 심재덕 의원이 불출마와 탈당을 감행하였고, 일부 중진들이 희생재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렇게 약소한 희생제로 당을 회생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친노 세력의 2선 후퇴를 주장하는 모양이다. 국민의 생각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친노 세력만 지난 5년 집권에 책임이 있는가? 당에 대한 장악력도 영향력도 별로 없어서 번번이 정동영에게 밀리고, 김근태에게 치이던 친노 세력이 희생을 당한다고 다른 모든 자들의 책임이 면해질 것인가? 장관을 했고, 당의장을 했으며, 원내대표를 했던 자들이 참여정부를 몇 마디 비판한 것만으로 책임이 면해 진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국민이 정신 나간 것이다.

아직도 무엇을 반성해야 할 것인지도 모르고 엉뚱한 처방을 마구 남발하는 사람들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길은 난망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것은 유능한 정치, 당당한 정치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오합지졸, 무능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함, 그렇게 얻어맞고도 아직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무개념을 국민은 영원히 징치할 뿐이다. 약소한 쇼를 해서 모면할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진정한 희생제를 올려야 할 때이다

지금 대통합민주신당의 소멸이 없이는 민주화 세력은 아무도 살아남기 어렵다. 잘못 만들어진 당은 없어지는 것이 옳다. 다시 돌아보면 정답이 나온다. 왜 대통합민주신당이 생겨난 것인가? 왜 집권여당이었으며, 나름대로 좋은 틀을 갖췄던 열린우리당이 소멸되었는가? 다시 복기해 보면 앞길이 보일 것이다.

국민은 여전히 유능한 정치세력을 원한다. 유능하지는 못해도 그나마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는 정당을 원한다. 국민의 엄혹한 질책을 받으며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칠 줄 아는 정당을 원한다. 무능을 덮기 위한 수단,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 정치공학적 야합의 수단으로 탄생한 정당을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 그런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정당이라는 것이 국민의 평가라면 그것을 깨기 전에는 절대로 지지를 받기 어렵다.

과거의 열린우리당은 튼튼한 뿌리가 있었다. 바로 창당의 명분이었던 대의명분과 그것에 동의하는 당원들이 그것이다. 비록 무능하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소멸시킬 정도로 몹쓸 정치세력은 아니었다. 국민의 심판을 당당히 받아들이고 잘못을 진정으로 반성하며 견디면 언젠가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정당이었다. 주권자의 심판을 피해서 당장 눈속임을 하려고 하지만 않았다면 다음 총선에서도 기회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은 창당의 명분조차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다. 여전히 지지율은 형편없다. 과거 열린우리당 지지율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반이 되어야 할 당원도 없다. 심지어 자신이 당원인지 아닌지를 당에서 확인조차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대통합민주신당의 현실이다. 명분 없는 잡탕의 현실이다. 국민은 열린우리당에 무능하다며 심판을 내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나가서 다시 만든 명분 없는 잡탕당은 책임회피라는 죄목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진정한 희생의 제를 진지하게 올릴 차례이다. 첫째는 당의 해체이다. 둘째는 창당을 주도한 세력의 정계은퇴이다. 셋째는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선 후보가 된 사람과 경선에서 편법을 동원한 사람들이 배제돼야 한다. 여전히 중진이라며 정치적 기득권에 탐욕스러운 욕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정치를 그만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니 당의 해체를 공식적 절차를 밟아서 결의하고 모두 헤어지는 것이 옳다. 총선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대참패를 피할 수 없을 터이니 지금 접는 것이 그나마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입을 돕는 길이다. 새로운 정당은 분명한 정책지향을 가지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이 옳다. 지역주의에 기대는 정치, 정치공학적 계산에만 집착하는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 정치인들만이 이해관계를 가지고 뭉쳐서 서로 나눠 갖는 방식은 안 된다.

상향식 리더십을 확고히 수립하는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총선이 다 끝나더라도 서두름이 없이 차곡차곡 준비하여 신당을 만드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대안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되던 과정과는 정 반대로만 하면 된다. 탈지역주의, 상향식 정치, 100년 가는 책임정당을 건설하면 5년 후에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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