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만원 라이터', 상위 1%도 물가 체감할까?
'1000원 숖'이 호황 누리는 서민경제 위에는...
1.
아마 한두 번씩은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술을 마시거나 길거리를 걷다가 느닷없이 '선물'을 받아본 경험입니다. 때론 야하게 차려입은 아가씨가, 때론 무표정한 아주머니가 비닐봉지에 싼 '선물'을 내놓곤 하죠.
쏠쏠했었습니다. 비닐봉지 안에 사탕과 함께 라이터가 들어있었거든요. 라이터에 인쇄된 업소 명칭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해결책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커터 칼을 30도 각도로 눕혀 긁으면 됐습니다.
이렇게 한두 개 받다보면 어느새 주머니가 불룩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사탕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라이터가 가출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 대신 비쩍 마른 껌 하나가 비스듬히 누워있곤 하죠.
금연에 성공한 사람에게야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담배를 '낙'으로 삼는 사람에겐 여간 서운한 일이 아닙니다. '돌아서면 까먹는' 빈도수가 많은 사람에겐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럴 때마다 라이터를 하나 더 꺼내들어야 하거든요. 역시 다다익선이 최곱니다.
어느 날, 술이 불콰해진 참에 물어봤습니다. 인심이 왜 이리 박해졌나고…. 경제학이 튀어나오더군요.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다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술 냄새를 줄일 겸 껌을 씹고 사탕을 빨 수밖에 없었죠. 입 안에 퍼진 달달한 기운이 니코틴에 대한 그리움을 사무치게 만들기에 담배 한 대 꺼내 물기도 했고요.
2.
라이터 알기를 목욕탕의 귀이개 쯤으로 아는 저에게 이런 뉴스는 참 낯섭니다.
4500만 원짜리 라이터가 나왔답니다. 다이아몬드 175개로 장식한 백금 라이터라고 합니다. 롯데백화점이 최상위 1% 고객을 위해 한정수량으로 내놓은 명품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참 웃긴다 싶었습니다. '개 발에 편자' 또는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흡연자가 구박데기가 된 지 오래됐습니다. 몸에서 냄새 난다고, 불결하다고, 애먼 주위 사람 건강 해친다고 눈총이란 눈총은 다 받아가면서 닭장 비슷한 곳에서 웅크린 채 한 대 빠는 신세로 전락했지요.
이런 처지에 4500만 원짜리 백금 라이터라니요? 그런다고 때깔이 날까 싶더군요. 그런다고 멋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더군요.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백바지에 백구두 차림이어도 제 잘 났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죠. 제 돈 갖고 쓴다는 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위화감 조장하느냐는 말이 나올 법 하지만 해외에 나가 달러 쓰는 것보다는 낫다 싶기도 합니다. 그래야 점원 일자리도 늘어나고 부가가치세 수입도 증가하니까요.
3.
상위 1%가 명품 매장을 찾을 때 하위 몇십%가 따로 가는 곳이 있습니다. '1000원 숍'입니다.
이 '1000원숍'을 운영하는 '다이소아성산업'이란 업체가 해마다 매출을 쑥쑥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 매출 1500억 원을 달성했고, 올해에 2000억 원을 돌파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매출 신장률이 2006년 대비 45%에 달한다고 하니 대단한 신장세입니다. 경기불황이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대단하다'는 수식어를 '경이롭다'로 바꿔도 무리가 아닙니다. '경이로운' 신장세는 비단 지난해에만 달성된 게 아니라고 합니다. 1997년 창업 이래 10년간 해마다 30% 이상의 신장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비결을 살피다보니 시선이 한 곳에 꽂히더군요. 창업 시점입니다. 1997년. 이 해는 우리나라가 IMF 환란에 빠져든 해이자, 양극화가 본격 시작된 해입니다.
필연에 가깝습니다. 이 업체의 대표는 '합리적 소비'의 결과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소비'의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주머니에서 동전 쩔그렁거리는 소리보다 지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더 컸다면, 율곡 이이 선생보다 세종대왕 보는 일이 더 많았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4.
물가가 뜁니다. 휘발유값이 하늘에서 비행한지는 오래됐습니다. 이번엔 공공요금이 뛰고, 밀가루값이 점프 하고, 교육비가 이륙합니다.
동네어귀 테이크아웃 피자집에서 5000원 받던 피자 한 판이 6000원으로 올랐습니다. 한 달에 12만원 하던 보습학원비는 15만원으로 뛰었고, 대학 등록금 인상률이 두자릿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길거리 리어카에서 1000원에 4개 하던 황금잉어빵이 1000원에 3개로 올랐다는 뉴스도 나왔더군요.
한숨이 절로 나지만 뭐라 할 수도 없습니다. 국제 유가가 오른다는데, 국제 밀가루가격이 오른다는데 뭐라 하겠습니까. '밑지고 판다'는 세계 3대 거짓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밑질 수는 없는 일이겠죠.
물 건너 중국에서는 생필품 값이 뛰는 것을 막기 위해 가격 동결조치를 내렸다고 하지만 그건 정말 남의 나라 얘기입니다. 그곳은 사회주의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좌파 정책으로 '자유시장원리'가 위축됐다고 아우성치는 판이니 가격 동결은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습니다. 인수위가 통신요금 20% 인하를 공언했다가 '오리무중' '함흥차사'로 빠져드는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그냥 허리띠 졸라맬 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 보입니다.
5.
얘기를 하다보니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상위 1%가 애용하는 명품에도 물가라는 게 있을까요? 국제 원자재 시세에 따라 명품의 가격도 춤을 출까요?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제 금값(보석도 마찬가지겠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던데 그럼 명품 가격도 한없이 치솟는 걸까요?
