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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몰이'에 희생된 노 대통령과 민노당

'노무현 탓'과 '종북주의' 논란의 본질... 수구보수세력을 경계하며

등록|2008.01.17 15:20 수정|2008.01.17 15:20
‘여론몰이’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중세 마녀사냥과 20세기 중반 메카시즘 광풍을 연상케 한다. 피해자는 바로 참여정부와 민주노동당, 즉 노무현 대통령과 ‘종북주의자’이다. 가해자는 공통으로 수구보수세력이다.

참여정부는 출발부터 일부 정치언론을 비롯한 수구보수세력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이들은 참여정부의 언론개혁은 ‘언론탄압’으로, 과거사 정리 등 역사 바로 세우기는 ‘소모적 이념 논쟁’으로, 평화번영정책은 ‘대북 퍼주기’로,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 탄압’으로, 그리고 ‘코드 인사’ ‘막말 정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갖은 용어를 만들어내며 여론을 조작해왔다.

수구보수세력의 이런 ‘여론몰이’는 진보언론을 비롯한 진보개혁진영에까지 영향을 끼쳐, 언제부턴가 보수와 진보 구별 없이 하나의 목소리로 ‘무능정권 10년’ ‘잃어버린 10년’을 합창하기에 이른다.

무차별 진행된 보수진영의 ‘여론몰이’는 결국 진보개혁진영에까지 확산

이런 추세는 결국 지난 대선을 전후해 극에 달했다. ‘참여정부 심판’ ‘노무현 탓’ 등이 언론보도의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약방의 감초’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모든 정치 사회현상의 원인 제공자가 됐다. 항변할 수 없는 ‘여론몰이’ 광풍이다.

진보개혁진영의 이런 행태는 결국 수구보수세력의 줄기찬 ‘여론몰이’에 편승한 또 하나의 기회주의이자 진실 왜곡이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의 성과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또한 자부심 느껴야 할 세력이 한 술 더 떠 이에 대해 왜곡하고 폄훼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당장 ‘여론몰이’에 현혹된 눈이 무서워 아닌 길을 간 것에 다름 아니다.
먹잇감을 해치운 수구보수세력은 어느새 민주노동당으로 시선을 돌렸다. 진보진영의 대표 주자인 민주노동당은 이들이 볼 때 ‘눈엣가시’임에 틀림없다. 이들은 민노당 구성의 한계로 지적되는 이른 바 자주파와 평등파의 분열을 노린다.

‘종북주의’란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종북주의’ 논란은 민주노동당 대선 평가 과정에서 한 인사의 입에서 잠깐 나왔다가 삽시간에 민노당 정체성 논란으로, 분당설과 비대위 구성까지 당 전체를 집어 삼키기에 이르렀다. 이 용어가 처음 어디부터 사용된 것인지는 중요치 않다. 다만 이것이 어떻게 전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게 되었으며, 이로 인한 후과가 어떠하냐가 문제이다.

민주노동당의 ‘종북주의’ 논란, 수구진영 ‘여론몰이’의 또 다른 희생자

보수언론뿐만 아니라 진보언론까지 연일 ‘종북주의’로 지면을 채웠다. 대선 기간 언론의 푸대접에 불만이 많던 민주노동당이 대선이 끝나고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듯했다. 당 내 일부 인사들의 비수와도 같은 비난이 이어졌다. 탈당이니, 결별이니, 척결이니, 때를 만난 듯 목소리를 높였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과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장 등 흔히 말하는 진보 지식인조차 ‘종북주의’ 운운하며 당 헐뜯기에 앞장섰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가 결코 진보진영에 도움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는 1990년대 시민사회를 공안정국으로 꽁꽁 얼게 만들었던 ‘주사파’ 논쟁의 연속이다. 공안광풍의 전주곡이다. 어불성설이다. 어느 시대인대 종북이니 친북이니 연북이니 하는 구시대적 용어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인가 뒤돌아볼 일이다.

‘종북주의’ 논란에 대해 김승교 변호사(민노당 중앙위원)는 “사실도 아니고, 흑색선전일 뿐만 아니라 비열한 짓”이라며 “‘종북주의’라는 표현은 이회창으로 대표되는 보수우익진영에서도 하지 않는 표현이다. 극우세력보다 더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이 같은 논란의 진원지, 부채질을 하는 세력이 바로 수구보수진영이라는 것이다. 무차별적 여론몰이로 참여정부를 피투성이로 만든 이들은 진보진영에 칼끝을 겨눠 난도질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이 천방지축으로 날뛰며 불 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격이다.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참여정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이들이 자기들끼리 치고 박고, 가관이다. 한 쪽에서 얼굴에 웃음 가득, 팔짱을 낀 채 지켜보는 세력이 있다. 참여정부에 대해 ‘묻지마 식 발목잡기’와 ‘왜곡’으로 여론을 조작하며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쟁취한 이들이다.

이것으로 끝은 아닐 것이다. 곧 이명박 정부가 시작된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한 행보가 벌써 시작됐다. 인수위의 행태가 그렇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그리고 민주노동당에 이은 다음 희생자는 누가 될까 걱정이다. ‘역사는 진보한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이를 뒤돌리려는 검은 세력의 움직임에 시민사회진영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참말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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