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설렌 노무현, 눈물흘린 안희정
[현장] 친노 집결 출판기념회... 안희정은 '폐족' 가문 일으킬 수 있을까
▲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안희정 총선예비후보(충남 논산,계룡,금산)의 '담금질' 출판기념회에서 안희정씨가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 영상메시지를 보며 눈물 닦고 있다. ⓒ 유성호
노무현 대통령의 '동업자' 안희정씨가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해찬 전 총리, 정세균 전 열린우리당 의장, 유시민 의원, 안씨의 후원회장인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병준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노무현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씨, 역시 후원인인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 영화배우 문성근씨,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 청와대 전 수석들인 이백만, 조기숙, 서주석, 전해철, 박남춘, 이정호씨,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이광재, 서갑원, 김형주, 백원우, 윤호중, 김태년 등 친노쪽 의원들과 오영식, 이인영, 민병두, 우상호 의원 등도 참석했고, 김경수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등 청와대 비서관들의 모습도 보였다. 지역구 주민들도 자리를 같이했다.
사회를 맡은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은 "'노무현의 안희정'에서 '정치인 안희정'으로 출발하는 자리"라며 "오늘 (책이 많이 팔려서) 출판 기념회가 돈은 좀 될 것 같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보낸 대형화환이 놓였고, 안씨는 그 앞에서 팬클럽인 '안아요(안희정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나눠요)' 회원들과 함께 손님을 맞았다. 안씨가 썼던 글을 인용해 "폐족(廢族, 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가문, 족속)들이 다 모였다"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노 대통령 "희정씨의 성공은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성공"
▲ 안희정 총선예비후보 '담금질' 출판기념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축하 영상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유성호
노 대통령은 "책도 책이지만 희정씨가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알리는 자리"라며 "희정씨의 성공은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의 성공이 될 것이고 나가서 우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씨의 책은) 솔직히 말씀 드리면 읽기가 힘든 책이지만 읽고 나서 보람이 있었다"며 "내용이 안 좋으면 어떠냐? 안희정 책입니다, 책 많이 팔아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대선 패배 이후 집중적인 비판을 받아 온 친노 쪽 인사들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채무감과 동시에, 안씨에게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안희정 동지는 20년간 정치를 했는데, 국회의원 한 번도 못하고 궂은은 일만 주로 맡아서 했다"며 "유시민 의원도 정치를 같이 시작했는데 벌써 두 번 국회의원했으니까 이번에 안 해도 되고, 저도 5번 했으니까 돼도 좋고 안 돼도 좋은데, 안희정 동지만큼은 꼭 국회의원을 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당선되면 걸출한 정치인이 될 것 같다"며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보면 당기가 있고 북한 사람들 만났을 때도 당당한 면을 봤다, 정치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칭찬했다. 또 "노 대통령의 후계를 이끌어가고, 철학을 발전시키는데 좋은 동업자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발전시킬 재목으로 만들어달라"고 강조했다.
유시민 의원도 "같은 일을 해왔지만 지난 5년간 행운과 불행이 저와 안씨를 갈라놓으면서 저는 혜택을 받았고 안씨는 빚을 지고 그늘만 골라다녔다"면서 "4월 총선에서 둘 다 성공할 수 없다면 안씨가 성공하는 쪽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5년간 기회를 못 살린 저는 고향인 대구로 갔는데, 안씨는 그래도 조금 따뜻한 곳에서 새출발하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며 그의 당선을 기원했다.
안씨와 함께 노무현의 양팔로 불린 이광재 의원도 "희정이가 어두운 터널의 끝에 와 있다"며 "용띠인 희정이를 살아있는 용으로 만들어달라, 논산에서 대선 후보(이인제 의원)을 이기고 된다면 그 전도가 어디까지 갈지 다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미움·원한 뒤로 하고 사랑과 꿈으로 하는 정치하겠다"
▲ 안희정 총선예비후보가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담금질' 출판기념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안씨는 "노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새 출발을 해야 한다, 미움으로 세상을 보던 것에서 벗어나 한국 사회의 반듯한 주류세력이 되겠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며 "이 역사를 자랑스레 계승해 아버지대와는 다른, 진일보한 새로운 정치의 틀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우리 정치는 한 하늘 같이 이고 살 수 없는 원한으로 해온 것이었지만, 이제 우리 대에 이것을 끝낼 때가 왔다"며 "미움과 원한과 대립과 투쟁을 뒤로 하고 내가 갖고 있는 사랑 꿈·비전·소신으로 하는 정치가 새 정치의 중요한 첫번째 키"라고, 상생의 정치를 강조했다.
또 "노무현 가문으로서의 의리를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귀신이 곡할 정도로 실력 있게 이 사회 새로운 민주주의의 출발을 알리겠다"며 "민주화운동의 자랑스러운 후예로서 새로운 민주주의 위한 이정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안씨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1등공신이었음에도 지난 5년간 사실상 유배 상태였다. 역으로 그 때문에 별다른 흠을 입지 않았고, 그가 스스로 '폐족'이라는 말을 할 정도의 상황에서 '노무현 가문'의 부흥을 이끌 새로운 기대주로 가문 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결과는 역시 4월 9일 총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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