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랴~’ 봄을 재촉하는 소 쟁기질
[사진] 따스한 봄날을 기다리며...
▲ 소 쟁기질한 촌로가 소를 몰고 밭을 갈고 있습니다. ⓒ 조찬현
“이랴~”
“워~ 워~ ”
한 촌로가 소를 몰고 밭을 갈고 있습니다. 봄을 재촉하기라도 하듯이.
찬바람이 매섭습니다. 겨울 추위가 혹독할수록 따스한 봄이 더 기다려지는 법입니다. 겨울햇살이 내리쬐는 지난 16일 오후, 전남 여수 신풍면 구암 마을의 들녘에서 땅심을 돋우기 위해 한 촌로(76·유준석)가 소를 몰고 쟁기질을 하고 있습니다.
쟁기질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닙니다. 그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 고향의 부모님이라도 뵌 듯 어찌나 반갑던지. 기계화 영농과 주거환경의 변화로 아득한 먼 옛날 추억의 사진을 보는 듯합니다. 풍경과 마주하고 서있는데 문득 옛날 시조 한수가 떠오릅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조선 후기의 문신 남구만이 봄을 맞이하는 농촌의 풍경을 노래한 시조입니다. ‘해가 떠서 동쪽으로 난 창문이 밝았다. 종달새가 울고 다닌다. 소치는 아이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느냐. 재 너머 긴 이랑의 밭을 언제 갈려고 일어나지 않느냐‘ 는 내용입니다.
▲ “이랴~”“이랴~” 어서 가자. ⓒ 조찬현
▲ 밭갈이전남 여수 신풍면 구암 마을 들녘에서 ⓒ 조찬현
▲ 촌로벌써부터 부지런한 촌로는 슬슬 농사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조찬현
송아지가 크면 물푸레나무로 코뚜레를 만들어 코뚜레를 잡고 쟁기질 훈련을 시킵니다. 농부는 나무로 만든 도구에 커다란 돌멩이를 얹어 소가 쟁기를 끄는 연습을 시킵니다. 어느 정도 숙달이 되면 쟁기를 끌고 밭이랑을 똑바로 가는 훈련을 합니다. 멍에를 쓴 소가 이리저리 날뛰고 여간 힘이 드는 일이 아닙니다.
소가 없으면 농사를 못 짓던 시절이 엊그제 같습니다. 촌로의 소 쟁기질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맘이 애틋해져 옵니다. 저 멀리 민가에서 새참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오는 이쁜이의 모습이 보일 것만 같습니다. 밭두렁에 도란도란 둘러 앉아 봄나물에 막걸리 한잔이 그리운 봄날이 머지않았습니다.
▲ 누렁이가다 멈췄다 소는 신기하게도 촌로의 말을 잘 알아듣습니다. ⓒ 조찬현
벌써부터 부지런한 촌로는 슬슬 농사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구암 마을에 소 쟁기질을 하는 사람은 유 할아버지 딱 한 사람뿐입니다. 누렁이는 낯선 이의 시선 때문인지 고개를 자꾸만 돌립니다.
“이랴~, 워~ 워어~”
가다 멈췄다 소는 신기하게도 촌로의 말을 잘 알아듣습니다. 묵혔던 땅을 쟁기로 갈아엎습니다. 이렇듯 산밭의 조그마한 밭뙈기나 다랑이 논은 소 쟁기가 더 유용합니다. 머지않아 논밭에도 우리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찾아오겠지요.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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