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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이 쌓인 눈 속에도 아름다운 세상이~

자연이 준 또 하나의 선물

등록|2008.01.21 17:11 수정|2008.01.21 17:34
눈꽃세상

ⓒ 조정숙


눈이 펑펑 내린다. 불혹을 넘긴 지금도 눈이 내리면 어린 아이처럼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앞서 사리분간 못하고 주책이 스멀스멀 발동한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도 들고, 어릴 적 남자 친구도 생각나고, 눈이 많이 내린 날 아침이면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이 어찌나 멀게 느껴졌던지, 가는 길에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가다가 지각을 했던 추억도, 주마등처럼 아스라하게 스쳐간다.

눈이 오면 집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일단 집을 나선다. 아파트 마당에는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가 눈을 굴려 낑낑대며 들고 간다. 놀이터에도 아빠와 아이가 비닐봉투를 들고 나와 미끄럼을 타며 깔깔 거린다. 눈은 우리들에게 행복을 선물해준다.

지난시절 화려했던 장미도 시들어 고개를 숙이고 그 위에 쌓인 눈이 버거워 쓰러지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다. 그동안 푸근했던 날씨 탓에 봄인 줄 알고 봄소식을 전하려 꽃을 피웠던 진달래가 추위에 시들어 버리고, 몽우리를 맺었던 목련도 갑작스런 눈꽃에 깜짝 놀라 눈 속에 포옥 묻혀 떨고 있다.

겨울 꽃인 동백만이 추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튼튼한 꽃 몽우리를 맺어 자태를 뽐내며 자랑하고 있다. 가을 내내 예쁘게 열매를 맺어 뽐냈던 이름 모를 나무 위에도 눈꽃은 내려앉았다. 수북이 쌓인 눈 사이로 빼꼼이 내미는 원추리가 안쓰럽다. 생명력이란 참으로 신비롭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슈퍼를 가려고 나오셨던 601호 할머니가 눈길에 미끄러지면 안 되지,  눈 녹으면 다시 나와야지 하시며 집으로 되돌아가신다. 그래도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머문다.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드는 눈은 마술쟁이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도 여유롭게 만들어주지 않은가? 내리는 눈 속을 카메라를 벗 삼아 조용히 눈을 밟으며 걷는다. 눈이 내리니 모두들 밖으로 나온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눈 속에 묻힌다. 눈 내리는 날 우리 동네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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