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역할, 정말 힘들어요
연수 간 엄마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이야...
며칠 전에, 엄마가 얼마 후에 2박 3일 연수에 간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방학이라 하루 24시간 붙어 있는 게 너무 지겨웠던 제게 희망을 주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해방이다 하고 "아싸!"하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엄마는 제가 엄마를 붙잡을 거라고 생각하셨는지 실망스런 눈빛으로 저에게 "네가 아직 힘든 걸 몰라서 그래, 어디 한번 엄마 없이 잘 지내봐라"하셨습니다. 엄마가 아직 저를 어린아이로 보시나 하고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가슴속의 투지(?)가 불 타올라 엄마께 이번 기회에 제가 이제 진정한 중학생이고 엄마의 도움 없이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기로 했습니다.
그 날이 바로 어제였습니다. 엄마가 가시는 데도 10시까지 늦잠을 자는 저를 보고 엄마는 쪽지로 말을 남기시고 가셨습니다.
'엄마가 가는데도 늦잠을 자니? 이래서 3일 동안 잘 있을 수 있겠어? 엄마는 연수 가서 너희들 걱정할 시간 없으니까 밥 잘 챙겨먹고. 아빠랑 엄마가 없는 동안은 네가 우리 집 가장 인 거 알지? 아빠 집에 오시면 네가 밥 챙겨드려. 이번에 큰딸 노릇 잘 할거라고 믿는다. 사랑해'.
쪽지에 쓰여 있는 엄마의 '사랑해' 라는 말이 진짜인지 의심이 갔지만 그래도 기합(?)을 불어 넣고 엄마가 하시던 대로 동생을 깨우러 갔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동생이 하도 새근새근 자고 있어 얼마나 피곤했으면 저럴까 하고 깨우기가 미안해졌습니다. 그래도 엄마가 하시던 대로 귀 옆에서 온갖 잔소리를 퍼부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럴수록 동생은 오히려 안 일어났습니다. 좀전에 미안하던 마음은 까맣게 지워졌습니다. 얘가 날 놀리나 하고 화가 목구멍까지 올라와 동생을 때려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말씀처럼 제가 아빠, 엄마가 안 계실 때는 가장인데 동생을 때린다면 가장으로서의 올바른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향하는 주먹을 참으면서 또 다시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없는 동안은 바로 내가 이 집의 엄마야!'
엄마가 가신 지 몇 시간도 채 안됐는데 벌써부터 엄마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깨끗하던 집이 저와 동생이 지나가기만 해도 더러워져 있고 또 청소하고 뒤돌아서 다시 보면 또 더러워져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오전에만 청소를 3번 넘게 하고 보니 몸이 무슨 심각한 병에 걸린 것처럼 힘이 들었습니다. 점심은 라면으로 대충 끼니만 때우고 길고 길었던 오전이 지나고 오후가 됐습니다.
엄마가 안 계셔서 그런지 '오늘만은 공부 안 하고 놀면 안 될까. 학원도 빠지고 싶고' 하는 위험한(?) 생각이 저와 동생의 뇌리를 동시에 스쳐갔습니다. 하지만 엄마 없이도 잘 지내겠다는 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엄마의 쪽지를 한 번 더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리고 학원 가기 싫다는 동생을 학원에 보내고 저도 열심히 숙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고 나니 왠지 제 자신이 뿌듯해졌습니다.
저녁시간이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밥솥은 처음부터 밥이 없었던 것처럼 깨끗했습니다 .학교에서 했던 요리실습을 집에서 한다는 생각에 기뻐서 동생과 저는 곧바로 집에 있는 온갖 요리책을 뒤져봤습니다. 많고 많은 요리 중에 저희 눈에 띄었던 음식은 바로 쌈밥정식.
아빠도 엄마께 자주 해달라고 하시던 음식이고 저희도 좋아해서 엄마가 간식 사 먹으라고 주고 가신 10000원을 갖고 바로 요리재료를 사러 나갔습니다. 그렇지만 고기를 사야 하는데 도대체 좋은 고기가 어떤 것인지 몰라 정육점 앞에서 안절부절하니까 정육점 아주머니께서 좋은 고기 골라 줄 테니 걱정 말라고 하셔서 다행히 마음을 놓았습니다.
집으로 와서 앞치마를 두르고 두건을 쓰고 집에 있는 대부분의 요리재료를 다 꺼냈습니다.아빠가 우리가 만든 음식을 보고 얼마나 뿌듯해하실까 하는 들뜬 마음에 요리를 빨리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요새 직장일이 너무 바빠 토요일, 일요일도 없다시피 분주하게 보내십니다. 오늘도 늦으시는데 엄마가 안 계셔서 들어오셔서 저녁 챙겨준다고 낮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아빠가 오시기 전에 음식을 차려 놓고 싶은데 책의 지시대로 하는데도 마음처럼 잘되지 않았습니다.
