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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꼭지 '인터넷신문 기자', 두달에 한 꼭지 '공중파 기자'

<MBC> '뉴스후'.. 심층 취재 부러워... 그럴수록 보이지 않는 곳을 들여다 봐야

등록|2008.01.13 12:45 수정|2008.01.13 12:45

▲ 지난 11월 재판에 앞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정숙이씨 ⓒ 추광규


<MBC> 시사교양프로그램인 '뉴스후'가 5일, 12일에 걸쳐 2주 연속 '사법피해자'를 주제로 한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기자는 홍상원이었습니다. 2주간에 걸친 보도에서는 총 8명의 억울한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사법피해'를 주제로 한, '사법피해자들의 눈물'이라는 제목이었습니다. 방송이 다룬 내용은 수사당국과 사법부의 오판으로 사법피해자가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무죄라는 말로 상징되고 있는, 힘 있는 자들에게는 한 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한 없이 강한 사법부의 현 주소를 고발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5일에는 김명섭(가명), 최기훈, 원린수씨 등의 사법피해 사례와, 권력이 있으면 구속을 면할 수 있는 사례를 소개했었습니다.

12일에는 교통사고와 관련 자식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남선우씨 사건을 비롯, 운전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던 예산의 한평수씨, 계주로서 돈을 다 주었는데도 사기계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던 정숙이씨, 살인범으로 몰려 15년간의 옥살이를 한 춘천의 한 모씨(가명)의 사례가 소개 되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터무니 없는 이유로 구속되어 짧게는 수십일 길게는 15년까지 옥살이를 해야만 했으나, 나중에 이들이 무죄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와도 이를 무시하고 있는 사법부 시스템 전반에 걸쳐 문제점을 제기한 것입니다.

인터넷 신문 기자로서는, <MBC>의 취재 환경이 부러워

기자는 <신문고 뉴스>를 2007년 9월 15일, '크고 넉넉한 귀로 여러분들의 사연을 듣겠습니다'라는 사시를 가지고 창간했답니다.

매체의 특성상 여러 억울한 사연을 가지신 분들이 제보를 해오고 있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거의 1인 매체로 운영되다시피하다 보니, 하루 2~3세 꼭지의 기사를 써야만 하기에 일일이 취재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더구나, 재정상태가 열악한 상황에서 몇몇군데 매체에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이곳에도 글을 기고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늘 쫒기기만 하는 형편이지요. 이 같은 기자와 같은 경우에 비추어, 이번 <MBC> '뉴스후'의 취재과정을 지켜보노라니 한 없이 그들이 부럽더군요.

'뉴스후'가 12일 보도에서 다룬 네 사람 중 두 사람에 대해 기자도 이 문제점을 찾아서 기사화한 바 있습니다. 바로 운전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구속된 바 있는 예산의 '한평수'씨 사건과, 사기계를 조직해 계원들의 돈을 떼먹었다는 이유로 구속된 바 있는 '정숙이'씨 사건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평수씨 사건은 지난 11월 20일 '운전자가 바뀌었다고? 의문투성이 교통사고'라는 제목으로, 정숙이씨 사건은 지난 11월 28일 '13년간의 법정투쟁. 피고인을 구속하라'는 제목으로 작성해, <오마이뉴스> <네이션코리아> 등에도 송고해 이들 매체에서 각각 실린 바 있습니다.

취재는 수천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사건기록들을 들춰보고, 짬짬이 시간을 내 한 달 내지는 두 달 동안 사건 당사자들을 인텨뷰 하는 방식으로 취재를 진행한 후 기사화를 했지만 기사는 당시에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답니다.

▲ 11월, 정숙이씨 사건 관련 재판에 앞서 열린 집회에, MBC '뉴스후'팀에서 취재하고 있는 모습이다. 필름을 찍고 있는 사람은 '뉴스후'팀의 전효석 PD ⓒ 추광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지도 않았고, 독자들의 반응도 그다지 크지 않아,  이것이 바로 인터넷신문 기자의 한계가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더군요. 물론 제가 손에 쥔 원고료도 형편 없었구요.

하지만 이와 반해, MBC의 취재 환경은 무척이나 부럽더군요. '뉴스후'가 이번 2주 연속 보도를 위해 준비한 시간은 3개월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작년 11월 MBC 홍상원 기자를 만나보니 이들의 기사 취재는 지난 10월중에 기획회의를 거쳐 아이템을 '사법피해자'로 한다는 방향을 정한 후, 1월 5일, 12일 방송을 목표로 취재에 들어와 있더군요.

