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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가게 문 닫고 거리로 나서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1조원 이상 효과

등록|2008.01.21 16:37 수정|2008.01.21 16:40
결국 상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그것도 손님이 많아 장사하기 가장 바쁜 일요일에 상인들은 가게를 비우고 거리에 섰다. 20일 오후 ‘대형마트 규제와 시장 활성화를 위한 부평상인대책협의회’ 소속 상인들과 인천재래시장상인연합회 소속 상인들은 부평문화의거리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데는 대형마트가 있다. 대형마트의 잇단 진출로 부평이나 인천뿐 아니라 전국의 상인들이 몰락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이대로 앉아 있을 수만 없다는 절박함에서다.

부평상인대책협의회집회에 참가한 부평상인대책협의회 상인과 인천시장연합회 상인들이 펼침막을 들고 롯데마트 부평역점까지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 김갑봉


유통시장 개방이후 쇠락의 길


1996년 유통시장 개방으로 대형마트는 대기업의 자본력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한 반면, 중소유통업체와 상인들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때문에 최근 대형마트가 입점하는 곳에서는 지역 상인들과 대형마트 사이에 마찰이 있어왔다.

지난해 1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대형마트는 5년 전 238개 보다 45.4% 증가한 346개, 종사자 역시 3만 7745명에서 5만 4153명으로 43.5% 증가했다. 매출액은 16조 9424억원에서 무려 51.2% 증가한 25조 621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동네 구멍가게의 경우 10만 7365개에서 10.8% 감소한 9만 5792개로 5년 사이 1만 1573개나 줄었다. 하루 평균 6개가 넘는 구멍가게가 문을 닫은 셈이다. 종사자수 역시 16만 6527명에서 16만 1740명으로 5000여명이 줄었다.

2007년을 기준으로 하면 대형마트는 더 늘었고 문 닫은 상가점포는 더 늘었다고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여기에 구멍가게 뿐 아니라 문 닫은 재래시장 상인과 대형마트 인근 상점가 상인까지 포함하면 대형마트로 인해 사라진 일자리는 더욱 많다. 사사정이 이렇다보니 상인들은 꾸준하게 대형마트의 입점규제와 영업시간 제한 등을 요구해왔다.

상인 생존권한 나이든 상인이 가두행진에 앞서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여해 연설을 듣고 있다. 18대 국회는 이 노파의 고단한 삶을 어루 만질 수 있을까? ⓒ 김갑봉

대형마트 입점규제·영업시간 제한 요구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에이시(AC)닐슨 조사 자료와 한국유통학회 연구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대규모 점포 제한 국내외 사례 검토 및 과제’에 따르면, 에이시닐슨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일수를 제한했을 때 1조 2349억원이 슈퍼마켓·재래시장·동네상점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했다.

에이시닐슨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제한했을 경우 22.8%가 다른 쇼핑장소로 대체될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경우 슈퍼마켓 15.2%, 재래시장 4.3%, 동네상점 3.2%의 이용률 증가가 예상됐고, 대체 가능 금액은 1조 2349억원에 달했다. 상인들은 거대한 몰락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김화동(부평종합시장 상인회장) 부평상인대책협의회 공동대표는 “대형마트 1개 들어서면 점포 150개가 사라진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5년 후 전국 1660개 시장이 사라질 판”이라며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시장인데, 그게 다다. 이제 우리의 생존권은 우리가 나서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성철 인천재래시장연합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시에서 지난해 초 문학경기장에 대형마트를 유치하겠다고 나서 이를 막아낸 적이 있다. 상인들이 나서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며 “16개 광역시·도 중 인천이 대형마트가 제일 많은데, 지역 정치인들이 한참 잘 못하고 있는 처사다. 대형마트를 규제하고 지역 상권을 지키기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한상욱 민주노동당 부평구위원장은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인하운동 때부터 상인들과 입장을 같이해왔다. 안 될 것 같던 카드수수료율 인하도 아직 미흡하지만 결국 함께 나서니 이뤄졌다. 약자는 싸우는 만큼 얻을 수 있다. 중소상인은 대형마트로 인해 고통 받는 약자다. 민주노동당은 상인 편에 서 있다”고 말한 뒤, “상인문제를 지역의제로, 나아가 전국의제로 확대해 갈 계획이며, 당장 다음 주부터 인천지역대책위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 규제하라인천에서 처음 열린 상인집회. 농민들이 개방농정 막으려 아스팔트 농사를 짓겠다고 거리에 섰는데 어느 덧 상인들이 아스팔트에 섰다. 유통시장 개방으로 설자리를 점차 잃어가는 상인들의 처지가 농민들과 다를바 없게 됐다. ⓒ 김갑봉

인천 상인단체와 이랜드노조, 민주노동당 등 연대

이날 집회에는 지난해부터 비정규직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이랜드 일반노동조합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노조 사무국장은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문제는 이랜드뿐만이 아니다. 대형마트가 직접 고용하는 인원은 채 20명도 안 된다. 대형마트가 지역경제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역 주민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일이다”라고 말하고, “나 몰라라 하는 사이에 대형 유통자본에 의해 지역 상인뿐 아니라 노동자인 지역주민도 죽어난다. 유통재벌에 맞서 연대투쟁을 전개하자”고 호소했다.

한편, 부평상인대책협의회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부평지역 상인뿐 아니라, 남동구 모래내시장과 구월시장·중구 연안부두 인천어시장·계양구 계산시장·연수구 송도역전시장·남구 용현시장·서구 강남시장·노점상연합 등 인천지역 18개 상인단체가 참여했다.

여기에 계양산 롯데 골프장 저지 시민대책위와 민주노동당 부평구위원회·녹색연합·이랜드 비정규노조가 함께했다. 이들은 집회 개최 후 롯데마트 부평역점까지 행진한 다음 다시 부평깡시장으로 돌아와 집회를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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