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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의 무거운 정치적 책임

국민앞에 자신의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답을 제시할 때이다.

등록|2008.01.14 13:45 수정|2008.01.14 13:45
대통합 민주신당이 대선을 위해 급조된 정당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특히 정체성의 혼란으로 대선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지지멸렬 했다. 가까스로 한나라당 본류를 자처하던 손학규씨를 당대표로 선출하는데 이르렀다. 손학규씨가 대표로 선출된 점이 더욱 정체성의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그리 효과를 보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열린우리당의 소멸

열린우리당은 한국의 정치사에 가장 민주적인 대중정당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뚜렷한 대의명분과 올바른 지향이 있었다. 지역구도를 극복하는 것을 지향하였다. 당원들이 당비를 내서 당 운영비를 보태고, 당원들의 선출에 의한 당의 리더십을 창출하였다. 공직선거 후보자의 공천도 밀실에서 뒷거래를 하지 않고 당원들이 선택하도록 하였다. 100년 가는 정책정당을 추구하자는 구호조차 충분히 대의명분을 갖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그것을 매우 불편한 제도로 여겼다. 이유는 간단히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지역주의에 의한 몰표를 확보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다른 하나는 공천 등에 있어서 당원들의 주장이 득세하고 정치인들의 입지가 좁아진 점이다. 공천권 등으로 정치자영업을 영위하던 이들에게 당비내고 참여하던 당원들은 매우 귀찮은 존재였다.

그래서 끝없이 당의 주요계파 수장들이 당의 골간을 흔들었다. 당원들이 경선으로 내보낸 후보와 자신들이 전략 공천한 후보의 당락율이 전혀 다르지 않았지만 선거패배의 책임을 당원들에게 돌리고 비난하였다. 당의 노선에 이상기류가 흐를 때마다 당원들이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였지만 중과부적이었다. 현역정치인들의 힘에 당원들이 의지만으로 버텨내기는 어려웠다.

거기에 양대 계파의 입지확장을 위한 당내분란이 끝없이 이어졌다. 대선후보가 되기 위한 다툼으로 좌고우면하는 동안 당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낮아지면서 차별화의 움직임이 점점 강해졌다. 당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쪽이 점점 수세에 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몰표와 정치자영업의 편의를 위해서 당을 깨려는 노력들이 강도를 더해갔다.

끝없는 흔들기와 탈당 러시가 있었고, 민주당과의 통합협상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민사회의 일부가 참여하였다. 대의도 명분도 없는 대통합 민주신당이 탄생한 것이다. 오로지 노무현과의 차별화와 정치공학적으로 뭉쳐서 대선에 임하자는 의미였다. 여기에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훈수가 상당한 기여를 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렇게 열린우리당은 소멸된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해체에 대한 책임

대의와 명분이 존재하던 열린우리당을 허물고 대의명분이 전무한 대통합 민주신당을 만든 것에 대하여 누군가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한다. 명분이 없는 정치세력은 그 누구의 지지도 받을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총선을 치른다면 대통합 민주신당은 호남판 자민련이 되고 말 것이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 무겁다. 국민에게 신뢰를 받고 그에 따른 적절한 수준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당을 이끌지 못한 책임이다. 물론 당정분리와 탈권위주의를 추구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업적이나 당을 오롯이 존치시키지 못한 책임의 일단을 피할 수는 없다. 정치인들의 수준이 거기에 머물렀던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으로서 당의 정체성을 유지시키지 못한 책임은 있다.

둘째,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국민 앞에 제시할 대의명분이 전무한 대통합을 촉구하고 여러 가지 훈수를 했던 것에 대하여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차라리 현역 정치인들이 알아서 하도록 방치했어야 옳았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지나치게 정치공학적 해법을 제시하여 후배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미친 점에 대하여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정치는 공학적 결합이 아니라 대의명분이 먼저이다.

