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인수위'의 언론사 조사도 노무현 탓?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쟁점 흐리는 <조선>... 누가 '어둠의 시간' 조종하나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과제 1차 보고회에서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보고를 받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하지만 쟁점 흐리기에 나선 신문도 있다.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14일자 사설에서 "인수위, 언론인 성향 알아서 어디다 쓰려 했나"고 인수위의 주요 언론사 간부 성향 조사를 비판했다. 하지만, 그 책임을 '노무현 정부의 관료'에 돌렸다.
'노무현 당선인'의 인수위였다면?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혹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 전문위원이 이런 일을 했었다고 한다면 과연 <조선일보>가 이렇게 말했을지 의문이다.
사실 관계를 따지더라도 <조선일보>의 이런 규정은 맞지 않다. 노무현 정부가 아무리 언론을 편갈랐다지만, 언론사 간부 성향 조사까지 했다는 것은 <조선일보>의 지난 5년 동안 기사를 뒤져봐도 확인할 수 없다.
정보기관이나 권력의 은밀한 사조직을 통해 언론인 성향을 조사하고, 광고주를 압박해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하려 했던 것은 박정희 시절부터 5공을 거쳐, 노태우·김영삼 정권 시절에 일어났던 일들이다. 모두 한나라당의 모태가 되는 정권들의 씻을 수 없는 역사적 과오로 기억되고 있는 일들이다.
그런 점에선 <조선일보>의 기억력이 너무 짧다. <조선일보>는 이번 인수위의 언론인 성향 조사에 대해 "(노무현 정부 시절) 자라에 놀란 세월이 너무 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놀랄 일은 바로 무덤 속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았던 '독재시절의 망령'이 되살아 난 것이다. 현직 고위관료인 인수위 전문위원이 언론사 간부 성향 파악에 나선 것도 따지고 보면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독재시절의 망령'이 되살아났나
문화부를 통해 언론재단에 언론사와 언론단체·광고주들의 성향 파악을 지시했던 박광무 문화부 문화도시정책국장이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임명된 것은 지난해 12월 30일. 그가 문화부에 언론사 간부들의 성향 파악을 지시한 것은 2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각. 전문위원으로 임명된 지 3일만이다.
그가 전문위원으로서 곧장 착수한 일이 바로 언론사를 비롯해 언론단체와 광고주들의 성향 파악이었다. 그에게는 지난 10년 전 멈추었던 그 때 그 시절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던 셈이다.
▲ <조선일보>의 14일자 사설 '인수위, 언론인 '성향' 알아서 어디다 쓰려했나' ⓒ <조선일보> PDF
그런 점에선 <문화일보>의 14일자 사설의 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문화일보>는 사설 '언론자유가 민주주의의 생명선임을 거듭 강조한다'는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나아가 그같은 '언론사찰'이 박 국장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저질러졌는가 하는 점이 현재 진행형 의혹임을 특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백번 양보해 박국장의 단독 행위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같은 반언론 행각을 그동안 쉬쉬해온 ‘침묵의 카르텔’ 또한 재조명해야 한다고 믿는다."
10여일 만에 <경향신문>의 보도로 드러나기는 했지만, 이런 시대착오적인 ‘언론사찰’ 지시가 문화부와 언론재단 등에 의해 그대로 추진될 수 있었던, 우리 사회 전반의 ‘과거로의 퇴행’ 조짐에 대한 경고로 해석할 만 하다.
인수위 한 사람의 착오? 글쎄...
문화부 관료들은 물론 비록 '성향' 분석은 공란으로 보냈다지만, 언론재단과 같은 언론기관들까지 그런 '시대의 역행'에 침묵하면서 순응했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런 '시간의 역행'을 누가 조종하고 있는가. 그것이 단지 인수위 전문위원 한 사람의 ‘착오’ 때문일까. <조선일보>의 사설 한 토막은 바로 대한민국의 오늘의 '시각'에 대해, 또 그 '시간의 흐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그런 '시대의 역행'을 은폐하고 왜곡시키고자 하는 좋은 본보기로 기억할 만 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