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이 쌓인 눈 속에도 아름다운 세상이~
자연이 준 또 하나의 선물
눈이 펑펑 내린다. 불혹을 넘긴 지금도 눈이 내리면 어린 아이처럼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앞서 사리분간 못하고 주책이 스멀스멀 발동한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도 들고, 어릴 적 남자 친구도 생각나고, 눈이 많이 내린 날 아침이면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이 어찌나 멀게 느껴졌던지, 가는 길에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가다가 지각을 했던 추억도, 주마등처럼 아스라하게 스쳐간다.
지난시절 화려했던 장미도 시들어 고개를 숙이고 그 위에 쌓인 눈이 버거워 쓰러지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다. 그동안 푸근했던 날씨 탓에 봄인 줄 알고 봄소식을 전하려 꽃을 피웠던 진달래가 추위에 시들어 버리고, 몽우리를 맺었던 목련도 갑작스런 눈꽃에 깜짝 놀라 눈 속에 포옥 묻혀 떨고 있다.
겨울 꽃인 동백만이 추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튼튼한 꽃 몽우리를 맺어 자태를 뽐내며 자랑하고 있다. 가을 내내 예쁘게 열매를 맺어 뽐냈던 이름 모를 나무 위에도 눈꽃은 내려앉았다. 수북이 쌓인 눈 사이로 빼꼼이 내미는 원추리가 안쓰럽다. 생명력이란 참으로 신비롭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슈퍼를 가려고 나오셨던 601호 할머니가 눈길에 미끄러지면 안 되지, 눈 녹으면 다시 나와야지 하시며 집으로 되돌아가신다. 그래도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머문다.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드는 눈은 마술쟁이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도 여유롭게 만들어주지 않은가? 내리는 눈 속을 카메라를 벗 삼아 조용히 눈을 밟으며 걷는다. 눈이 내리니 모두들 밖으로 나온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눈 속에 묻힌다. 눈 내리는 날 우리 동네 풍경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