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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책자문이 이명박 수사한다면?

특검보 후보 10명 중 '부적절 인물' 상당수... 최종 인선에서 진통 예상

등록|2008.01.11 16:43 수정|2008.01.11 17:24

▲ 10일 오후 헌법재판소가 '이명박특검법' 헌법소원에 대해 참고인 동행명령제 부분만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한 가운데 재판을 마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등 법관들이 법정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15일부터 '이명박 특검' 수사에 참여할 특별검사보(이하 특검보) 후보로 추천된 변호사 10명의 명단이 11일 발표됐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지난해 이명박 캠프의 정책자문을 맡거나 정치색 짙은 시민운동에 참여한 인사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 특검보 최종 인선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호영 특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추천하기로 한 특검보 후보자들은 다음과 같다.

▲ 판사 출신 (4명)
- 홍중표 : 사시 25회,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 문강배 : 사시 26회, 전 서울지법·고법 판사, 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 이준 : 사시 25회, 전 서울고법 판사, 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02-3404-0171,
- 이상인 : 사시 27회,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인천지법 부장판사, 현 법무법인 로시스 대표변호사.


▲ 검사 출신 (2명)
- 김학근 : 사시 23회, 전 서울지검 조사부 검사.
- 윤형모 : 사시 23회, 전 인천지검 부장검사, 현 법무법인 정 대표변호사.


▲ 변호사 (4명)
- 최철 : 사시 26회.
- 박요찬 : 사시 26회.
- 김욱균 : 사시 27회.
- 이건행 : 사시 27회, 법무법인 서린 변호사


노 대통령은 14일까지 이들 중 5명을 특검보로 임명하되, 판·검사 경험이 없는 변호사를 최소 2명 이상 포함시켜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모교(고려대) 출신이 배제되고 정 특검과 같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문강배·이준)들이 2명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특검보 후보들의 면면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 당선인에 대한 수사에 참여하기에 부적절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박요찬 변호사, 작년에 이명박 정책자문위원으로 참여

특히 이 가운데 박요찬 변호사의 경우 2002년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에서 활약한 뒤 작년 5월 27일 이명박 당선인의 경선캠프가 발표한 116명의 정책자문위원 명단(행정 분야)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세를 전공한 세무학 박사여서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적극적이지는 않았지만 (이명박 캠프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이 당선인에 호감을 가져서 정책자문단에 참여했는데, 지금에 와서 이 당선인을 상대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그럴 수 있다. 내가 어떤 캠프에 참여한 것이 어떤 성향이라는 것과 관련되는 것이고, 그런 성향은 이미 공개된 것이니까…. 오늘도 특검 측에서 검증 동의서라는 것을 요구해서 제출했다. 청와대에 올라가면 그런 부분이 걸러지지 않겠나? (웃으며)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본업에 충실하도록 하겠다."

박 변호사는 "특검보 인선이 너무나 짧은 시간에 이뤄져서 (나에 대해) 제대로 확인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나에 대한 판단도 추천권자의 재량으로 생각하는데, 이번 일 때문에 정 특검에 화살을 돌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특검을 옹호했다.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BBK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이른바 `BBK 특검'의 특별검사로 임명된 정호영 전 서울고등법원장이 7일 오후 역삼동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학



김욱균 변호사는 2000년 총선 당시 언론에 경북 상주(김 변호사의 고향)에서 출마예상자로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있다.

그는 2005년 이석연 변호사가 대표를 맡은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이하 시변)의 발기인과 운영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이명박 특검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인물이다.

김 변호사는 2006년 9월 5일 선진화국민회의가 발표한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반대' 지신인 선언에 동참하는 등 한나라당의 대북 노선에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지인들의 권유로 시변의 발기인이 됐지만, 이석연 변호사와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변에 적극 참여하지도 않았다. (작통권 환수 반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것 때문에 '한나라당 사람'으로 단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항변했다.

작통권 단독행사 반대 서명 참여, 영장수임 1위 변호사도 있어

홍중표 변호사는 1997년 5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영장전담판사로 유명하다. 97년 11월 검찰이 이적표현물 제작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에 대해 "북한의 주장에 동조, 찬양·고무하는 것만으로 보이지 않아 이적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하는 등 의외로 진보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3월 변호사를 개업한 그는 6개월 만에 '서울중앙지법 영장사건 수임 1위'를 기록한 일로 같은 해 9월 이용훈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홍 변호사는 전·현직 법관들의 사조직 '법구회' 회원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법구회 전직 회장이 그해 영장전담판사였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서울지방 변호사(총 3701명)들이 평균적으로 두 달에 한 번꼴로 형사사건을 수임하는 것과 비교할 때, 개업한 지 6개월도 안된 전관 출신 변호사가 구속사건을 싹쓸이하는 것은 전관예우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강배 변호사는 2001년 언론사 탈세 사건 당시엔 <조선일보>,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당시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변호인단에 참여한 전력이 눈길을 끈다. 이건행 변호사는 대전고 8년 선배인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의 변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명박 특검법을 대표 발의한 윤호중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정호영 특검이 수사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적절한 인사들이 특검보로 임명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최종 인선과정에서 문제 있는 사람들을 정리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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