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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당선자 측근 군기 잡아라" 이명박 "같은 말이라도 조심 해야"

등록|2008.01.15 13:07 수정|2008.01.15 16:35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자 사무실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 한나라당 제공

 [기사대체 : 15일 오후 4시 20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5일 오전 서울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한 기본 방향 등을 설명하고 국회 통과를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두 사람의 회동이 최근 한나라당 내부의 공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회동 결과에 이목이 집중됐다.  우선 이명박 당선인은 "앞으로 5년간 한나라당이 잘 뒷받침해주고 당과 협력을 잘하면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며 강재섭 대표에게 당 차원의 협조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구성되면 원내대표와 넷이서 만나자고 제안했고, (손 대표 측) 반응이 좋았다"며 "손 대표가 크게 보면 우리와 코드가 맞는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도 "중요한 국가정책은 우리와 (손 대표가) 토론하면 잘 맞을 수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어 강 대표는 "새 정부 출범하는 조직법이나 총리 인준안에 대해 (신당측이) 잘 협조해 줄 것 같다"며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한 대통령이 일하겠다는데, 총선 앞두고 뒷다리 걸면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신당 측도) 잘 알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재섭 "손학규, 우리와 코드가 맞는다"  강 대표는 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당정분리에 대한 감회를 피력했다. 그는 "과거 우리가 여당 할 때는 대통령이 당의 총재였지만 지금은 총재가 아니면서 당이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런 경우에 독립성을 잘 유지하면서도 협력해 유기적으로…, 어떤 의미에서 통합적 당정관계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도 "그게 발전적"이라며 "대통령이 당 총재를 하면서 일방적으로 하는 것 보다는 이런 시스템이 오히려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고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4월 총선과 관련 공천 문제로 옮겨졌다. 강 대표는 "총선에서 무슨 '200석' 이런 건 말이 안 되고 겸손하게 과반수를 만들어야 한다"며 "당이 공천 문제로 시끄러운데 중심을 잘 잡아서 국민 뜻에 맞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나는 강 대표를 믿는다. 우리가 경선 등 어려운 과정을 겪었고 그때 그때 시끄럽고 문제가 많은 것 같았지만 굉장히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치하한 뒤, "(공천과 관련) 이렇게 저렇게 말하는 것은 자기들과 관련되면 한 마디씩 하는 것이니까…"라고 격려했다. 그러자 강 대표가 대뜸 "당선자 측근들도 불필요한 말 안하도록 군기를 잡아달라"고 주문했다. 일부 언론에서 이명박 당선인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공천 문제에 대한 보도를 한 데 대해 일침을 가한 셈이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나는 당선자 측근이 없다. 전부 다 강 대표 측근이 됐다"고 부인했다.  강 대표가 다시 "(당선인) 일부에서…"라고 설명하려 했지만, 이 당선인은 "나는 만날 시간이 없는데, 말조심하고 같은 말이라도 그러면 안 된다"며 "말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런 오해가 생기니까 저는 이쪽저쪽 없고 균형을 잡아서 사심없이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당선인의 "말조심해야 한다"는 발언의 의미와 관련 나경원 대변인은 "'의원들'이라는 주어가 빠졌다"며 "(의원) 모두가 말조심 해야 한다는 뜻이지, 강 대표에게 '말조심 해야'라고 말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나는 측근도 비선도 없다, 다 강 대표 측근"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자 사무실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당과 청와대의 관계 등 현안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한나라당 제공

비공개 면담에서도 이 당선인의 '비선 조직' 문제를 두고 강 대표와 이 당선인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다. 강 대표는 "당이 중심이 돼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고 공정하게 공천을 진행시키겠다"며 "당선자 비선 조직에서도 잡음이 일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이 당선인이 "나는 측근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거듭 '비선 조직' 문제를 꺼내 든 것이다.  이와 관련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인 김무성 최고위원, 유승민 의원 등은 공천 시기가 늦춰지는 것과 관련 "공천작업에 빨리 착수하지 않으니 이 당선자의 비선 조직에서 공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이 당선인의 비선라인 가동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나는) 비선이 없고, 비선 조직에서 공천을 준비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절대 있어서도 안 된다"고 거듭 부인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총선 공천과 관련 "강재섭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중심이 돼 공천을 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강 대표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당선인이) 모든 환경을 조성해달라"며 은근히 이 당선인을 압박했다.  강 대표가 이 당선인의 비선조직을 언급한 것에 대해 나경원 대변인은 "언론 보도 중에 '비선'에서 공천을 짰느니 하는 보도가 나온 것을 두고 한 말"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이 당선인은 "당 중심의 공천"을 강조하면서도 "때가 어느 때인데, 밀실에서 하느냐" "공천심사위에 외부인사가 더 들어가야 한다" 등 공천과 관련해 구체적인 훈수를 두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또 "너무 지레짐작으로 걱정을 많이 한다, 때가 어느 때인데…"라며 공천 시기 문제 등으로 반발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강재섭, 박근혜와 갈등 끝내나... "그 심정 이해해야 한다" 반면 박 전 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강 대표는 "그(박 전 대표의)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서 강재섭 대표는 이날 오전 중국 정부 특사 자격으로 국회를 방문한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한나라당에서 제일 보배이고 국민들에게 인기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중국 특사로 정한 것은 비중이 있고 의미심장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강 대표는 최근 공천 시기 문제와 관련해 박 전 대표와 가시돋힌 설전을 주고 받으며 감정의 골이 깊은 상태다. 강 대표는 박 전 대표가 공천 문제와 관련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느낀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이에 박 전 대표가 "왜 내 발언에만 불쾌감을 느끼느냐"고 맞대응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날(14일) 이명박 당선인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 공천 문제는 강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공식적으로 다룰 것"이라며 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한편 정부조직 개편 방향에 대한 구상이 마무리됐고, 이날 강 대표를 만나 국회 차원의 협조도 구함에 따라 인수위는 이르면 내일이나 모레 조직개편안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기존 18부 4처에서 14부 2처가 유력해 보인다.  이날 이 당선인과 강 대표 간에 구체적인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논의까지 진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나경원 대변인은 "구체적인 언급 없이 약간의 논의만 있었다"며 "강 대표가 의견을 전한 것이 있었고, 당선인도 여기에 같은 생각을 표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 당선인은 강 대표에게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여론이 있을 수 있지만 새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 틀을 짜는 것이니만큼 이에 대해 여야 모두 협조해서 국회에서 개정안이 원활하게 통과되도록 특별히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강 대표도 "새 정부 초기 국정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당이 원내 협상 등을 통해 개정안이 원활하게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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