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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싫어? 아빠가 싫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역사적인 질문을 뒤집다

등록|2008.01.21 14:53 수정|2008.01.21 14:53
그동안 흘러 왔던 불문율(?)이 깨진 일이 생겼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아이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말인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말이 뒤집어진 일이 생긴 것이다.

며칠 전 우리 ‘더아모의집’ 아이들과 함께 지인의 집에 일이 있어 가게 되었다. 거기서 대화를 나누던 중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다.  

“제 아들아이와 어떤 집에 놀러 갔는데요. 그 집 아저씨가 제 아들아이에게 다짜고짜 ‘엄마가 싫어?, 아빠가 싫어?’라고 묻는 거예요. 기존 질문을 뒤집는 질문이라 귀에 확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아들아이가 뭐라고 하나 들어봤더니 ‘에~~~엥. 뭐라고요?’라며 황당해 하지 뭐예요. 옆에서 지켜보던 우리 부부는 한참을 웃었지요.”

그것참. 우리도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한참을 웃을 수밖에.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말은 너무나 많이 들어봤지만, 설마 누군가가 그런 말을 지어낼 줄이야. 그럼 심오한 질문을 생각해낸 사람은 정말 천재가 아닐까. 아니면 아이들 골탕 먹이려고 작정한 심술쟁이던지.

막내지난해 여름 더아모의집 마당에서 '물통 생쇼'를 벌이고 있는 우리 집 막내둥이 이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 송상호

그런데 웃긴 일은 그 다음 날 아침에 생겼다. 아침에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 잠이 깼다(우리 가족 4명은 모두 같은 방에서 잔다). 어제 지인의 집에서 같이 그 이야기를 들었던 아내와 딸아이와 아들아이의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딸아이가 아들아이에게 어떻게 나오나 보려고 묻는다.

“바다(막내 아들아이)야. 엄마가 싫어? 아빠가 싫어?”
“아빠가 싫어.”
“왜?”
“아빠는 자꾸 장난치고 괴롭히니까.”

아내는 “그것은 아빠가 네가 좋아서 그렇게 하시는 거야”라며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그러고 몇 분이 흘렀을까. 아직 잠에서 덜 깨어 비몽사몽간이었던 내가 잠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선다. 일어서자마자 내가 던진 말이 가관이다.

“야, 송바다. 아빠가 싫다고.”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막내아들아이가 후다닥 방에서 뛰쳐나간다. 자고 있는 줄 알았던 아빠가 다 엿듣고 있었으니 제 딴에는 혼비백산 한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딸아이와 아내는 배꼽을 잡고 웃는다. 나도 덩달아 웃는다. 아들아이는 방에서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상황을 살피느라 겸연쩍게 웃는다.

잠시 후 내가 다시 묻는다.

“바다야, 엄마가 싫어? 아빠가 싫어?”

아들아이는 묵묵부답이다. 배시시 웃기만 한다. 

“아빠가 싫다며.”
“그건 요?”

다시 아들아이는 말을 잇지 못한다. 나는 그게 재미있어서 심술궂게 자꾸 묻는다. 어쩌면 내 딴에는 섭섭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기에 나오는 행동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전에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라고 물을 때는 대답을 잘 못하던 아이가 이 질문에는 그렇게 시원하게 대답했을까 싶다.

심리적으로 좋은 것을 말하라면 선택하기가 쉽지 않지만, 싫은 것을 말하라면 쉬운 법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싫다는 것은 미워한다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의 표현이니만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사람들끼리 언제나 생길 수 있는 진솔한 ‘자기감정의 표현’이 아닐까라는 생각 등이 스쳐지나간다.

하여튼 우리 가족에게 한동안 이 사건은 웃음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이래도 사는 세상, 저래도 사는 세상이지만 이왕 살 거면 이렇게 웃으며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자, 이제 여러분도 한 번 시도 해보시라. 자녀들의 어떠한 반응으로 인해 웃게 될지 기대하면서.
덧붙이는 글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며, 본인은 이곳의 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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