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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 앞에 아파트 단지? 정조가 땅을 치고 통곡한다

[1편] 화성 태안 3지구, 융건능, 용주사, 만년제 한 복판에 아파트 건설

등록|2008.01.09 15:07 수정|2008.01.10 14:12

▲ 위성사진으로 본 융건능, 용주사, 만년제의 위치와 택지개발 예정지역의 모습이다. 이들 세 개의 문화재는 모두 정조 시대를 대표할 만한 사적지로 이들 사이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 선다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 구글어스

 무분별한 택지개발로 정조의 효심이 운다 
대한주택공사가 택지개발을 위해 10년 가까이 사업추진을 해 온 화성태안3지구 내에서 줄줄이 문화재가 발굴되면서 '택지개발 공사중단 및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이 택지 개발지역은 정조의 능과 아버지 사도세자(장조)의 능이 있는 융능과 뒤주 속에 갇혀 승하 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수호하고 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정조가 만든 사찰인 용주사(龍珠寺) 사이에 위치하여 공사초반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특히 그간 정확한 위치 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도지정문화재 제161호인 '만년제(滿年堤)'가 완전 복원 결정 나면서 이 지역은 정조시대 최대의 문화유적지로 재평가 받고 있다. 만년제는 1797년(정조 21)에 완성된 것으로 융건능 아래쪽에 위치하며 수원의 서둔(西屯), 서호(西湖) 등의 시설과 함께 정조의 권농정책을 보여주는 중요한 농업사적이다.
 
또 문화재 발굴조사에서는 택지개발 중심부에 정조대에 만든 재실 터가 완벽하게 발굴되었으며, 용주사 옆으로는 백제시대로 추정되는 농업기반시설이 발굴되는 등 문화재의 보고로 관련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능원침내금양전도(陵園寢內禁養全圖)의 일부능침 내에서 나무나 풀을 함부로 베지 못하도록 능침의 범위를 규정한 그림인 능원침내금양전도(陵園寢內禁養全圖)의 일부이다. 지도에서 보이는 붉은 점들 사이가 바로 화성 태안3지구의 위치이다. 만약 저곳에 아파트가 들어 선다면 이후 지도는 저렇게 바뀔 것이다. ⓒ 최형국


주공, 이미 들어간 돈이 있으니 뽑아내야 한다?
 
이들 문화재와 사찰은 현재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화성(華城)의 뿌리가 되는 곳으로 만약 이곳이 훼손될 경우 화성 성역화 작업에도 많은 문제가 될 전망이다. 화성 성곽의 경우는 현재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함께 나서 수천억이 넘는 돈을 투입하면서 대대적인 복원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현재 태안 3지구의 모습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사업의 주체인 대한주택공사는 총사업비 4660억원 가운데 이미 2110억원이 투입됐기 때문에 사업 진행 축소를 해서라도 반드시 개발해야겠다는 입장이다. 또 주공은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추진되고 절차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하루 빨리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하여 관련 사학계와 시민단체들에게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새로 발굴된 택지개발 지역 내에 문화재의 경우 그 가치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사적지 지정권고안 대신 단순 체육공원 내에 재실터 만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문화재법을 회피하고 있어, 지나친 개발주의로 인해 문화재가 훼손될 위험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유물 발굴 조사 사진현재 화성 태안3지구내의 막바지 유물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 발굴된 유물의 경우 백제시대 수리시설로 추정되는 나무보와 그 당시 사람 및 소의 발자국이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 최형국


효(孝) 테마공원, 정조의 효심을 살리는 길이다
 
향토사학자, 종교계, 학계, 지역 의원, 시민단체 등이 용주사에 모여 결성한 '효 역사문화권역 지정 추진위원회'는 주공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무분별한 주택개발이 아닌 세계적인 효테마 공원으로 개발을 변경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추진위는 경기도가 이 지역을 세계적인 효테마 공원으로 개발할 경우 유·무형의 가치는 어떤 개발과도 비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그 동안의 소요예산을 능가하는 관광수익을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평가하였다. 효테마 공원은 갈수록 고령화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아버지를 향한 정조가 남긴 '효' 실행과 정신을 통해 현대인들의 정신적 궁핍함을 채우는 효행교육의 장으로 각광 받을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 문화재 보호와 지역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고심할 지자체와 주공의 결정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개발을 빌미로 역사 문화재를 파괴해서는 안된다"
[인터뷰] 이남규 한신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 대한주택공사가 택지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태안3지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지요?
"고대~근세의 유적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을 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단지로 개발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경관을 크게 훼손하고 초장 왕릉터 등을 파괴하여 융건능 일원이 갖고 있는 유일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결정적으로 파괴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 발굴된 문화재의 가치를 볼 때 단순한 체육공원 지정이 합당한지요?
"재실터는 단독적 구조물이 아니고 융건릉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성을 갖는 초장 왕릉터의 한 부분이라는 개념 없이 판단한 결정이며, 이곳은 단순한 체육공원이 아니라 역사문화공원으로 꾸며져야 할 곳입니다."

- 문화재 보호와 지역개발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요?
"먼저 국가적 차원에서 문화재에 전국 규모의 종합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급적 중요한 문화재가 위치하는 지역은 개발을 피해야 할 것이며, 부득이 개발해야 하는 경우에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조사하면서 합리적 보존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최형국 기자는 중앙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정조시대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http://muye24ki.com 를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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