셋째, 대통령 후보자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정동영씨의 책임이다. 스스로 거창하게 내걸었던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에 스스로 침을 뱉고 짓밟은 것은 심각한 퇴행적 정치행보였다. 다른 계파를 견제하고 스스로의 경선준비에 모든 것을 걸었던 일에 대하여 반성해야한다. 자신을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모두 분파주의나 분열주의로 보였던 그의 눈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넷째, 무엇보다 심각한 책임은 열린우리당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결국 투항한 사람들이다. 유시민, 신기남, 김두관, 김원웅, 김혁규 등이 모두 해당된다. 특히 모두를 하나로 묶어서 대통합 민주신당에 끌고 들어가려고 노력한 이해찬씨의 책임은 너무도 무겁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신당과 열린우리당이 지난 대선에서 각개약진을 했더라면 지금처럼 처참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맨 앞에서 이끌었던 이해찬씨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그 때의 대통합 신당합류는 두고두고 회한을 남길 것이다. 그나마 대중정당으로서 의미 있는 열린우리당의 뿌리를 말살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치인들끼리 알아서 밥그릇을 나누는 정당은 얼마든지 있었다. 오히려 한나라당도 나름의 개혁을 국민 앞에 보여주며 신뢰를 쌓아왔다. 그런데 대의명분도 없는 잡탕정당을 정치인들의 협잡으로 만든 일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다.

이해찬의 탈당을 어떻게 볼 것인가?

전 국무총리인 이해찬씨는 이미 대통합 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인물이다. 그것도 마지막까지 남은 빅3중 한명이다. 그렇다면 그 당이 옳건 그르건 이미 그 자신이 당의 핵심인물이다. 그런 그가 탈당을 감행한 것은 옳지 않다. 이미 스스로 그 당을 선택하였고, 당의 중심에 있었는데 이제 와서 당의 정체성을 운운하며 탈당을 감행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마치 이인제씨의 한나라당 경선불복후 탈당과 민주당의 경선포기후 탈당 그리고 자민련과 국민중심당을 거처서 다시 민주당으로 유턴한 행보를 연상시킨다. 김한길씨의 열린우리당 탈당과 창당 그리고 민주당과의 통합, 다시 탈당하고 대통합 민주신당에 합류한 행보를 상기하게 만든다. 그렇게 이합집산을 하는 정치철새들과 근원적인 차이가 무엇인가 묻고 싶다.

이해찬의 탈당이 전혀 수긍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추구하던 정치적 지향과 대통합 민주신당이 많이 다를 수도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본류라던 손학규씨의 당대표 선출은 매우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당이 온통 잡탕범벅이 된 느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정당에 왜 스스로 참여한 것인가? 망설이던 열린우리당 사수파를 모두 추슬러 그곳으로 끌고 들어간 이유가 무엇인가? 버젓이 손학규씨와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경선에는 왜 출마를 한 것인가? 경선후 정동영 후보의 손을 잡고 선거운동을 하러다닌 이유는 무엇인가? 그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가만히 있다가 이제 새삼 문제가 노출된 것인가?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심지어 이제 탈당을 해서 신당을 창당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고, 지금까지의 행보에서 상실한 명분들을 무엇으로 회복할 것인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 때 통합이 필요했다면 지금도 분열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스스로 우왕좌왕하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을 없애버리고 대통합 민주신당에 합류한 책임론까지 다시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공학적 계산으로 안되는 근본적인 부분이 있다. 그것은 분명 대의명분이다. 그리고 한번 수립된 대의명분을 허물면 다시는 주어담을 수도 없다. 그래서 이해찬씨의 정치적 행보에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신당에 합류하는데 적극성을 보일 때 사람들은 나름의 복안을 기대하였을 것이다. 대의명분을 다시 세우고 정체성을 바로잡을 복안을 기대하였을 것이다. 그런 복안도 없이 대책 없는 합류를 주장하였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름 똑소리나게 일처리를 하는 이해찬씨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기위한 방법은 경선에서의 승리였다.

그러나 경선에 참여한 그는 시종 무기력하였다. 5년을 준비한 정동영은 물론, 급조된 손학규에도 턱없이 밀리고 말았다. 자신의 조직도 없이 노대통령을 따르는 조직에 의존하려고 한 것이다. 참평포럼에 의존해서 경선을 치러 이길 수 없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한명숙과 유시민 등의 조직을 흡수하지도 못하였다. 욕심만 앞서서 단일화를 압박하고 성공하였지만 화학적 결합이 실패한 것이다. 요약하자면 아무런 대책이 없이 참여한 셈이다.

이제 대통합 민주신당을 탈당하였다. 그러나 그동안의 대책 없는 정치적 행보에 대한 책임은 오히려 하나가 더 추가되었을 뿐이다. 결국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도 못하고 내부에서 의미 있는 노력도 보여주지 못한 채 그냥 패퇴한 것이다. 그의 앞에는 이제 엄중한 정치적 책임만이 남았다. 스스로 그 무거운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를 고민하고 국민 앞에 답을 내놓을 차례이다.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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