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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사진 찍고, 남편은 시 쓰고

[시와포토] 목사부부가 만든 시화, "오늘은 별 보러 가자"

등록|2008.01.08 15:06 수정|2008.01.08 15:06

양초2아내의 촛불 2 ⓒ 강명희


아내가 예쁜 양초 2개를 사왔다. 뭐 하나 봤더니 며칠 전에 선물 받은 도자기 등잔에 양초를 넣어 불을 밝힌다.

“야, 멋있다.”

주위에서 아이들이 환호성을 터뜨린다. 아내가 양초를 사온 이유는 그게 다가 아닌 듯 카메라를 찾는다. 그리고는 열심히 찍어 댄다. 몇 방을 찍었을까. 이제 그만 한단다.

물론 사진을 조금 많이 찍어 봤다는 이유로 아내 옆에서 사진 찍는 것을 코치도 해주었지만, 이제 아내도 준전문가다.

양초 3아내의 촛불 3 ⓒ 강명희


그렇게 열심히 찍어 대고 나더니 그제야 아이들에게 전깃불을 켜라고 말한다. 순전히 아내는 사진을 찍으려고 그랬을까.

하여튼 그런 촬영 퍼포먼스 후 컴퓨터에 옮기다가 다시 한 번 놀란 사진이 아래의 작품이다. 이걸 어디에 쓸까 하고 고민하는데 ‘더아모의집’ 아이들이 밤에 별을 보러 나간다고 난리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평소 생각해두었던 나의 사색을 머리에서 열심히 끄집어내니 금방 시가 한 수 완성 된다. 평소 시골 집 마당에서 별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되어 그 잔상과 심상이 내게 짙게 남아 있는 탓인지 금방 시가 완성된 것이다.

양초 4아내의 촛불 4 ⓒ 강명희


이렇게 해서 아내가 사진을 찍고, 남편인 내가 시를 써 완성한 것이 바로 아래 작품이다. 전에 남편인 내가 사진을 찍고, 아내가 시를 쓴 적이 있기 때문에 이젠 서로 빚(?)을 갚은 셈이다.

밤마다 별이 잘 보이는 시골마을에 살고 있으니 이런 일도, 이런 정서도 싹이 튼다 싶다. 
   
오늘은 별 보러 가자 - 일해 ( 一海)

양초1아내의 촛불 1 ⓒ 강명희


아이야, 불 밝혀라.
오늘은 여타 일이 있어도 별 보러 가자.
열일 제쳐두고라도 가자.

오늘은 별 보는 날,
오늘은 별이랑 노는 날,
오늘은 별이랑 사랑 나누는 날,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별이 되는 날.


이 날 넘기면 내일은 없다.
내일이 있다는 말에 속지는 말아라.
어제도 내일도 없는 것.
다만 오늘 지금만 있는 것.


오늘 밤, 별을 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게 틀림없다.
오늘 밤, 사랑을 보지 않으면 평생 사랑 한 번 못 해볼 거다.
오늘 밤, 노래를 보지 않으면 아마 사는 게 지루 할 거다.


아이야. 오늘 밤을 넘기지 마라.
까짓 거 내일 해도 된다고 미루지 마라.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이란다.


뭐 하니. 이제 하던 일 툴툴 털고
미련 없이 시름없이 별 보러 가자.
그래, 이 밤이 다가기 전에.......


덧붙이는 글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며, 본인은 이곳의 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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