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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인수위에서 일하는 노무현 관료? 생뚱맞다

‘인수위원회 언론사 주요간부 성향 파악’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등록|2008.01.14 21:14 수정|2008.01.14 21:14
우리 단체는 지난 1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이 문화관광부에 언론사 주요 간부들의 성향 파악을 지시하도록 한 이른바 '언론사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언론사찰’에 대한 비판은 우리 단체를 비롯한 언론 시민단체는 물론 한국언론학회 등 학계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 PD 연합회 등 현업단체 모두 한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14일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문화관광부가 언론사 간부에 대한 ‘성향조사’ 뿐만 아니라 산하단체에 중앙일간지의 경영상황과 부대사업, 내부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러한 행동들은 이명박 정부가 취임하기도 전에 ‘언론통제’부터 하려는 구시대적 작태에 다름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를 군부독재 시절로 퇴행시키는 폭거이고, 언론인과 언론사라면 참을 수 없는 치명적 굴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줄곧 이명박 당선자에 줄서기를 했던 일부 언론들은 이번 ‘언론사찰’에 대해 축소 보도하거나, 쌩뚱맞게 ‘노무현 탓’으로 돌리는 황당한 왜곡 행태를 보이고 있다. 

조․중․동, 사실기사에서 관련내용 축소하고 개인적인 돌출행동이었음을 집중 부각

<조선일보>는 14일 5면 '인수위, '언론인 성향조사' 파문(박란희 기자)'에서 인수위의 '개인적인 돌출행동’이었다는 점과 이명박 당선인의 '질타'를 부각해 보도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5면 '"언론계 등 5개분야 문건 작성…제가 건방 떨었다"(이한수 기자)'라는 제목으로 ‘성향조사’ 문건을 작성한 장본인인 '박광무 문화부 국장'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 보도는 언론사찰과 이명박 정부의 연관성을 잘라내기 위한 이른바 '꼬리 자르기' 보도의 전형이다.(<그림 1> 참고)
 보도에서는 "새벽에 졸면서 작성하다가 '성향'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성향'의 의미는 와전됐다. 누가 어떤 장르에 더 관심 있고, 비중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파악하려던 것이었다. 그런 조사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한마디로 제가 건방을 떤 것이다”라는 내용과, 인수위로부터 사전에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명색이 대한민국 국장이다.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일할 그런 사항이 아니다. 제가 잘못해서, 불찰로 인해 생긴 일이다. 상황파악과 일 처리를 제대로 못했다"라는 주장을 그대로 담았다. 그야말로 박광무 국장의 개인적 반성문 수준의 내용이었다.

<동아일보> 역시 축소보도로 일관했다. <동아일보>는 2면 '즉각 진상조사…당사자 해촉(동정민·전승훈 기자)'이라는 제목으로 역시 줄곧 "개인적 돌출행동"이라는 인수위의 해명과 이명박 당선자의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입장만을 부각 전달했다.

이어서 <중앙일보>도 같은 날 3면 '언론사 간부 성향 조사 지시한 박광무 위원 "성향 단어 잘못 사용 협의 없이 독자 판단"(정강현 기자)' 기사에서 조선․동아와 마찬가지로 박 위원의 '독자적인 판단'이라는 해명과 이명박 당선자의 유감을 주로 보도하는 태도를 취했다.

<경향>, 단독보도와 이어지는 분석보도 돋보여

이번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경향신문은 1·2·3면에 걸쳐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보도를 했다.

<경향>은 1면 '언론사 내부동향까지 조사(최재영·김광호 기자)'에서 문화관광부가 언론사 간부에 대한 '성향조사' 뿐만 아니라 "산하단체에 중앙일간지의 경영상황과 부대사업, 내부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차기 정부의 언론시장 재편과정에서 활동하기 위한 사전조사로 해석"된다며 "언론사 성향조사와 함께 차기 정부의 ‘언론통제’ 의혹이 확산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1면 '이 당선인 "용납안될 일" 이 위원장 "국민께 송구"(박영환·선근형 기자)'와 2면 '사과속 서둘러 봉합(선근형 기자)'에서는 인수위의 상황과 해명을 전달했다. 2면 '"언론자유 심각한 위협"(안홍욱 기자)' 기사에서는 학계․언론단체들의 규탄발언을, 3면 '정치권 "5공식 언론통제" 비난(김재중 기자)'에서는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당들의 목소리를 실었다. 또 3면 '"직권남용 해당 형사처벌 가능"(안홍욱 기자)', ''개인행동'이기엔 너무 '광범위(김광호 기자)'에서 각각 법조계와 학계에서 제기한 법 적용 여부와 인수위 해명과 문제점을 분석했다.

