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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아이디어로 21세기에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주장] 대운하 중단 제안 1

등록|2008.01.21 09:09 수정|2008.01.21 09:09
대통령제인 미국에서 대선직후에 반드시 정치평론가들이 한목소리로 당선자에게 충고하는 말이 있다. 국제사회의 변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지금부터 선거공약은 최대한 잊고 국민모두를 위한 새로운 현정을 펴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충고라고 본다.

우리 대선이 한달도 지나기 전에 우리나라의 최대무역국인 미국에서는 1928년의 대공황을 다시 맞게 될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경기 불황을 계속 부인하던 부시 대통령마저 의회와 긴급 대책을 마련중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기임에도 대선이후 한달이 지난 오늘까지 새로이 다가오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미래지향적인 대안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대운하에 집착하는 모습만 보임으로써 연이은 반론이 재기되고 있다.

18세기의 산업경제에서 서비스경제로 이제는 창조경제로 나아가야 할 시기에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대운하건설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대홍수 피해 같은 엄청난 재앙이 예고되고 자연환경과 문화환경을 한꺼번에 파괴할 대운하 공사를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일류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위대한 대~한 민국에서 대운하를 밀어붙이겠다는 사고는 설득력이 없다. 한반도 대운하는 고속철도나 경부고속도로와는 다르다. 기업에서 하겠다고 해도 국민이나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할 사업임이 너무나 명백해 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운하를 중단해야 할 이유를 중복은 가급적 피하고 몇 가지 들어 보겠다.

첫째로, 100년 못 넘긴 영국운하의 전성기에서 배우자.

최초로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에서 18세기중반 몇몇 귀족들은 운하건설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된다. 이를 목격한 재산가들은 너도 나도 운하건설에 투자하는 광기를 보인다. 마차나 선박이 교통수단이던 시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당시로서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대량의 방직제품을 운반하고 공장에서 필요한 석탄을 대량으로 값싸고 빠르게 수송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그러나 운하의 전성기는 100년도 가지 못했다. 19세기중반 다가온 철도교통망의 등장으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거의 모든 운하가 폐쇄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20세기 초에는 자동차가 등장하여 대량생산 체제에 들어가고 중반에는 항공기가 등장한다. 당연히 운하는 천덕꾸러기로 변하고 잘 나가던 철도마저 큰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철도는 57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는 고속화로 항공산업과 경쟁을 할 정도로 부활했다. 2차대전이 지나고 문 닫은 운하를 복원하자는 운동이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운하는 수상관광의 수단으로만 활용될 뿐 아무도 물류를 위한 교통수단으로 재기하지 못했다.

둘째, 21세기엔 21세기에 맞는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영국에서 19세기 중반에 이미 사장이 된 것이 물류운하이다.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에서 21세기에 대대적인 건설공사로 대운하를 시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고 각계의 전문가들이 최근 잇달아 지적하고 있듯이 전혀 타당성이 없다는 지적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위원회의 국가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에 TFT까지 만들어 기정사실화하여 밀어붙인다는 것은 국민을 지극히 우롱하는 일로 역사에 기록될 것 같다.


21세기엔 21세기에 맞는 산업이 얼마든지 있다. 대운하 건설에 투입될 엄청난 비용과 인력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창조도시를 만들어 내는데 전력 투자해야 할 것이다. 산업혁명을 유럽보다 200년 후에나 시작한 중국에서도 나오지 않는 발상으로 지금 어느 정치인보다 앞서가는 위대한 우리국민을 설득해 나갈 수 있겠는가?

셋째로 중국에서 배우자.

중국처럼 인구가 많고 대량생산의 제조업 국가에서조차 대운하건설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 대신에 고속 철도, 지하철 및 고속도로 건설에 국가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올림픽이 개최되는 베이징의 주변 대도시는 지난해 이미 고속철도로 연결되었다. 특히 베이징시는 기존의 도로확장과 더불어 3개 노선의 지하철을 10개 노선으로 확장중에 있다.

금년에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5시간에 주파하는 고속철도를 착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중국과 같은 나라의 현장에 우리의 경험과 기술이 진출할 길은 넓게 열려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대운하 건설 추진계획은 지구촌의 관심사로 벌써 부상하고 있다. 은둔의 나라 한국이 아니고 선진기술과 고급문화로 타국을 선도해 나가는 역동적인 나라로 도약하는 선망의 대한민국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는 지금 과거 어느 때보다 우리가 하는 일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대운하를 건설하며 생태계를 대대적으로 파괴한다면 관광운하로마저 사용되지 못할 정도로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가 한국관광을 보이콧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한류의 확산으로 인하여 어둡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3D Korea) 국가 이미지는 완전히 벗고 밝고 참하면서 매우 안전한 국가로 세계인에게 새롭게 다가가고 있다. 우리가 만든 상품이나 아이디어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고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배우는 인구보다 한글을 배우는 새로운 학습자수가 많아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할 일은 참으로 많다. 전세계적 관심사인 지구온난화방지와 환경보호에 총력을 모으면서 ET(에너지 기술), BT, NT 등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일이다.

이와 동시에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에 그리고 아프리카에 중남미를 향해 상품수출뿐 아니라 건설, 교통, 항공산업 같은 인프라 구축은 물론 첨단기술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고 신기술개발에 매진할 시기라고 본다. 시대를 역행하는 대운하건설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은 국가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그동안 쌓아온 대외적인 국가이미지마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실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내적으로는 국론 분열로 엄청난 시련이 오고 찬반대립이 극한 대결로 치달을 것이 더더욱 우려된다. 가장 낮은 자세로 섬기겠다는 초심을 실천으로 보여줄 것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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