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아, 찾는 이 없는 '비지정'도 서러운데...

탑재들은 건물을 받치고 있어 경암정과 이남서당을 찾아

등록|2008.01.16 21:41 수정|2008.01.16 21:41
 경주에도 겨울비 아니 약간의 눈이 내리기 시작한 오후 찾기 어려운 비지정 문화재를 찾아 길을 떠났다. 비지정 문화재들은 전국적으로 역시나 찾아가는데 어려움이 너무나 많다. 정보 부족과 현지를 직접 발로 뛰어 보지 않으면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그런 곳 그곳에 우리를 기다린다. 찾는 이가 없어도 한결 같이 세월을 흘러 흘러 다시금 다가온다.

탑재는 어디론가 가고 없어...

경북 경주시 외동읍 신계리에 있는 경암정을 찾았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킨 경주인 경암 김지춘을 추모하여 1946년 그의 후손들이 세운 정자란다. 찾아간 이유는 탑재들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어렵게 찾았으나 일부 부재들은 있고 정작 찾아보았으면 하는 탑의 지붕돌은 어디론가 사라진 것인지 아님 못 찾은 것인지 보이지가 않는다. 마당가 있는 향나무가 세월을 알 수 있듯 좋아 보인다.

전경경주시 외동읍 신계리에 있는 경암정 ⓒ 김환대


석탑 부재석탑 부재들이 보인다. ⓒ 김환대


내부경암정 내부 문살 ⓒ 김환대


같이 간 일행 중에 누군가 댓돌이 되어버린 기단 석탑 팔자 기구하구려, 라고 한다. 건물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으나 창살과 불발기창도 눈에 들어온다. 탑의 부재들은 제 자리가 아니라도 고통에서 벗어났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에는 열녀 되기가 쉬웠을까?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이 서려 있다는 영지를 지나 방어리의 열녀각을 찾았다. 조선 영조 때 열부 홍계발의 처 경주 김씨 후처 나주 정씨의 열행을 기리기 위해서 1729년 조선영조 5년에 세우고 다음해 비각을 완공하였다. 김씨와 정씨는 남편이 병들자 병구완을 하며 길쌈을 하고 있는데 어느 여름날 호랑이가 나타나 남편을 해치는 것을 보고 김씨는 홑이불로 호랑이를 덮어 씌우고 정씨는 방망이로 호랑이를 때려 잡아 남편을 구했다고 한다. 정말 요즘 같으면 그리 못 할 일이다. 비석에는 이 같은 내용이 아마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열녀각 전경열녀각 전경 ⓒ 김환대


비문비문에는 많은 글 들이있다. ⓒ 김환대


방어리의 이남서당, 어렵게 찾은 그 곳에 탑재가

어렵게 주변을 2시간여 맴돌다가 찾은 이남서당은 이운봉이 세운 서당으로 보문의 남구명(문과 급제 후 순천부사 역임)과 소정의 이진택(문과 급제 후 장령 역임)과 옆 마을 시동의 최인간(문과 급제 후 장령 역임) 등을 배출하였다고 한다.

개인 집이라 출입를 허가 받아 구경을 하였다. 들어가니 중앙 2칸 방을 내고 좌우 1칸에 마루, 문 앞에는 툇마루가 배치된 구조이다. 건물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건물을 받치는 주춧돌인데 역시나 주변 절터에서 옮겨온 것으로 보이는 온갖 초석과 탑의 부재들이 있다.

이남서당 전경어렵게 찾은 이남서당 ⓒ 김환대


현판이남서당 현판 ⓒ 김환대


탑 지붕돌탑의 지붕돌이 보인다. ⓒ 김환대


주춧돌여기저기 주춧돌이 보인다. ⓒ 김환대


무거운 건물을 그대로 받쳐 들고 이 오랜 세월을 견뎠으리라… 절터는 알 수 없고 오직 이 부재들만 보인다. 주변에 아직도 찾지 못한 곳이 많은데 벌써 시간은 지나 어둑어둑 해가 넘어간다. 다음 기회에 못 다 본 곳을 또 찾아 나서야겠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