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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규제 풀겠다"- 은행장들 "신불자 해결 위해 노력"

[현장] 이명박 당선인과 금융CEO들, 2시간 넘게 무슨얘기 오갔나

등록|2008.01.09 19:37 수정|2008.01.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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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새정부는 금융사회 발전시켜 나가겠다"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9일 오후 전국은행연합회에서 금융인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영상 - 인터넷방송사공동취재단> ⓒ 인터넷방송사공동취재단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이명박 당선자 초청 금융인 간담회'에서 우리은행 박해춘 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9일 오후 1시 40분께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 로비.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비롯해 국내 주요 시중은행장과 증권·보험사 사장들이 속속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 밝은 표정들이었다.

오후 2시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도착했다. 밝게 웃으면서 기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이 당선인은 곧바로 은행회관 14층으로 향했다. 금융권 최고경영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이처럼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금융인들을 만나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는 2시간 넘게 진행됐다. 14명의 금융 CEO들이 주로 이야기를 건넸으며, 이 당선인은 행사 시작과 마무리에 발언하는 정도였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도 "금융업계의 현황과 애로점을 주로 듣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명박 "서울시장 때 금융허브 하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

이명박 당선인은 모두 발언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금융산업이 발전해야 한다"면서 "새 정부에선 이를 위해 법을 바꿀 것은 바꾸는 등 금융 규제 자체를 없애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은행장 등도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주로 금융시장에서의 각종 규제를 풀어 금융회사들의 자율성을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또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은행들이 서로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는 다짐도 이어졌다.

우선 이명박 당선인은 자신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구상했던 금융허브를 꺼냈다. 이 당선인은 "서울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들어 보려고 했고, 정부와 대화를 가졌다"고 회고했다. 이어 "(금융허브를 위해) 규제를 많이 풀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정부와 서울시가 원만하게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새 정부에선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환경을 만들 것"이라며 "바꿀 법이 있으면 바꾸고, 규제를 없앨 것이 있으면 없애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정권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운을 뗀 뒤 "그렇다고 여러분이 말할 때 어떻게 될까 하면서 계산하면 오늘 모임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용기를 가지고 주저 없이 말해 달라"며 허심탄회한 간담회가 되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은행장들, "신불자 해결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할 것"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이명박 당선자 초청 금융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 당선인의 모두 발언 이후 라응찬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첫 발언자로 나섰다. 그는 정책적으로 금융기업을 키운 네덜란드 사례를 들면서, 대형그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라 회장은 또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현재와 같은 법률 체제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자본시장 통합을 계기로 금융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금융지주회사와 관련해 정부의 제도적 보완을 요청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은행과 증권, 보험을 함께 하는 겸업주의로 가고 있다"면서, "전업주의를 택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두 행장은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의 신용회복을 위해 금융권이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500만원 이하 채무자를 대상으로 사회봉사활동 1시간당 3만원의 원금을 깎아주는 제도를 소개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금융시장 일자리 창출을 위한 아이디어도 내놨다. 강 행장은 "세계 유수 은행들은 은행 업무와 여신 기능을 분리하고 있다"면서 "국민은행도 1년 동안 두 업무를 분리하면서 고용이 늘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소유인 우리은행의 박해춘 은행장은 "일반 공기업이든 금융기관이든, 공기업 형태보다는 민영화가 생산적인 면에서 낫다"고 평가했다.

이들 이외 다른 참석자도 대부분 일자리 창출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인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간의 분리)나 국책은행의 민영화 부분에 대해선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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