조금 후 아빠가 도착하셨습니다. 음식은 잘 되지 않았고 준비 때문에 집은 난장판이 된 상태였습니다. 아빠는 그래도 기특하다며 이것저것 정리를 하신 뒤 음식을 마무리하셨습니다. 차라리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하시는 듯했지만 말을 꺼내지 않으셨습니다.
직장일로 지친 모습이 역력하셨지만 웃으시면서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아빠는 엄마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평소 무뚝뚝하셔서 엄마를 사랑하는가 의심스러울 정도인 우리 아빠가 엄마 자랑을 늘어 놓으셨습니다.
“너희는 복을 타고 났다. 요즘 세상에 너희 엄마 같은 사람 없다”로 시작된 엄마 자랑은 식사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고 “아빠는 그래서 엄마한테 늘 미안하다”로 매듭이 지어졌습니다. 아빠는 식사가 끝나자마자 들어가서 공부하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설거지며 정리는 아빠의 몫이었습니다.
10시가 돼서야 정리를 마치신 아빠는 피곤하시다며 먼저 주무신다고 하고는 안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아빠하고 잘 사람은 안방에 와서 자라고 하셨습니다. 저와 동생은 공부를 한 뒤 자려고 안방으로 갔습니다. 아빠는 많이 피곤하신지 저희가 문을 연지도 모르시고 잠에 취해 계셨습니다. 저희 둘은 아빠 잠을 깰까봐 우리방에서 책을 읽다가 잠에 들었습니다.
엄마 없이 혼자 잠드신 아빠의 모습이 괜히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역시 아빠한테는 엄마가 있어야 돼, 물론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지만. 엄마가 안 계신 짧은 기간은 엄마는 아빠한테도, 우리한테도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걸 다시한번 확인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전화벨소리에 잠을 깨 보니 벌써 밖은 햇살이 가득했습니다. 아빠는 어김없이 식사를 준비해놓으셨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하셨을 아빠. 그리고 내색을 안 해도 아빠와 우리 걱정에 연수도 제대로 못 받으실 우리 엄마. 우리는 문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
'엄마, 아빠는 우리에게 ‘초특급 울트라’ 소중한 존재입니다. 사랑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엄마는 제가 엄마를 붙잡을 거라고 생각하셨는지 실망스런 눈빛으로 저에게 "네가 아직 힘든 걸 몰라서 그래, 어디 한번 엄마 없이 잘 지내봐라"하셨습니다. 엄마가 아직 저를 어린아이로 보시나 하고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가슴속의 투지(?)가 불 타올라 엄마께 이번 기회에 제가 이제 진정한 중학생이고 엄마의 도움 없이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기로 했습니다.
그 날이 바로 어제였습니다. 엄마가 가시는 데도 10시까지 늦잠을 자는 저를 보고 엄마는 쪽지로 말을 남기시고 가셨습니다.
'엄마가 가는데도 늦잠을 자니? 이래서 3일 동안 잘 있을 수 있겠어? 엄마는 연수 가서 너희들 걱정할 시간 없으니까 밥 잘 챙겨먹고. 아빠랑 엄마가 없는 동안은 네가 우리 집 가장 인 거 알지? 아빠 집에 오시면 네가 밥 챙겨드려. 이번에 큰딸 노릇 잘 할거라고 믿는다. 사랑해'.
쪽지에 쓰여 있는 엄마의 '사랑해' 라는 말이 진짜인지 의심이 갔지만 그래도 기합(?)을 불어 넣고 엄마가 하시던 대로 동생을 깨우러 갔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동생이 하도 새근새근 자고 있어 얼마나 피곤했으면 저럴까 하고 깨우기가 미안해졌습니다. 그래도 엄마가 하시던 대로 귀 옆에서 온갖 잔소리를 퍼부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럴수록 동생은 오히려 안 일어났습니다. 좀전에 미안하던 마음은 까맣게 지워졌습니다. 얘가 날 놀리나 하고 화가 목구멍까지 올라와 동생을 때려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말씀처럼 제가 아빠, 엄마가 안 계실 때는 가장인데 동생을 때린다면 가장으로서의 올바른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향하는 주먹을 참으면서 또 다시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없는 동안은 바로 내가 이 집의 엄마야!'
