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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1일, '마틴 루터 킹 데이'에 즈음하여

[영어그림책으로 놀아볼까 10] Martin's big words

등록|2008.01.20 10:12 수정|2008.01.20 12:56

▲ Martin's big words ⓒ Bryan Collier

1월 15일은 흑인 인권 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일이다. 미국은 1986년부터 그의 생일을 즈음한 1월 셋째 주 월요일을 마틴 루터 킹 데이(Martin Luther King, Jr. Day)로 정해 독립기념일,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과 같이 국가적인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

개인의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공휴일로 정한 경우는 2월 셋째 월요일, '대통령의 날 (Presidents’ day)' 외에 ‘마틴 루터 킹 데이’가 유일하다. ‘대통령의 날’은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16대 대통령 링컨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두 대통령의 생일이 모두 2월에 있기 때문에 그 날로 정해진 것.

마틴 루터 킹은 미국의 유치원, 초등학교 커리큘럼에서부터 크게 다루는 인물이라 학교에만 들어가면 아이들은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등의 이름과 함께 마틴 루터 킹 이름을 읊어대기 시작한다. 아이 유치원에 1주일에 한 번씩 자원봉사를 가는데 요즘은 교실 책꽂이에 마틴 루터 킹 그림책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 즈음 수업에서 주로 다루는 학습 주제라는 의미.

<Martin’s Big Words>도 킹 목사의 생애를 다룬 그림책 중 하나다. 부제가 ‘The life of Dr. Martin Luther King, Jr.’인 만큼 킹 목사의 일대기를 주요 사건 위주로 서술하고 있는데, 그림책에서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부분은 그가 했던 ‘말’들이다.

표지에는 아무 말도 쓰여 있지 않고 그저 킹 목사의 활짝 웃는 얼굴만 전면에 가득하다. 그림책의 제목이 <Martin’s Big Words>이면서 글과 말이 하나도 쓰여있지 않으니 호기심 자극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장치인 셈.

수채화와 콜라주를 혼합한 강렬한 그림, 그의 생애 중 몇 가지 사건을 간결히 설명하는 문장들, 그리고 그 문장보다 더 크고 굵게 다른 색깔의 글씨체로 강조해 놓은 킹 목사의 ‘말’들. 그림책은 크게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 Martin's big words ⓒ Rappaport & Collier


▲ Martin's big words ⓒ Rappaport & Collier


흑인 분리주의 정책이 지배하던 어린 시절, 간디의 영향을 받은 비폭력 무저항 사상에 대한 언급 등이 책의 초반에 간결히 제시된다. 1955년 겨울, 앨러바마에서 발생한 로사 팍 사건, 그 이후 381일간의 몽고메리 시 버스 보이콧 운동 등은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는 편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그림책 마지막 부분이다. 1968년 테네시 주 멤피스에서의 암살을 다루고 있는 부분. 위대한 인권운동가의 안타까운 죽음을 다루는 데 있어 저자는 특히나 말을 아낀다. 석 줄에 걸쳐 단 두 문장으로 표현해 버린 것.

On his second day there(그곳에서의 둘째날), 
he was shot(그는 총에 맞았다).


He died(그는 죽었다).

이 문장의 첫인상은 너무 강렬해서 아이들 그림책에 적합하지 않은 듯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 처음 그림책을 접하고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우리 여섯 살짜리 둘째 딸은 바로 “너무 슬퍼요…눈물이 나올 거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저자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마틴 루터 킹은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는 것. 즉, 이 책에 인용해 놓은 커다란 글씨체의 그의 ‘말’들과 그 속에 담긴 그의 ‘정신’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그래야만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책의 맨 앞에는 글과 그림 작업을 함께 한 작가 둘의 작업 과정과 의도가 쓰여져 있는데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킹 목사의 무엇을 전하고자 했는지, 왜 하필이면 콜라주 기법을 사용했는지, 책의 앞 뒷면 가득 스테인드 글라스 그림으로 채운 이유는 무엇인지, 맨 뒤에 불 켜진 양초 네 개는 무슨 의미인지….

▲ 조지아 주 애틀란타에 있는 킹 목사의 생가. 1895년에 지어진 건물이며 1929년 킹 목사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생가 주변에는 의미 깊은 건물과 기념관들이 여러 채 서 있고 마틴 루터 킹 역사 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 김윤주


세상은 결국 변했다. 이제는 더 이상 집 근처 학교를 두고 몇 블록이나 걸어서 흑인 전용학교로 등교해야 하는 흑인 소녀도 없고, 화장실도 식당도 수영장도 ‘백인 전용(White only)’ 표지판이 걸린 곳은 없다. 흑인인 주제에 백인에게 자리를 내 주지 않는다고 한겨울 버스에서 내몰릴 염려는 더더군다나 없는 세상이다.

킹 목사가 소망했던 대로 앨러바마에서도 흑인 어린아이가 백인 꼬마들과 형제자매처럼 어울려 노는 풍경이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가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절절히 외쳤던 그 '꿈'이 이런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의 유명한 연설 “I have a dream”을 오랜만에 다시 들었다. 떨리는 그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여전히 마음 한켠이 시큰한 느낌은 왜일까.

* 독서후 활동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이와 함께 표지의 마틴 루터 킹 목사 얼굴을 따라 크게 그려 보자. 그리고 잡지에서 글자들을 오려내 그가 했던 말들을 만들어 붙여 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보자.
덧붙이는 글 - Martin's big words / Doreen Rappaport & Bryan Collier / Hyperion Books / 2001
- 2002 칼데콧 오너 북
- 작가 홈페이지 http://www.doreenrappa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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