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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폭격' 놓고 고민 빠진 이스라엘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이스라엘' 갈등

등록|2008.01.14 14:30 수정|2008.01.14 14:30

▲ 조지 부시 미 대통령 ⓒ 미 백악관

중동 평화협상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방문길에 오른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앞에 '이란 변수'가 또 다시 등장했다. 함수관계는 대단히 복잡하다. 이란에 대한 강경 태도를 고수했던 미국은 작년 11월 이란의 핵개발 능력과 의도를 재평가하면서 벼랑 끝 대치 국면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러자 이스라엘이 미국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며, '독자적인 행동'을 시사하고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이란 봉쇄'를 위해 중동 동맹국들과의 '공동전선'을 강조하면서 이스라엘 달래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불만을 달래는 데에도,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데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이란은 부시의 중동 방문 즈음에 자신의 핵개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협력할 뜻을 밝혔다.  

최근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된 직접적 요인은 '호르므즈 해협 대치사건'이다. 부시 대통령의 중동 방문 직전인 지난 6일 페르시아만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란 혁명수비대 쾌속정과 미국 해군 선박들이 대치해 무력 충돌 일보직전까지 갔던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주요 석유 보급로에서, 그것도 미국 대통령 방문 직전에 벌어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극도로 중대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이란은 해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상적인 조우"라고 반박했다.

이에 발끈한 미국은 양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대치사건 화면을 공개하면서 이란을 압박했으나, 이란은 즉각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양국의 해군 대치 사건이 발생하면서 작년 11월 이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2008년 최대 이슈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었다. 그러나 2007년 11월에 미국 정보기관이 "이란은 2003년 중반에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고, 2007년 상반기까지 재개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정보평가를 내놓으면서 전쟁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쌓여가는 이스라엘의 불만

이처럼 미국이 이란 핵개발에 대해 '정치적 이용'에서 '과학적 평가'로 선회하자, 이스라엘이 발끈하고 나섰다. 미국 정보기관의 평가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터트려온 이스라엘은 부시 대통령의 중동 방문 직전에 "우리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한다"며, 국제사회가 이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미국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그러자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 중에 이스라엘과의 연합전선을 강조하면서 "이란은 세계평화의 위협"이라며 이스라엘을 달래려 했다. 작년 말에 중동을 방문한 로버트 게이트 미국 국방장관 역시 "모든 옵션은 열려 있다"며, 이란에게 오판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져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미국이 작년 11월 새로운 정보 평가를 내놓으면서 이란 핵문제에 대해 군사적 옵션을 철회하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선회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라크에 발목이 잡혀 있는데다가 대선까지 다가오는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가 이란에 강경책을 구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이스라엘은 보고 있다. 어떤 이유든 미국이 무력 사용을 주저하는 사이에 이란의 핵개발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시각이다.

더구나 이란을 굴복시킬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모색되어온 유엔 안보리의 제재 역시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전부터 제재는 이란 핵문제 해결의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러한 와중에 미국 정보기관이 이란 핵개발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내놓자,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영국, 프랑스, 그리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아니지만, 이란 핵 외교에 적극 동참해온 독일 역시 이란 제재에 쉽게 동참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대결의 축, 미국-이란에서 이스라엘-이란으로

이처럼 부시 행정부가 이란 핵문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자, 대결의 축이 '미국 대 이란'에서 '이스라엘 대 이란'으로 바뀌고,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제 미국도 믿을 수 없으니 이스라엘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이스라엘에서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에 이스라엘을 방문했던 전(前) 미국 국방정보 관리인 브루스 리에델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것 같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1981년에도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오시락 원전을 폭격한 바 있다. 또한 작년 9월에도 시리아의 의심 시설을 폭격했는데, 이스라엘은 이것이 북한의 지원을 받아 건설중인 핵시설이었다고 주장해왔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미국의 동조, 혹은 묵인 하에 적대 성향의 핵개발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선제공격에 나선 사례들이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이란을 폭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핵문제를 구실로 이란의 정권교체를 선호하고 있지만, 이란에 대한 공격은 이란을 단결시켜 오히려 현 정부의 기반을 공고히 해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구나 이란 공격은 국제유가를 폭등시키고, 이라크 문제는 물론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반(反) 이스라엘 세력을 자극해 중동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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