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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 총재, 이제는 그만둬야 할 때

등록|2008.01.22 11:32 수정|2008.01.22 11:32
경제공화당 허경영 총재에 대해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선거운동 기간이 아님에도 무가지 신문에 자신을 찬양하는 광고를 싣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 죄질이 불량할 뿐 아니라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결혼설도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

검찰은 그러면서 친절하게도, "허씨가 2001년1월 부시 미국 대통령의 취임 당시 부시 대통령과 함께 찍었다는 사진 역시 합성 사진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검찰이 밝힌, '자신을 찬양하는 광고를 싣게 한 무가지 신문'의 정체는 '로또복권신문'이거나 '시사조선'라는 것을 잘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허경영 총재가, 대선후보로 나서면서 인터넷 <딴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개한 것입니다. 무가지 신문의 대표 A씨는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허씨가 박 전 대표와의 결혼설 기사를 실어주면 신문 운영자금 2억원을 준다고 해 5차례에 걸쳐 기사를 실어줬다. 지금 인기가 올라가고 있으니 총선 때 공천장사를 해 100억원을 만들면 그때 기사를 실어준 대가를 지급 할 테니 1월 말까지만 수사당국의 조사를 거부해달라고 말했다."

▲ 허경영 총재를 찬양하는 무가지 LOTTO복권신문 ⓒ LOTTO복권신문 갈무리


▲ 허경영 총재를 찬양하는 무가지 LOTTO복권신문 ⓒ LOTTO복권신문 갈무리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허경영 총재의 구속사유는 명확합니다. 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그리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입니다. 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시 수사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MBC 시사고발프로그램 <PD수첩>이, '허경영 검증'에 나서면서, 허경영 총재가 A씨가 언급한 '공천장사'와 '매관매직', 정당이 해서는 안될 '수익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의혹을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실형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물론, 허경영 총재는 "선거법을 위반한 사실도 없으며 박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일도 없다"며 "검찰의 구속수사 방침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결혼설에 대해서도 "작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일부 당원이 박 전 대표를 도와주자는 차원에서 합당을 의미하는 뜻으로 '박 전 대표와 약혼하면 좋겠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런 말들이 와전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A씨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며, 다른 사람의 사주를 받고 나를 모함한다"는 입장을, 부시 미국 대통령과 찍었다고 주장한 사진이 '합성'으로 보인다는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서도 "2001년 1월,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 직전에 발행된 미국 비자·취임식 파티 초청장·연회장 안내장 등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15년에 걸친 '대선출마 행보' 끝에 방송출연까지 성사되는 등 인기를 누렸던 허경영 총재,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박 전 대표와의 결혼설 유포, 뒤늦게 부정하지 말아야

"작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일부 당원이 박 전 대표를 도와주자는 차원에서 합당을 의미하는 뜻으로 '박 전 대표와 약혼하면 좋겠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런 말들이 와전된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결혼설에 대한 허경영 총재의 해명입니다. 하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허경영 총재는 직접 결혼설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박 전 대통령이 결혼을 시키기로 했었다. 그런데 박근혜 의원이 프랑스로 유학 가고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후 박 의원이 상주가 되는 바람에 결혼을 못했다. 그래서 둘 다 독신으로 세월이 흘러갔다. 박 의원과 나와의 결혼설은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본다." - <노컷뉴스> 2007년 11월 22일자 기사 <[대선 군소후보를 만나다] 허경영 "신혼부부에 1억원 지급">의 일부

"박 전 대표와 앞으로 어떤 관계를 희망하나"라는 질문에는 "대충 짐작하시지 않나"라고 답했고, "혼사도 생각하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네, 그런 것이 다 짐작되죠"라고 짧게 답했다.

이날 "나도 (박 전 대표처럼) 미혼"이라고 밝힌 허 후보는 혼사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현재 반응을 묻는 질문에 "그 분은 항상 말이 없는 분이다, 그러나 (나의 혼사 얘기에)크게 반발한다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 2007년 12월 13일자 기사 <"박근혜와 혼담 있었다... 우린 서로 좋게 보는 사이">의 일부

물론, 5년 전에는 아래의 대답과 같이, "언론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 보도자료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 딸인 박근혜 의원과 친분을 강조하고 있는데.
"언론에서 자꾸 만드는 거지요.(웃음) 박근혜 의원이 박 대통령 딸이기 때문에 국회의원까지는 가능해요. 그렇지만 정책경험이 부족합니다. 제가 필요하죠. 박 대통령과 한 혈육이기 때문에 예의 차원에서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의원측에 확인한 결과 민주공화당 허경영 총재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2002년 7월 18일자 기사 <제2의 박정희 꿈꾸며 혁명공약 제시>의 일부-

사진자료까지 있습니다.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결혼설이 유포된 시사주간지 ⓒ 시사조선 갈무리


'갑작스런 주목'에 폭주하다?