<한겨레>는 14일 4면 '내부 지시없이 파견공무원이 조사했을까(성연철 기자)' 기사를 통해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 관련 인수위 해명과 의문점'에 대해 '조사지시 주체, 성향 조사 유무, 문건 이용 목적, 회신일자' 등의 의혹 항목을 분석했다. 같은 면 '"이 당선인 언론정책 대비용" 추측 일어(황준범·이유주현 기자)' 기사에서는 겉으론 '언론자유'를 강조하지만 평소 "언론에 섭섭" 발언과 특정언론에 대해 반감이 심했던 이 당선자의 행동,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강경한 분위기가 확대재생산되어 "주변 사람들이 이 당선인의 언론정책에 대비하기 위해 기초 작업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실었다.

조선․동아, 이명박 인수위 언론사찰도 ‘노무현 탓’이라니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언론사의 입장은 의견기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14일 사설 '인수위, 언론인 '성향' 알아서 어디다 쓰려했나'에서 "자기들 성향과 맞는 언론인에게는 정보도 주고 인터뷰 기회도 주고 때로는 정권 내부의 자리까지 알선해 가며 내 편을 만들면서도 권력과 성향이 다르다고 기사와 정보를 따돌리고 갖은 핍박을 가하는 것은 정신병적 정권이나 하는 짓이다”라고 인수위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바로 뒤이어 "노무현 정권은 출발부터 퇴장까지 그 길을 밟아 왔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이어 "이런 정신나간 시대는 마감해야 한다"며 "인수위의 언론인 성향 조사가 노무현 정권의 정신 나간 관행에 길든 관료가 한 짓이라지만 가슴이 철렁하는 건 자라에 놀란 세월이 너무 험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위 성향조사의 장본인을 ‘인수위 소속 인물’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의 관행에 길든 관료'로 규정하는 <조선일보>의 황당하고 쌩뚱맞은 발상의 전환과 입담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아무리 입담이 좋다고 하더라도, 인수위에서 벌어진 일을 노무현 정부 탓으로 돌리려면 최소한의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했어야 마땅하다. 신문사가 사설에서 이 정도의 비판을 가하면서 설득할 만한 근거도 없이 무조건 우기는 식의 비판은 신문사 스스로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또한 이쯤되면 노무현 정부의 잘못도 '노무현 탓'은 물론이요, 추후 이명박 정부의 잘못 역시 '노무현 탓'으로 돌리는 '<조선일보> 식 우기기'가 계속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예측이 된다.

<동아일보>는 다른 신문들이 일제히 사설을 내보낸데 비해, 34면 홍찬식 논설위원의 칼럼 ''횡설수설'/성향조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수준에 그쳤다. 칼럼은 이번 행태가 "독재정권 시절 정보기관을 통해 은밀히 성향 파악을 하던 '언론 통제'의 악몽"과 "노무현 정부가 언론을 편가르기 해 친여성향 언론을 지원하고 비판성향 언론을 지원하고 비판성향 언론을 억압하던 행태도 연상시킨다"며 역시 '노무현 정부' 탓으로 돌리려는 태도를 보였다.

칼럼은 이어 "내편 반대편으로 언론을 갈라 대처하는 발상은 민주적 언론관이 아니다. 성향조사 문제를 문화국 국장이 벌인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다"며 충고했다. 기자실 통폐합 문제 등으로 ''언론 대못질' 시리즈'지 내면서 누구보다도 ‘언론자유’를 외치던 동아일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비판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경향·한겨레·중앙은 진솔한 반성 촉구