엄마가 가신 지 몇 시간도 채 안됐는데 벌써부터 엄마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깨끗하던 집이 저와 동생이 지나가기만 해도 더러워져 있고 또 청소하고 뒤돌아서 다시 보면 또 더러워져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오전에만 청소를 3번 넘게 하고 보니 몸이 무슨 심각한 병에 걸린 것처럼 힘이 들었습니다. 점심은 라면으로 대충 끼니만 때우고 길고 길었던 오전이 지나고 오후가 됐습니다.
엄마가 안 계셔서 그런지 '오늘만은 공부 안 하고 놀면 안 될까. 학원도 빠지고 싶고' 하는 위험한(?) 생각이 저와 동생의 뇌리를 동시에 스쳐갔습니다. 하지만 엄마 없이도 잘 지내겠다는 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엄마의 쪽지를 한 번 더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리고 학원 가기 싫다는 동생을 학원에 보내고 저도 열심히 숙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고 나니 왠지 제 자신이 뿌듯해졌습니다.
저녁시간이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밥솥은 처음부터 밥이 없었던 것처럼 깨끗했습니다 .학교에서 했던 요리실습을 집에서 한다는 생각에 기뻐서 동생과 저는 곧바로 집에 있는 온갖 요리책을 뒤져봤습니다. 많고 많은 요리 중에 저희 눈에 띄었던 음식은 바로 쌈밥정식.
아빠도 엄마께 자주 해달라고 하시던 음식이고 저희도 좋아해서 엄마가 간식 사 먹으라고 주고 가신 10000원을 갖고 바로 요리재료를 사러 나갔습니다. 그렇지만 고기를 사야 하는데 도대체 좋은 고기가 어떤 것인지 몰라 정육점 앞에서 안절부절하니까 정육점 아주머니께서 좋은 고기 골라 줄 테니 걱정 말라고 하셔서 다행히 마음을 놓았습니다.
집으로 와서 앞치마를 두르고 두건을 쓰고 집에 있는 대부분의 요리재료를 다 꺼냈습니다.아빠가 우리가 만든 음식을 보고 얼마나 뿌듯해하실까 하는 들뜬 마음에 요리를 빨리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요새 직장일이 너무 바빠 토요일, 일요일도 없다시피 분주하게 보내십니다. 오늘도 늦으시는데 엄마가 안 계셔서 들어오셔서 저녁 챙겨준다고 낮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아빠가 오시기 전에 음식을 차려 놓고 싶은데 책의 지시대로 하는데도 마음처럼 잘되지 않았습니다.
조금 후 아빠가 도착하셨습니다. 음식은 잘 되지 않았고 준비 때문에 집은 난장판이 된 상태였습니다. 아빠는 그래도 기특하다며 이것저것 정리를 하신 뒤 음식을 마무리하셨습니다. 차라리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하시는 듯했지만 말을 꺼내지 않으셨습니다.
직장일로 지친 모습이 역력하셨지만 웃으시면서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아빠는 엄마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평소 무뚝뚝하셔서 엄마를 사랑하는가 의심스러울 정도인 우리 아빠가 엄마 자랑을 늘어 놓으셨습니다.
“너희는 복을 타고 났다. 요즘 세상에 너희 엄마 같은 사람 없다”로 시작된 엄마 자랑은 식사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고 “아빠는 그래서 엄마한테 늘 미안하다”로 매듭이 지어졌습니다. 아빠는 식사가 끝나자마자 들어가서 공부하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설거지며 정리는 아빠의 몫이었습니다.
10시가 돼서야 정리를 마치신 아빠는 피곤하시다며 먼저 주무신다고 하고는 안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아빠하고 잘 사람은 안방에 와서 자라고 하셨습니다. 저와 동생은 공부를 한 뒤 자려고 안방으로 갔습니다. 아빠는 많이 피곤하신지 저희가 문을 연지도 모르시고 잠에 취해 계셨습니다. 저희 둘은 아빠 잠을 깰까봐 우리방에서 책을 읽다가 잠에 들었습니다.
엄마 없이 혼자 잠드신 아빠의 모습이 괜히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역시 아빠한테는 엄마가 있어야 돼, 물론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지만. 엄마가 안 계신 짧은 기간은 엄마는 아빠한테도, 우리한테도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걸 다시한번 확인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전화벨소리에 잠을 깨 보니 벌써 밖은 햇살이 가득했습니다. 아빠는 어김없이 식사를 준비해놓으셨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하셨을 아빠. 그리고 내색을 안 해도 아빠와 우리 걱정에 연수도 제대로 못 받으실 우리 엄마. 우리는 문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
'엄마, 아빠는 우리에게 ‘초특급 울트라’ 소중한 존재입니다. 사랑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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