알만한 분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허경영 총재의 대선출마는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습니다. 1987년에도 출마를 준비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1992년에는 진리평화당 대선후보로 나서려다가 "연장자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는 뜬금없는 이유로 출마를 논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1997년부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입니다. 자칭 '제2의 박정희'로서, 민주공화당 총재이자 대선후보임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숱한 엽기적 행각 속에서 소수의 누리꾼들로부터 주목받다가, 정치 혐오 현상이 극심하던 2007년에 인기를 얻은 것입니다.

<PD수첩>은, 허경영 총재의 검증에 나서면서, 이 갑작스러운 인기를 매개로 '기 치료'와 같은 수익사업과 공천 장사, 매관매직 등에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는 무가지 신문 대표 A씨로부터도 증언받은 것이기에 명백해보입니다.

그동안의 허경영 총재를 지켜보면, 중요한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허경영 총재가 처음으로 인터넷에 주목받을 당시에 떠돌던 동영상은, 2002년 대선 당시의 <한국일보> 인터뷰 동영상이었습니다. 이회창·노무현·정몽준 등 당시 유력 대선후보들의 관상을 논하면서, "내가 느닷없이 히딩크처럼 나타나 세 후보의 표를 평탄화시키며 1강 3중 구도로 몰고 갈 것"이라고 주장했던 동영상이었습니다.

이 인터뷰와 <딴지일보> 인터뷰가 맞물려, 사주나 관상, 주역이나 풍수 등을 논하면서 역술인의 기색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지적한 '청계천 복개공사의 풍수적 오류'에 대해 모 전문가가 메이저 주간지의 칼럼을 통해 지지하고 나섬으로써, 허경영 총재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로, 어느날 갑자기 IQ 430임을 주장하며, '기 치료'와 '영혼복제 산업' 등, 상식적으로 믿을 수 없는 주장들을 다양하게 전개합니다.

▲ 청계천 복구공사의 풍수적 지적을 했다는 허경영 총재 ⓒ LOTTO복권신문 갈무리


▲ 청계천 복구공사의 풍수적 지적을 했다는 허경영 총재 ⓒ LOTTO복권신문 갈무리


<PD수첩>이 공개한 그의 공천장사 의혹, 매관매직 의혹 등을 감안해보면, 그는 지속적인 대선출마로써 언론의 주목을 받아 일종의 수익사업을 전개하려 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이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에 해당하는 것이며, 이와 유사한 행위를 벌였던 과거의 모 군소대선후보가 구속수감된 사례를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듯합니다.

"서울지검 조사부(소병철·蘇秉哲 부장검사)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에 ‘국태민안 호국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길수(金吉洙·54) 법륜사 주지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20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 모 사찰 주지 K씨(47·여)에게 “대통령에 당선되면 전국구 국회의원과 국무총리를 시켜 주겠다”고 속여 대선 후보 등록금 등의 명목으로 6억원을 받는 등 2000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각종 사업 명목으로 모두 8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김씨는 16대 대선에서 불교종단연합회 총재, 세계불교 법왕청 제2대 세계 법왕 등을 경력으로 내세우면서 출마해 5만1104표(0.21%)를 얻어 6명의 후보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동아일보> 2003년 8월 21일자 기사 <작년 대선출마 김길수씨 “총리 시켜준다” 돈받아 구속>의 일부

허경영을 고소한 사람은 모두 심장마비로 죽었다?

방송의 검증과 검찰의 수사를 직감한 것인지, 허경영 총재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나를 고소한 사람은 모두 심장마비로 죽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래서 전과가 없다."

<PD수첩>에 출연해 허경영 총재를 비판한 시사평론가 유창선씨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고 합니다.

"저 사람 이름 적어 놓고 사진을 구해와라. 내가 손 좀 봐주겠다. '영파(靈破)'를 보내야겠다."

이 발언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허경영이 <데스노트>의 '키라'냐"는 유머와 냉소를 보내기도 합니다. 희화화의 정도가 점점 지나쳐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허경영 총재는 사전 구속영장에 항의하며 결백을 주장합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명박 당선인의 불법비리 의혹을 거론하며 "허경영 총재 정도는 죄도 아닌데 검찰은 역시 약자는 철저하게 수사한다"는 비아냥을 남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만둬야 할 때로 보입니다.

▲ '허경영 신드롬의 함정' 편 ⓒ PD수첩 갈무리


언젠가 제가 이야기한 바 있듯이, 허경영 총재의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은 탁월합니다. 풍부한 상상력을 토대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발상을 유머로 소화해 누리꾼들을 공략했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해야 할듯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정치 냉소 심리를 역으로 활용해 전개된 유머이며, 불법적인 정당의 수익사업과 매관매직까지 했다는 의혹이 전개된 것을 감안하면, 이제는 갈 때까지 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만둬야 할 때입니다.

사전 구속영장이 제출됐고, 그에 따라 재판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길수 전 호국당 대선후보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엔, 과거의 불법행위에 대한 반깊은 반성과 함께 자신의 재능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허경영 총재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허경영 총재, 이제는 그만할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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