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아! 예슬아! 이제 그만 숨고 나오렴
안양에서 실종 19일째 맞은 어린이들아, 건강하니?
▲ 지난 26일 안양에서 실종된 두 어린이 ⓒ 최병렬
어제(11일)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도중 안양을 지나며 너희들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을 봤단다. 인터넷에서 기사로 보던 것과 달리 정말 너희들이 없어졌다는 것이 심각하게 다가오더구나.
그동안 나는 지방에 있다고 너희들 얼굴 한번 유심히 살펴본 적이 없었다. 지금도 한창 너희들을 찾고 있을 사람들에게, 그리고 너희들에게 정말 미안하구나.
그동안 관심 가져주지 못해 미안해
처음 너희가 사라졌다는 기사를 보고 옛 생각이 나더구나. 먼저 '나라면 어디로 갔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10여년 전에나 그 곳에서 놀던 나에게는 특별히 갈만 한 곳은 떠오르지 않더구나. 놀이터·문방구·공원, 아니면 PC방…. 어린 너희들이 놀러간다고 안양 1번가나 수원·군포·수리산 등을 가지는 않았을 테고 도저히 답이 안 나오더구나.
너희들이 자주 놀던 곳이 주택가 근처라 지나가는 너희를 본 사람이 제법 많을 듯 한데도, 너희들의 행방을 CCTV에만 의존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부끄럽구나.
너희가 사라진 지 어느새 20일이 다 되어간다. 도대체 어디있는 거니? "혜진아, 예슬아" 하고 부르면 다른 아이들처럼 웃으며 '네, 아저씨'하고 달려올 것 같구나. 더이상 인터넷으로, 또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말고 너희를 직접 만나고 싶어 미치겠구나.
경찰 아저씨들은 이제 너희를 깊은 산속이나 공동주택 옥상·공사장·지하실, 심지어는 맨홀 아래나 정화조에서 찾고 있는것 같더구나. 그 분들도 오죽하면 그러겠니. 경찰아저씨들 수백명이 너희를 그렇게 찾았는데도 나타나지 않는 너희는 정말 숨박꼭질의 천재니? 아니면 정말 안양에 없는 거니?
▲ ▲ 안양 실종 어린이들 수색 병목안(안양9동)까지 확대 ⓒ 최병렬
얘들아, 집에 있는 엄마와 아빠를 한번 생각해보렴. 아저씨 친구도 예전에 엄마랑 한바탕 싸우고 홧김에 아저씨네서 하루 자고 돌아온 일이 있었는데, 하루였는데도 그 친구 부모님이 온 동네를 다 뒤지고 다니시더구나. 그것도 펑펑 우시면서 말이야.
너희가 피까지 말라가는 부모님의 심정을 이해한다면 지금이라도 전혀 늦지 않았으니 돌아와주지 않겠니. 엄마도 아빠도 많이 보고 싶지? 그분들도 너희를 정말 보고싶어 하실 거야. 지금이라도 바로 돌아온다면 엄마 아빠는 어디 갔다 왔느냐고 너희들을 혼내시기보다 울면서 꼭 안아주실 거라고 믿는다. 걱정 말고 돌아오렴.
어디 숨었든 우리들은 너희를 꼭 찾아낼 거야
혜진아, 예슬아. 지금 어딘가 잘 있다면 밥 꼭꼭 챙겨먹고 몸 건강히 있어. 나중에 엄마, 아빠 만나도 씩씩한 모습 보여드려야지. 그동안 별 일 없었다고,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짠' 하고 나타나야 너희가 숨박꼭질에서도 이기고, 부모님도 안심하실 것 아니니.
이번 주에는 아저씨도 안양에 한번 가야겠구나. 그동안 너희들에 대한 기사를 많이 보면서,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너희를 직접 만나고 싶어 미치겠구나. 이번 주엔 아저씨도 안양에서 너희를 기다리는 많은 분들과 함께 꼭꼭 숨어버린 너희들을 찾아내고야 말테다.
얘들아, 아주 많은 술래들이 너희를 찾는다고 해서 너무 꼭꼭 숨어버리진 마. 술래도 너무 오래 하면 재미없어지는 법이잖아. 이 때쯤 됐으면 너희들이 완전히 이긴 거야. 우리들이 졌어. 그러니까 이제 우리들 앞에 얼굴 좀 보여주지 않겠니.
혜진아, 예슬아. 아저씨는 너희들이 너무 보고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