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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선거 때 YS가 '기죽지 말라' 격려해주셨다"

YS 팔순 축하연서 "속 태웠던 대선" 소회 토로

등록|2008.01.11 20:23 수정|2008.01.12 14:32

▲ 이명박 당선인이 지난해 3월 연 에세이집 출판기념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선거 과정에서 제가 여러가지로 속을 태웠다."


11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대선 과정에 대한 소회를 토로했다. 이날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팔순 축하연 자리에서다.

이명박 당선인은 축사에서 "지난 선거에서 (저를) 믿어주신 분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속을 태웠지만, 그 때마다 김 전 대통령이 (저에게) 틀림없이 전화를 주셔서 '기죽지 말라'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대선 기간 내내 자신을 따라다녔던 'BBK 사건' 의혹 공세에 시달리며 힘들었던 심경을 털어놓은 셈이다. 동시에 어려울 때마다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워준 김 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감사의 뜻을 표한 것이다.

"계산도 없이 물불 가리지 않고... 고맙다"

이 당선인은 이어 "(YS의) 늘 당당한 젊은 목소리, 거침 없는 촌철살인의 말씀을 보면서 팔순이 되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지난 민주화 과정에 누구도 범할 수 없는 큰 족적을 남겼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 당선인은 또 축하연에 참석한 하객들을 향해 "한 분, 한 분 다 말씀 못 드리지만 정말 열심히 해 줬다, 계산도 없이 물불 가리지 않고…"라며 "선거가 끝나고 보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해준 분들이 이 자리에 다 와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2008년 이제는 민주화·산업화 시대를 뛰어넘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선진화 시대를 여는 데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의 힘이 필요하다"며 "선배님이 목숨 던져서 이뤄논 역사를 이뤄가면서 저도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김영삼 전 대통령도 "이제 불안했던 10년은 가고 잃었던 길을 다시 찾아 나서는 도정이 시작됐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하늘이 이 나라를 돕고 있다. 압도적인 지지로 이 당선자를 세워서 새로운 시대를 열게 해 주신 위대한 국민에게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당선인을 정계에 입문시킨 장본인이다. 김 전 대통령이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 대표로 재임하던 1992년 이 당선인은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전국구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김덕룡 의원 등 이른바 '민주계' 인사들을 동원해 이명박 당선인을 간접 지원했다.

이와 관련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대선에서 각하는 일찍이 이 당선인을 적극 밀었다. 각하의 적극적인 지지 선언은 이 당선인에게도 앞으로 큰 힘과 격려가 될 것"이라며 "신년 벽두,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김 전 대통령 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덕룡 "각하는 결벽한 사람... '오야붕은 주는 사람'이라고"

한편 이날 축하연에는 강재섭 대표 등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수십 명을 비롯해 김문수 경기지사, 허남식 부산시장 등 600여명의 하객이 참석해 김 전 대통령의 팔순을 축하했다. 또한 이홍구 전 총리,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 정원식 전 총리, 윤관 전 대법원장, 김종필 전 총리,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등이 참석했고, YS의 차남 현철씨가 행사장 앞에서 이들을 맞았다.

김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측근으로 통하는 김덕룡 의원은 "각하는 돈이나 재물에 집착하지 않고 결벽하게 살았다, 오야붕은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이라고 늘 말했다"며 "정치자금에서도 각하는 '머무는 종착역이 아니라 스쳐가는 정거장'이라고 표현한 게 그런 뜻"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각하가 이룩한 업적이 큰데도 불구하고 세상의 평가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각하를 모셨던 저희들의 무능"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다음은 이명박 당선인의 축사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인사말 전문이다.

이명박 당선인 "국정 잘못하면 언제든 지적해달라"

"정말 축하를 진심으로 드립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내외분께 마음으로부터 담아서 드린다. 제가 사실 먼저 올라오려고 했지만 일정을 바꿔서 왔다. 오다가 테레비 보면서 정말 잘 생기셨다. (웃음) 영화배우가 됐어도 충분히 하셨을 거 같은데. 왜 잘생겼단 말 하냐면. 내가 이번 선거에서 우리 광고 팀이 만든 광고를 보니 잘 생기지도 못했습니다.. 목소리도 별롭니다..라고 나오더라. 그래서 기분이 나빴는데, 지금은 당선됐기 때문에 그것때문에 됐나해서 괜찮다.

김 전 대통령이 솔직히 말씀드려서 팔순까지 갈 줄 몰랐다. 늘 당당한 젊은 목소리, 거침 없는 촌철살인의 한 말씀 하시는 거 보면서 팔순이 되신 거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 날은 더 말씀 드릴 게 없다. 지난 민주화 과정에 누구도 범할 수 없는 큰 족적 남겼다. 이 자리에 정말 민주화 위해서 일하시고 산업화 위해 일했던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다. 2008년 이제는 또 민주화, 산업화 시대를 뛰어넘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선진화 시대를 여는 데도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의 힘이 필요하다.

