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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인간적 접근, 그 시도는 좋으나...

<대왕세종>을 비롯한 최근 사극의 경향에 대해

등록|2008.01.15 12:21 수정|2008.01.15 13:51
2008년 1월 <세종대왕>이 호평을 받으며 방영 중이다. 이 작품은 위대한 왕으로서 세종이 아닌 인간 세종의 위대함을 다룬다.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전개 방식이 이 작품만의 특징은 아니다.

사극 <불멸의 이순신> <이산> <황진이> 등을 통해서도 나타나듯이 인간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방식은 한국드라마의 새로운 경향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방식이 선호되는 이유는 정서적 소통과 새로운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먼저, 정서적 소통의 측면이다. 영웅의 내면을 집중 조명한 작품들은 시청자의 내면과 소통할 가능성이 크다. 영웅과 시청자의 소통은 안정적인 시청률 확보로 이어진다. 영웅들의 부침(浮沈)을 통해 시청자는 자신이 겪은 고난이 성공을 위한 전제 조건임을 믿고 싶어 한다. 인물의 일대기를 세밀하게 다루거나 성장드라마의 구조를 띠면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또한, 이들 드라마는 한 인물의 삶에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사실을 다루기보다 알고 싶어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을 전면에 배치한다. 한 인물의 세세한 일상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시청자의 욕망을 충족시킨다. 자연스럽게 이전에 빈번하게 생산되었던 경직된 영웅이 아닌 개성적인 영웅이 창조된다. 부족하지만 고뇌하고 노력하는 인간형으로 창조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적인 인물의 삶을 다룸으로써 각 작품의 독창성이 부각된다. 그러나 인간적인 모습을 조명하는 관점이 가지는 한계는 없는가도 살펴봐야 한다.

인간적인 인물의 삶을 다루면서 역사적 사건의 객관성이나 사실성이 결여된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대다수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은 선인(善人)이다. 악인(惡人)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는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과 갈등하는 인물로 등장할 뿐이다(근래에 들어 선·악의 경계가 불명확하지만 분명히 경계가 존재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하게 작가의 관점에 의해 인물의 선·악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작가의 관점에 따라서 같은 상황을 전개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역사적 오류를 지적하는 의견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루카치는 역사극이 필요한 시대착오를 가진다고 했다. 그의 의견은 상당 부분 타당하다. 하지만 극 전개를 위해 필요한 시대착오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한된 범위가 반드시 필요하다.

역사를 재현하면서 극적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물의 내면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악인에게도 인간적인 측면을 부여함으로써 시청자의 폭넓은 표상활동을 유도하는 것이 좋을 방법일 듯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건 중심의 극 전개도 고려해 볼 만하다. 지금 참신하다고 각광 받는 인물 중심의 극 전개가 언젠가는 낡은 관습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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