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한반도대운하, 재앙의 광풍일 뿐

[주장] 각 지자체에 부는 '운하 광풍'을 보며

등록|2008.01.14 19:16 수정|2008.01.14 19:20
한반도대운하의 중심(中心)은 충주(忠州)다. 경부운하 구간인 한강과 낙동강 물길이 이곳으로부터 갈라지고 호남운하의 물길도 이곳에서 시작된다. 보기에 따라 대운하는 마치 충주 번영을 위하여 만들어진 웅대한 사업처럼 보인다.

대운하 건설은 명실상부하게 충주를 한반도 중심으로 우뚝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축복인 듯하다. 또한 충주뿐 아니라 경부운하와 호남운하 건설 예정 지역인 대한민국 각 지자체마다 새색시 시집가기 전처럼 대운하 특수 기대로 마냥 부풀어 있다.

대운하로 충주가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고 충주 경제가 살아나는 것을 누가 마다할 것인가? 대운하로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부흥해 국민 모두 잘 살 수 있다는데 반대할 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대운하 광풍이 시작됐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시작된 대운하 광풍이 경상도와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등 전역에 불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가 대운하 건설을 강하게 밀어붙이자 여기에 발맞춰 경상도와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등 해당 광역 및 각 지자체들은 대운하 부서를 구성해 운하 추진에 덩달아 춤을 추고 있다.

문경시는 지난해 12월 27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낙동강대운하부서’를 구성했다. 고령군은 대운하 사업과 낙동강 프로젝트의 상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상주시는 상주에 물류 및 여객 복합터미널이 조성돼 이를 바탕으로 한 상주가 최대 수혜지역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구미시는 대운하 건설 계획에 구미에 유리한 방안이 될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

대구시는 부두 여객 화물터미널을 구축하는 동시에 대운하 건설관리를 담당할 ‘운하청’을 유치할 계획이며, 경북도는 대운하가 ‘당초 물류 중심에서 생태 관광 레포츠 개념을 포용하는 의미로 확대 보완’된 점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부산시는 경부운하 건설을 기회로 명지지구에 운하 핵심도시를 만들 예정이며 배후에 복합물류단지와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경남도는 남해안시대 프로젝트를 운하사업과 연계해 치수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밀양 남지 합천 터미널에 크루즈 전용 부두를 설치, 내륙관광사업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처럼 낙동강 연안의 경상도 각 지자체들은 대운하가 실현되면 지역발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돼 자신들의 지역에 보다 많은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들떠 있다. 그러나 이는 경상도 지역만이 아니다.

충북도도 대운하 건설에 발맞춰 종합계획을 수정,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각종 사업 등을 보완할 계획이며, 대구시와 마찬가지로 충주에 ‘운하청’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충주시도 충주항 및 내륙 허브 물류기지 위치 선정을 위해 운하와 관련된 업무에 대한 기초자료를 사전에 분야별로 파악, 대운하 건설에 대비할 방침이다.

전남도는 호남운하가 기존 각종 개발계획 등을 앞당기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며, 나주시 또한 호남운하와 영산강운하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들떠 있고, 강원도는 원주시 문막읍 후용리에 경부운하 원주 터미널을 세워 이곳을 횡성과 연계해 산업물류 관광 레저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한편, 취수원을 강변지하수로 바꿀 경우 팔당 상류지역인 강원도 영서지역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에 따른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대운하와 관련 전국의 해당 각 지자체들의 발 빠른 대응을 보면 마치 ‘한국인의 근성은 들쥐와 같다’는 존 위컴의 말을 다시 한 번 상기케 한다.

1980년 8월 주한미군사령관 존 위컴은 “한국인의 국민성은 들쥐와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돼든 그 지도자를 따라갈 것이며, 한국인에게는 민주주의가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인의 국민성을 모욕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한국인은 존 위컴의 말처럼 당시 전두환 군부독재를 잘 따라가 존 위컴의 말을 사실로 증명해줬다.

2007년 12월19일 대한국민은 새로운 지도자로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국민이 이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유일한 명분은 ‘경제 살리기’라고들 한다.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중 다 그렇지는 않았지만 일부는 ‘이 후보가 흠이 있긴 하다. 그러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당선인이 대한민국 경제만 살려준다면 “한국인의 국민성은 들쥐와 같아서” 대운하가 건설될 예정지역과 일부 주민은 대운하 정책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마땅한 도리인가? 그것이 뻔히 재앙인줄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한국인의 우수한 민족성을 깔아뭉갠 존 위컴의 말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증명해줘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대운하가 추진되면 금방이라도 대운하가 지나가는 해당 지역뿐 아니라 한국의 경제가 곧 살아나 모두가 잘 사는 나라가 될 듯 또는 각 지자체는 저마다 대운하 건설로 인해 자신들의 지역이 더 큰 수혜를 받을 것처럼 부풀어 있다. 마치 대운하가 대한민국의 경제를 일거에 살릴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양 큰 착각에 빠져있다.

대운하가 추진되는 동안 아마 각종 경기가 일시적으로 살아나 잠시 대한민국은 축복받은 경제가 될 수는 있을 게다. 하지만 그 이후, 닥쳐올 것은 각종 재앙일 뿐이다. 이 당선인이 5년간 집권할 시기는 건설 경기로 인해 대한민국이 흥청망청될 수 있지만 그 이후 경기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현재 대운하에 회의적인 국민이 70%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당선자는 대운하 건설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대운하 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독일의 예를 자주 든다. 하지만 독일은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지만 독일은 1면만 바다와 연결돼 있다. 그래서 독일은 내륙운하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 당선인은 후보 시절 대운하가 건설되면 “한강과 낙동강물이 만나고 한강의 물고기와 낙동강의 물고기가 만난다”며 “끊어진 물길을 이으면 사람의 마음도 이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사람의 마음을 잇는데 끊어진 적도 없는 물길을 이으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물길은 태고적부터 자연스레 저절로 생긴 것이다. 물길을 막고 끊은 것은 오히려 사람이다. 따라서 한반도대운하를 추진하기 이전, 잘 흐르고 있는 물길이 아닌 각계각층 간의 ‘단절된(끊어진)’ 사람의 마음을 잇는 게 우선이다.

한반도대운하는 한반도 전체를 재앙에 빠트리는 광풍(狂風)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후대에 가서 끝내 오천년 동안 이어온 한반도 금수강산을 결딴내는 조곡(弔哭)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나우리신문(충북주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