그래서 상위 1%도 물가 상승 압력에 허리 휘는 고통을 느끼고 있을까요?
▲ 4500만원짜리 백금라이터 등을 보도한 14일자 <중앙일보> 기사. ⓒ 중앙일보
쏠쏠했었습니다. 비닐봉지 안에 사탕과 함께 라이터가 들어있었거든요. 라이터에 인쇄된 업소 명칭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해결책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커터 칼을 30도 각도로 눕혀 긁으면 됐습니다.
이렇게 한두 개 받다보면 어느새 주머니가 불룩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사탕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라이터가 가출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 대신 비쩍 마른 껌 하나가 비스듬히 누워있곤 하죠.
금연에 성공한 사람에게야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담배를 '낙'으로 삼는 사람에겐 여간 서운한 일이 아닙니다. '돌아서면 까먹는' 빈도수가 많은 사람에겐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럴 때마다 라이터를 하나 더 꺼내들어야 하거든요. 역시 다다익선이 최곱니다.
어느 날, 술이 불콰해진 참에 물어봤습니다. 인심이 왜 이리 박해졌나고…. 경제학이 튀어나오더군요.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다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술 냄새를 줄일 겸 껌을 씹고 사탕을 빨 수밖에 없었죠. 입 안에 퍼진 달달한 기운이 니코틴에 대한 그리움을 사무치게 만들기에 담배 한 대 꺼내 물기도 했고요.
2.
라이터 알기를 목욕탕의 귀이개 쯤으로 아는 저에게 이런 뉴스는 참 낯섭니다.
4500만 원짜리 라이터가 나왔답니다. 다이아몬드 175개로 장식한 백금 라이터라고 합니다. 롯데백화점이 최상위 1% 고객을 위해 한정수량으로 내놓은 명품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참 웃긴다 싶었습니다. '개 발에 편자' 또는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흡연자가 구박데기가 된 지 오래됐습니다. 몸에서 냄새 난다고, 불결하다고, 애먼 주위 사람 건강 해친다고 눈총이란 눈총은 다 받아가면서 닭장 비슷한 곳에서 웅크린 채 한 대 빠는 신세로 전락했지요.
이런 처지에 4500만 원짜리 백금 라이터라니요? 그런다고 때깔이 날까 싶더군요. 그런다고 멋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더군요.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백바지에 백구두 차림이어도 제 잘 났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죠. 제 돈 갖고 쓴다는 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위화감 조장하느냐는 말이 나올 법 하지만 해외에 나가 달러 쓰는 것보다는 낫다 싶기도 합니다. 그래야 점원 일자리도 늘어나고 부가가치세 수입도 증가하니까요.
3.
상위 1%가 명품 매장을 찾을 때 하위 몇십%가 따로 가는 곳이 있습니다. '1000원 숍'입니다.
이 '1000원숍'을 운영하는 '다이소아성산업'이란 업체가 해마다 매출을 쑥쑥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 매출 1500억 원을 달성했고, 올해에 2000억 원을 돌파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매출 신장률이 2006년 대비 45%에 달한다고 하니 대단한 신장세입니다. 경기불황이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대단하다'는 수식어를 '경이롭다'로 바꿔도 무리가 아닙니다. '경이로운' 신장세는 비단 지난해에만 달성된 게 아니라고 합니다. 1997년 창업 이래 10년간 해마다 30% 이상의 신장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비결을 살피다보니 시선이 한 곳에 꽂히더군요. 창업 시점입니다. 1997년. 이 해는 우리나라가 IMF 환란에 빠져든 해이자, 양극화가 본격 시작된 해입니다.
필연에 가깝습니다. 이 업체의 대표는 '합리적 소비'의 결과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소비'의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주머니에서 동전 쩔그렁거리는 소리보다 지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더 컸다면, 율곡 이이 선생보다 세종대왕 보는 일이 더 많았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4.
물가가 뜁니다. 휘발유값이 하늘에서 비행한지는 오래됐습니다. 이번엔 공공요금이 뛰고, 밀가루값이 점프 하고, 교육비가 이륙합니다.
동네어귀 테이크아웃 피자집에서 5000원 받던 피자 한 판이 6000원으로 올랐습니다. 한 달에 12만원 하던 보습학원비는 15만원으로 뛰었고, 대학 등록금 인상률이 두자릿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길거리 리어카에서 1000원에 4개 하던 황금잉어빵이 1000원에 3개로 올랐다는 뉴스도 나왔더군요.
한숨이 절로 나지만 뭐라 할 수도 없습니다. 국제 유가가 오른다는데, 국제 밀가루가격이 오른다는데 뭐라 하겠습니까. '밑지고 판다'는 세계 3대 거짓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밑질 수는 없는 일이겠죠.
물 건너 중국에서는 생필품 값이 뛰는 것을 막기 위해 가격 동결조치를 내렸다고 하지만 그건 정말 남의 나라 얘기입니다. 그곳은 사회주의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좌파 정책으로 '자유시장원리'가 위축됐다고 아우성치는 판이니 가격 동결은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습니다. 인수위가 통신요금 20% 인하를 공언했다가 '오리무중' '함흥차사'로 빠져드는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그냥 허리띠 졸라맬 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 보입니다.
5.
얘기를 하다보니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상위 1%가 애용하는 명품에도 물가라는 게 있을까요? 국제 원자재 시세에 따라 명품의 가격도 춤을 출까요?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제 금값(보석도 마찬가지겠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던데 그럼 명품 가격도 한없이 치솟는 걸까요?
그래서 상위 1%도 물가 상승 압력에 허리 휘는 고통을 느끼고 있을까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종배의 토씨(www.tosee.kr)라는 블로그에도 송고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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