반면 <경향신문>은 사설 '언론장악․사찰이 이명박 정부의 '실용'인가'에서는 이번 언론사찰의 문제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자유를 부정하고 침해하며, 우리 사회의 다양하고 민주적인 여론 형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점 ▲인수위가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표심을 오독(誤讀)하고 있다는 점 ▲인수위가 이번 언론장악·사찰 작업을 조직적으로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이번 행위에 대해 당선자와 인수위 등이 지극히 안이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사설은 ▲이 당선자의 진솔한 사과와 분명한 재발방지 약속 ▲전면적인 진상조사와 함께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언론․사회단체와 시민사회가 이명박 정부가 감행하려는 언론장악․통제의 위험성을 함께 인식하고 언론자유를 지켜내기 위한 구체적 대안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경향신문 역시 감시와 견제에 어깨를 나란히 할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한겨레> 역시 사설 '권력 잡았으니 언론 길들이겠다는 건가'에서 당선인의 측근 인사와 한나라당은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형사 고소와 고발, 거액의 민사소송 등으로 압력을 가했”고, “이후보의 비비케이 연루 의혹과 관련해 에리카 김을 인터뷰한 문화방송에 대해 민영화하겠다고 노골적으로 협박하기도 했다”며 “이번 사건이 비판 언론을 손보겠다는 군사독재적 발상의 연장선에서 일어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언론사찰 의혹, 철저히 밝혀야 한다'에서 “‘개인행위’를 강조한 인수위 해명에도 불구하고 세간에는 새 정부 차원의 또 다른 언론 길들이기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돌출행위 운운은 ‘꼬리 자르기’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또한 “인수위에 파견된 공무원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며 “언론 사찰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인물이 새 정권에 엄청난 누를 끼칠지도 모를 지시를 독단적으로 했겠는가…설령 상부의 직접적인 주문이 없었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인수위에 퍼져 있지는 않을까 국민은 불안하다. 사찰을 했다면 언론만 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실 대못을 뽑겠다고 약속한 당선인이 한편으론 노무현 정권도 하지 않았던 공작정치를 준비했다는 의심을 사서야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라는 기자멘트 한 마디가 SBS의 입장인가?

방송 3사도 뉴스를 통해서 ‘언론사찰’에 대해 주요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방송 3사는 언론통제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이번 사안에 대한 심층적 비판에 나서지 않았으며, 특히 SBS는 여전히 인수위의 주장을 전하는 데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SBS는 문제가 처음 제기된 12일 '성향조사 파문(손석민 기자)'에서 관련 소식을 다뤘지만, 논란이 있다는 수준으로 보도하는 소극적인 행태를 보였다. 심지어 보도는 인수위 측의 해명을 담아 사과를 했다는 데만 방점을 찍은 채, 비판의견은 인터뷰 하나 넣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라는 형식적인 멘트로 마감했다. 13일에는 단신으로 인수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언론노조 성명을 짧게 전하는 데 그쳤다.

한편, KBS와 MBC는 사안에 대한 반대의 움직임과 ‘성향’ 조사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함께 전달했다. 12일에는 각각 언론학 교수와 언론연대의 비판 발언을 녹취했으며, 13일에는 대통합민주신당 우상호 대변인을 비롯한 정계의 비판 움직임을 전했다. 또한 ‘성향’조사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MBC는 ''성향'조사 파문(유재광 기자)' 꼭지에서 ‘성향’ 구분에 대해 기자가 의문을 가지고 질문하자 이동관 대변인이 불편한 기색으로 “어디 기자시죠?”라고 반문한 후 ‘모르겠다’라고 대답한 내용을 화면에 담아 인수위의 해명이 석연치 않음을 판단케 했다. KBS도 12일 <언론사 간부 성향 파악>(이석재 기자) 꼭지에서 이번 조사는 “언론사의 논조와 중요 정책 등을 책임지는 간부들을 조사 대상으로 해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고 지적했다.

 언론사를 비롯한 언론관련 주요 단체장과 광고주 등의 약력과 ‘성향’을 조사하고자 했던 이번 ‘언론사찰’은 어처구니없는 구시대적 정치공작의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다. 또한 인수위 측이 제대로 된 사과와 해명 없이 이번 사안을 한 개인의 문제로 ‘꼬리 자르기’식 해결로 마무리 지으려는 태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에 대해 언론은 진상 파악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상세하게 전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당선자에 줄서기 했던 일부 언론들은 인수위의 해명입장만을 전하거나 축소하고 본질을 왜곡하는 보도를 일삼았다.

다시 한번 촉구하건대,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는 안이한 ‘꼬리 자르기’식 대처에서 벗어나,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자기반성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뢰할만한 구체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언론자유’의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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