선거 과정에서도 제가 여러가지로 속을 태웠다. 믿어주신 분들에게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속 태웠는데, 그 때마다 김 전 대통령이 기죽지 말라고 했다. 이 자리에 계신 한분한분 다 말씀 못 드리지만 정말 열심히 해 줬다. 계산 없이 물불 가리지 않고. 선거 끝나고 보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해 준 분들이 이 자리 다 와 있다. 이 자리 빌려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김영삼 내외분이 지금같은 건강을 유지해서 100세 120세 또 이런 후배들과 함께 하셨던 분들이 축하의 모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급적 120세까지 사시면 저는 참여할 수 있을지 없을 지 잘 모르겠지만(웃음) 아무튼 건강한 모습으로 계시면서 국정 할 때 잘못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지적해 주시고 잘 한게 있으면 격려 해 주시고 힘이 되 주시길 부탁드린다.

늘 건강하십시오. 여러분께서도 건강하셔서함께 지난날 이뤘던 세월을 늘 기억하면서 긴 생애 살아가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선배님이 목숨 던져서 이뤄논 역사 속에서, 역사를 이뤄가면서 저도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의 계기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겠다. 함께 하신 모든 분들의 건강을 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자유민주주의 훼손되면 떨쳐 일어나 싸울 것"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 이 자리를 만들어 주신 김수한, 박관용 의장과 김덕룡 의원, 실무 일을 맡아 준 홍인길, 김무성 의원 그리고 이 사람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이 자리에 나와 준 존경하는 동료, 동지 여러분. 감사하다. 반갑다.

제 나이가 어느덧 팔십이라는 것이 저 자신, 믿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하다 저도 모르는 사이 여든 살이 됐다. 인생은 과연 삼국지에서 누가 말한 것처럼 백마가 달려가는 것을 문틈으로 내다보는 그 순간처럼 빨리 지나갔다. 그러나 지난 80년 역정을 돌아보면 저로서는 감회가 적지 않다. 제가 살아온 80년은 질풍노도의 시대였다. 우리 조국은 그야말로 격동의 80년이었다.

오늘의 저를 키운 것은 내 조국의 하늘과 땅이었다. 식민통치와 분단, 그리고 독재라는 조국의 척박한 현실이 저를 부르고 저를 키우고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 저에게 내 나라를 반드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사명감과 애국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일제의 식민통치였다.

저로 하여금 정치의 길, 민주투쟁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은 이승만 독재였다.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제 어머니의 희생은 저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오랜 군부독재의 탄압은 문민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에 저의 열정을 불태우게 했다. 몇번씩이나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제 스스로 생명을 건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침내 우리는 1993년 2월25일 이 땅에 문민민주주의 정부를 세웠다. 그것은 한국정치사의 새로운 출발이었다. 저는 32년에 걸친 기나긴 군사독재 정권을 제 손으로 저의 책임 하에 청산했다. 공직자 재산공개와 금융실명제를 단행했다. 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내 조국이 안고 있는 장애와 위험을 제거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나이가 없고 희망을 품고사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고 한다. 저는 내 조국, 내 국민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저에게는 아직도 꿈과 희망이 남아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무대에 우뚝 서서 위대한 한민족 시대를 창조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 꿈이 이뤄진 어느날 조용히 그러나 기쁘게 눈 감을 수 있기를 저는 바란다. 이제 불안했던 10년은 가고 잃었던 길을 다시 찾아 나서는 도정이 시작됐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늘이 이 나라를 돕고 있다. 압도적인 지지로 이 당선자를 세워서 새로운 시대를 열게 해 주신 위대한 국민에게 감사드린다. 감히 여러분 앞에서 고백하거니와 저는 한 인간으로서 결코 비겁하게 살지 않았다. 저는 한번도 저의 사사로운 이익을 챙기지 않았다. 저는 온몸으로 앞장서서 싸워서 이 나라 문민 민주주의를 쟁취해 냈다. 저 자신, 현실을 헤치고 길을 개척했다. 대도무문의 자세로 민주주의의 새벽을 열어 나왔다.

저는 이 나라, 이 국민이 있어서 행복했다. 이 나라 이국민이 위대했고 저는 이 나라 국민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었다. 제가 조국을 위해서 공헌한 일이 있다면 그 모든 영광은 사랑하는 내 조국과 위대한우리 국민에게 돌려 드리고 싶다.

'조국과 국민이여 자유민주주의와 더불어 세계 속에서 번성하고 영원하라' 이것이 제가 조국에 바치는 헌사요 저의 마지막 소망이다. 그러나 조국의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되거나 위험을 맞이한다면 저는 비록 늙은 몸이지만 떨쳐 일어나 싸울 것이다.

이렇게 달려오는 동안 미처 헤아리지 못한 일 또한 적지 않을 거이다. 신세진 것을 다 갚지 못했고 본의 아니게 소홀히 대했거나 상처를 준 일도 있을 것이다. 이제 그 모든 서운하고 섭섭한 것들을 풀고 갔으면 한다. 저의 불찰과 부덕을 이 자리를 빌어 용서를 구한다.

저는 제가 잘나서 저 혼자 이날 이때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의 오늘이 있게 한 것은 저와 함께 길을 걸어 나왔던 동지 여러분과 저와 함께 국정에 참여했던 동료 여러분들이었다. 오늘의 저를 있게 한 것은 저 깊은 독재의 암흑 속에서도 저를 지키고 키워주신 이 나라 국민이었다. 그리고 제 아버지와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이 있어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것을 오늘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하다. 동지 여러분. 감사했다. 동료 여러분 감사하다. 저의 가족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새해에 건강하시고 나라에는 평화가 가정에는 만복이 깃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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