한평수씨 사건 기사는 <오뉴> 기사가 본격적으로 다루게 만들어

한평수씨와 관련해, 기자는 그 분을 지난 8월 석궁 김명호 교수사건과 관련해 취재 도중 만나게 된 바 있습니다. 이 분에 대해 <공권력피해구조연맹>의 조관순 단장이 소개하기를 "운전의 운자도 모르는데 운전자로 몰려 구속된 바 있는 사례"라며 기사 추천을 해주었답니다.

<공권력피해구조연맹>은 한평수씨 사건 초기부터 이분과 함께 서법부와 싸우고 있는 단체더군요. 또한 이 단체는 한평수 사건 외에도 많은 사법피해자들의 진정을 받고 구제를 위해 힘 쓰고 있는 시민단체입니다.

기자는 이 단체의 소개에 의해 한평수씨 사건을 기사화 하기로 마음 먹고, 지난 9월 15일 <신문고뉴스>창간과 아울러 본격적으로 취재에 들어 갔답니다.

물론 하루 2~3꼭지의 기사를 써야만 하고, 또 프리랜서로서 다른 매체에 기고하는 각종 글들을 작성하다 보니, 전적으로 매달릴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취재를 계속해 오다, 지난 11월 20일에는 기사화를 할 수 있었지요. 정숙이씨 사건은 11월 초순경 취재에 들어가 11월 28일 기사화를 했답니다.

▲ 11월 14일 '관련 경찰관과 목격자로 나선 권 아무개 형제를 무고했다'는 재판과 관련,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오다, 이날 선고를 앞두고 홍성지원 앞에 사고차량인 타우너 화물차를 끌어다가 놓고 1인시위를 펼치던 한평수씨. 그의 노란색 잠바에는 '한평수는 운전할 줄 모른다'는 글씨를 써놓았었다. 한 씨는 이날 1년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되었다. ⓒ 추광규


11월 20일 다뤘던 한평수 사건 기사는 당시에는 그 동안 들였던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는 그다지 크게 기사비중이 다루어지지 않았고, 독자들의 반응도 크게 일어나지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기사가 '뉴스후'에서 12일 방송에서 다루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한평수씨 사건과 관련해 '뉴스후' 팀에서는, 11월 초순경 예산에 내려가 그분을 취재했지만 고민을 했다고 하더군요. 사건이 방대해 긴가민가 하는 과정에 있었고, 2주간의 방송에서 다룬 여덟 분의 사연 이외에도 많은 사람을 취재하고 있는 관계로 한평수씨 사건은 한쪽으로 치워놨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11월 20일 <오마이뉴스> 와<네이션코리아> 등에 사건 기사가 나간 사실을 확인한 후 '뉴스후' 팀도 한평수씨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결정했답니다. 기사를 확인한 '뉴스후'팀은 12월 한 달간에 걸쳐 한평수씨 사건에 대해 보충취재를 했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신문 기자로서 제나름 대로의 역할을 하지 않았는가 하며 작은 성취감을 느껴 봅니다.

취재 과정에서 도움을 준, <교통사고과학연구소> 변동섭 소장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변 소장님은 한평수씨 사건과 관련 교통사고조사보고서를 무료로 작성해 주시겠다고 약속해, 이를 재판부에 제출하게 되면 그의 억울함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평수씨 사건과 관련해, 전문가에 의한 사고조사보고서가 작성된 바 없었기에, 기자가 변 소장님에게 부탁을 드렸고, 변 소장님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12월 6일 충남 예산의 현장조사를 궂은 날씨 속에서 진행했었답니다. 물론 이 과정은 '뉴스후'팀에서 찍어서 12일 방송에 주요하게 반영이 되었구요.

현재 대전교도소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던 한평수씨는 '조사경찰관과 목격자로 나섰던 권아무개 형제를 무고했다'는 이유로 구속수감중입니다. 그의 무고죄와 관련한 재판은 오는 1월 25일 대전법원에서 2심 항소심이 열릴 예정입니다.

<MBC>의 '뉴스후'가 뉴스 보도 이후의 사건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을 벤치마킹해 기자도, '보도후'라도 기획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평수, 정숙이 사건과 관련 기자는 앞으로도 계속해 기사를 작성할 것입니다. 이와 아울러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사화해 지속적으로 여론으로 만들어 볼려는 것이지요.

지난 몇 달간 <MBC> '뉴스후' 심층 취재를 할 수 있는 공중파 기자의 여건이 한 없이 부럽게 느껴지지만, 그럴수록 인터넷 신문 기자로서는 이들 메이저 언론들이 들여다 보지 않는 곳을 봐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인터넷신문 기자의 길이 아닌가 하구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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