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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프라이머리, 한국과 비교해보니...

'혼혈 흑인'과 '샐러리맨 신화'의 공통점과 차이점

등록|2008.01.09 21:07 수정|2008.01.09 21:24
'여성의 눈물'이 여성 유권자들을 결집시켰다는 분석이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오바마 돌풍' 속에서 위기에 빠진 듯했던 힐러리 클린턴이 부활했습니다. 뉴햄프셔 주의 프라이머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 직전 여론조사에서도 힐러리 클린턴의 예상지지율은 9~10% 가량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이 '눈물'을 흘림으로써 2% 차이의 승리를 거뒀다고 합니다. 여성 유권자들이나 '경륜있는 후보'를 기대하는 경향의 유권자들을 결집시켰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버락 오바마의 핵심 지지층이던 18~24세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율이 저조했다는 것도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이로써,2월 5일, 일명 '쓰나미 화요일' 직전까지 민주당 대선후보가 누구로 확정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언론들은 확실히 미국 민주당의 프라이머리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작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지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앞세웠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30% 대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 대선과 마찬가지로 미국 대선에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등,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정권교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2008 미국 대선 프라이머리에서는 지난해 12월 19일에 치뤄진 우리 대선과 비교해볼 수 있는 지점이 많습니다. 물론,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범여권'이라 불리우던 현재의 여권 세력이 왜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인에게 패했는지의 이유도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버락 오바마, 왜 부각됐나

.image.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모두가 '백인 남성'이었다는 것을 감안해봅시다. 버락 오바마는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미국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입니다. 그리고, '퍼스트 레이디'를 경험했다고는 하나 힐러리 클린턴은 '여성'입니다. 민주당의 유력후보들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파격'으로 비춰질 수 있는 후보들입니다.

물론, 이러한 파격은 그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수도 있는 양날의 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버락 오바마의 두각과 더불어, 한국의 일부 누리꾼들은 "버락 오바마의 부각으로, 보수적 백인들의 공화당 지지 결집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가능성이 아주 없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두 유력후보의 파격은 미국 민주당으로써는 일종의 모험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후보는 버락 오바마입니다. 약점이라면 약점일 수 있는 '흑백 혼혈'임에도 각광받는 후보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의료보험 문제 해결' 등, 미국인들이 가장 목말라 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집어내 어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약점일 수도 있는 '흑백 혼혈'이 오히려 미국 내의 인종갈등에 대한 '봉합'의 상징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모님의 이혼과 마약 복용 경험, 그리고 그 문제많은 '의료보험' 때문에 어머니를 잃는 등, 불우한 젊은 시절을 보낸 40대 정치인이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과 함께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내 최고의 자리인 대통령 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탁월한 대중 연설을 바탕으로 한 카리스마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정체된 '대 테러 전쟁'과 함께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미국에서, 현재로서는 '변화'에 대한 갈망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버락 오바마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과연, 그가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강력한 당내 라이벌과의 대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그리고 본선에서도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흥미진진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 범여권, '버락 오바마'와 같은 매력의 인물이 부재했다

한국 범여권이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당선인에게 패배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단, '안티 노무현 정서'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강남 일대의 부유한 유권자들이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입니다. 그 목소리는 결국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론'에 호응했고, 여기에 '이명박'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나타나 끝내 승리를 거머쥔 것입니다.

범여권으로서는, 이러한 정서가 가장 극복이 어려운 부분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도덕한 인간'이라는 오명과 치명적이고도 남을 불법 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명박 후보였음에도, 큰 차이로 패배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안티 노무현 정서'를 뛰어넘어 이명박 후보와 자웅을 겨룰만한 '매력적인 카드'가 부재했기 때문입니다.

2002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심지어 한자릿수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2007 대선에서의 범여권의 패배를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으로만 몰아가는 것도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2002 대선 당시의 '노무현'이라는 카드는, 그런 약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개인적 매력, 특히 젊은 유권자들을 집결시킬 수 있는 매력이 다양한 카드였습니다.

한국인의 마음속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정치적 지역감정'과 '미국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발언들과 그 개인의 인생 역정, 선거광고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노무현의 눈물' 등, 변화를 갈망하던 젊은 유권자들의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카드들이 풍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시의 한나라당은 노무현 후보 개인과 처가에 대해 '레드 콤플렉스' 자극을 구태의연하게 활용하다가,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의 '안톤 오노 사태'나 효순·미선 미군 궤도차량 압사 사건 등과 맞물려 젊은 유권자들에게 완벽하게 적으로 몰렸던 것이 패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2007 대선에서도 범여권의 숙제는 2002 대선에서의 '노무현 지지' 표를 모두 집결시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낮아도 그를 단번에 덮어버릴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가 돌출되면, 2002년의 사례가 가능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은 뻔한 예비후보들끼리 '박스떼기 논쟁'을 벌이면서 스스로 생채기를 냈고, 그렇게 선출된 후보들끼리는 단일화 논쟁을 벌이다가 사분오열된 상태로 대선을 맞이했습니다.

경선 초반에 고건·정운찬·박원순과 같은 인사들에 대한 영입론이 제기됐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후보가 바로 문국현 현 창조한국당 대표지만, 출마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점과 함께 '이회창 출마'나 '단일화 패러다임'에서 혼란을 겪으면서 상승세가 주저앉게 됩니다.

초선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연방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던 버락 오바마와는 달리 공직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 그리고 이제 대선후보 선출 과정의 상식으로 자리잡은 '경선'이 부재됐다는 것도 약점으로 작용했습니다. 게다가, 버락 오바마는 '민주당'이라는 '힘 있는 정당기반'에 몸을 담고 있는 것과는 달리, 문국현 후보는 오직 독자적인 지지율로써 대선에 임해 '당선 후'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도 어려웠습니다.

