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차 한 잔에 덤으로 얻은 느림의 미학

순천 ‘선암사’와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을 다녀와서...

등록|2008.01.13 11:37 수정|2008.01.13 11:37
새벽 3시. 목탁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이를 불교에서는 도량석이라 하며 산사의 모든 생물체를 깨우는 행위다. 대웅전 앞에서 도량을 시작하여 한 바퀴 돌아 다시 오는데 30분 정도 소요된다. 선암사의 시작이다.

선암사의 전경대웅전을 사이에 두고 불조전과 조사전을 오르는 뜰에는 벌써 매화가 꽃망울을 준비하고 있다. ⓒ 윤병하


백제성왕 7년인 529년에 아도화상(阿度和尙)께서 창건한 선암사는 사찰명을 해천사(海川寺)라 하고 산명을 청량산(淸凉山)이라 했다. 그 뒤 선쪽으로는 9산선문 중의 하나인 동의선문 혜철의 제자인 도선국사께서 선암사를 중창하신 뒤 선종사찰로서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선암사는 차 문화로 유명한 차의 본산지이기도 하다. 통일신라 때에 선암사에 처음으로 차를 보급한 도선국사가 선암사 일주문 주변에 차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야생차밭한겨울에도 푸르름을 간직하며 새봄을 기다리는 선암사 뒷편의 전통야생차밭 ⓒ 윤병하


그러나 고려시대 대각국사 이후부터 임진란 이전까지 선암사 차에 관련된 기록이나 구전은 불행히도 전해진 것이 없다. 다만 김극기(1150 -1204년경)의 시에서 정막하고 고요한 사찰로 기록하고 있어서 선을 중시하며 참선과 함께 차를 즐겼을 것으로 여겨진다.

선암사의 차밭은 해방과 함께 불교 분규로 인하여 차밭이 거의 방치되었다가, 70년대에 선암사 재적승려들의 노력과 승주군청의 도움으로 차밭을 손질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순천 조계산 일대는 야생차 성장에 알맞은 천혜의 기후와 풍토 때문에 허균이 지은 시문집에 “작설차는 순천산이 제일 좋고 다음이 변산이다”고 했을 만큼 우수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의 야생차는 수량이 한정되어 있지만 전통기법을 이용하여 수작업으로 만든 이른바 전통덖음차로도 유명하다.

현재는 전통차의 보급과 활성화를 위해 스님들과 순천시가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 조계산 자락의 천년 고찰인 선암사의 산사와 마주한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은 민선4기 노관규시장이 취임한 이후 대대적인 개보수작업을 완료하여 지금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숲속의 차 공원’이라 하기에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순천전통야생차전시관 조계산 자락에 자리잡은 야생차전시관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옥으로 신축되어 있고 그 규모 역시 제일크다고 한다. ⓒ 윤병하


특히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통 건축양식인 한옥으로 신축하여 가족이나 직장 단위로 머무르며 전통차를 체험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자손님을 맞이하기 전에 자원봉사자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윤병하

야생차체험관40여명이 함께 차를 즐길 수 있는 야챙차체험관 ⓒ 윤병하

덖음차의 체험야생 덖음차를 비비며 체험을 하고 있는 이필원(남,43, 전남 고흥)씨의 손 모습이 진지하기만 하다. ⓒ 윤병하

한옥의 단아한 멋과 여유, 은은한 차의 맛과 향, 싱그러운 솔 내음. 때 묻지 않는 자연 속에 묻어나는 옛 정취는 도심 속 현대인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통해 자아를 돌아보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조계산 자락의 뒷 모습뒷쪽에서 바라본 모습은 조계산자락의 체험관 ⓒ 윤병하

 체험관에 가는 길은 전국에서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흙길이기도 하다. 시주문을 지나자 넓은 마당 좌우로 한옥 전시관과 시음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강당과 제다체험실, 정자, 별채, 안채, 다식체험실, 사랑채 등이 조계산과 어울려 시선을 고정시켜 버린다. 

야생차전시관야생차전시관에서 문화유산해설사(김재희[46,여])의 설명을 듣고 있는 방문객들의 모습 ⓒ 윤병하


전통차는 이래서 마시는 걸까? 자판기에서 몇 초만에 나오는 음료도 참지 못해 미리 손을 넣고 있었던 조급함이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느림의 미학’이 ‘무어꼬?’라고 선답을 기다려본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