한국 유권자들이든 미국 유권자들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것도 좋지만, 그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2002년의 노무현 후보도 '새천년민주당'이라는 기성정당의 기반이 있었습니다. 유권자들은 기존 정치권을 매일같이 욕해도, 결국 무시할 수 없는 이유들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무현의 승리', '버락 오바마의 기반'은, 변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개인의 매력과 함께 "그래도 기성정당 소속이니 '힘'이 있지 않겠느냐"는 유권자들의 이중적인 심리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주목받는 '민주당 프라이머리', 그 틀은 오히려 '한나라당'에서 엿보였다

불법 비리 의혹에 휘말린 이명박 당선인이지만, '샐러리맨의 신화'라는 상징성이 강했다는 것도 큰 의미를 갖습니다. 그 실체가 여기저기서 이견이 들어왔고 실제로 의문이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지만, "이명박은 뭐든 손만 대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미지가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는 확실하게 통했던 것입니다.

2007년 초반에 방영된 MBC 드라마 <하얀거탑>을 기억해보시길 바랍니다.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장준혁(김명민)'에게 지지를 보내는 시청자들이 많았습니다.

권력과 출세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을 읽을 수 있는 장면이었으며, 일상 속에서 '힘'에 짓눌리는 현대인들이 오히려 그 '힘'을 강하게 동경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명박 대세론'의 핵심은 <하얀거탑>에서 '장준혁'이라는 캐릭터가 화제가 됐던 이유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런 '이명박'과, '퍼스트 레이디 출신 여성'이라는 상징성을 갖는 '박근혜'가 자웅을 겨루니, 불법 비리 의혹이 판을 쳐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흥미진진했습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표는 국정을 구체적으로 이끌어본 경험은 없지만, 한나라당 지지자들로서는 고사 직전에서 박근혜 당시 대표가 한나라당을 구출했던 2004년을 잊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경선에서도 당원 투표는 오히려 박근혜 전 대표가 이겼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와는 달리, 경선이 구태의연했고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이 부재됐던 정당은 민주개혁세력이라는 대통합민주신당이었습니다. 정동영·이해찬 양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권주자로 부각된 가운데, 뚜렷한 매력을 선보이지 못하고 식상해졌습니다.

손학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가담하면서 잠시 흥미진진해지는가 싶었지만, 그도 '박스떼기 경선 파동'에 휘말린 가운데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해 주저앉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은, 현재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비해 덜 부각되는 '공화당 경선'과 비슷합니다.

현재 미국 공화당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실정을 뒤로 젖혀놓고 '개인'을 주목시킬만한 후보들이 아직 부각되지 않았다는 것도 비슷하겠죠.

물론, 미국 공화당에서는 아직 '루돌프 줄리아니'라는 복병이 아직 용틀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지켜볼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9·11 테러의 여운은 지나갔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나 '의료보험'이라는 당면한 현실을 중시하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점, 여전히 공화당에 불리합니다.   

이명박·박근혜 양자는 부유층의 입맛을 자극하는 공약과 정책으로 일관했다는 차원에서, 미국의 핵심을 건드리는 '의료보험 개혁'이라는 정면승부를 내건 버락 오바마·힐러리 클린턴과는 비교할 바가 못됩니다.

하지만 정책을 떠나 '개인'을 주목하면, 주목받는 이유가 보입니다. 대중은 해당 정치인의 '매력'을 중시하며 그것을 지지로 소화합니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메니페스토 문화가 정착되지 못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정동영의 이야기'보다 '안티 이명박'에 집중한 정동영 후보가 이길 수 없었던 이유는 보다 명확해집니다.

얼핏 보면 '닮은 꼴', 하지만 화합하기 어려운 '민주당 후보'와 '이명박'

버락 오바마나 힐러리 클린턴이 부각된 이유는, 조지 W. 부시가 벌인 '대테러전쟁'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것에서부터 비롯됩니다. 마이클 무어가 집요하게 건드린 '조지 W. 부시'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정의'를 포장해 대테러전쟁을 벌였으며, '의료보험 개악'에도 찬성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이라크에서의 미군 철군'이나 '의료보험 개혁'이라는 당면한 과제를 소리높일 것입니다. 이는, 주한미군대사 앞에서 "이번 한국 대선은 보수우파와 친북좌파의 대결"이라고 발언했으며. '이라크 파병 찬성'이나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협상' 등의 목소리를 내세우는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과는 다른 색깔입니다.

과거에, 대북정책에 있어 빌 클린턴 행정부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호흡을 과시하며 성과를 냈던 것을 감안해보면 앞으로 전개될 양상이 느껴지실만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다양한 변수가 있습니다.

민주당 후보들이 집권해도 그 공약들을 무시하고 보수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FTA 추진 과정', '주미대사 홍석현 내정',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시도' 등을 통해 한국인이 먼저 느낀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에서의 '대테러전쟁'이나 '의료보험'은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군수산업체나 보험업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입니다. 시장주의의 천국 미국에서 과연 이를 거역할 수 있는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것입니다.

유럽에서 건너온 환전꾼과 은행가들의 집중공략 속에서 결연히 미 중앙은행과 화폐발행권을 지켜낸 미국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 이후, 자본과 제대로 된 전쟁을 벌인 미국 대통령이 전무하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이런 무궁무진한 가능성 속에서 치뤄지는 대선이 2008 미국 대선입니다. 어떤 이가 대통령이 돼 한국에 영향을 미칠지, 우리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듯 다양한 관점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우리는 충분히 돌아보고 우리 정치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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