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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략·당 차입금... 창조한국당 '내홍'

김갑수 대변인 "당에 희망없다"사퇴... '독자노선' vs '연대' 갈등 증폭

등록|2008.01.22 16:25 수정|2008.01.22 16:25

▲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김병만

김갑수 창조한국당 대변인이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김 대변인은 22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10일전 탈당과 함께 대변인직 사표를 냈다"며 "정범구·김영춘·이정자 최고위원 등이 만류를 했지만, 당에 희망을 볼 수 없어서 당을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선과정에서 창조한국당의 핵심으로 활동했던 그는 "그동안 매일 좌절했고, 인간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공동대표는 그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퇴는 총선전략과 문국현 대표가 대선 때 쓴 돈을 당차입금으로 전환하는 문제 등에 대한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노선 고수" vs "통합신당과 연대해야"

김 대변인은 문 대표가 대통합민주신당 등과 어떤 연대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 데에도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독자노선만을 고집하면서 다른 세력은 창조한국당으로 들어오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당내 반발이 크다"고 전했다. 김영춘, 정범구 최고위원과 김 대변인 등은 통합신당과의 연대, 특히 제3지대에서 통합신당 수도권개혁파와의  연대를 주장했으나, 문 대표는 전재경 최고위원의 '독자노선'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또 문 대표의 총선출마 여부도 논란거리가 됐다. 김 대변인 등은 문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낙선을 각오하고 지역구에서 출마해야 신인들의 출마를 끌어낼 수 있고, 비례대표 원내진출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문 대표 쪽은 전체 선거판 지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비례대표 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재경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창조한국당은 문 대표가 다보스포럼에서 돌아온 뒤인 이달 말에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낼 예정이다.

문 대표가 쓴 대선자금 일부 당차입금 전환 논란

▲ 김갑수 전 창조한국당 대변인.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김 대변인은 문 대표가 대선과정에 쓴 자금의 일부를 당의 차입금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김영춘 최고위원과 함께 대선 직후 문 대표의 측근인사들로부터 선거자금 유용에 대한 의심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문 대표가 유세차량 계약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전주를 방문해 실사를 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김 대변인과 김영춘 최고위원 등은  문제를 제기한 측근인사에 대한 징계와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당의 공당화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1월 초에 두 사람이 당직을 맡아 복귀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 대표가 대선과정에서 쓴 자금의 일부를 당의 차입금으로 전환하면서,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문 대표가 개인 재산으로 90억원 정도를 썼다고 말해왔는데, 이제 와서 당의 차입금으로 한다는 것은 그 돈을 돌려받겠다는 것 아니냐"며 "그렇다면, 한달 넘게 무급으로 자원봉사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임금도 당의 차입금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 후보도 많은 돈을 쓰면서 노력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그를 도왔던 것"이라며 "또 문 대표가 개인재산을 많이 썼다고 해서, 대선직후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5억원 가까이 모금을 한 것은 또 뭐가 되느냐"고 말했다.

김영춘 최고위원 등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

이에 대해 문 대표와 함께 당에 들어온 전재경 최고위원은 "처음에 문 대표가 선거자금으로 내놓은 30억원을 초과해 사용된 자금중 45억원 정도가 차용증을 쓰고 당이 빌려가는 형태로 처리됐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됐는데, 이 돈을 당의 차입금으로 정리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논란"이라며 "이 돈을 차입금으로 할지 문 대표 개인이 낸 돈으로 할지 결정해야 하는 국면"이라고 전했다.

전 최고위원은 사견을 전제로 "당의 사당화를 비판하는 쪽에서 오히려 차입금으로 처리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며 "대선 때 쓴 돈을 전부 문 후보에게 부담시키면 (오히려) 사당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논란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대선 결과가 좋아서 선거자금을 환급받으면 문 대표에게 돌려주겠다는 생각에서 차입금으로 처리한 것으로 안다"며 "문 대표가 전 재산을 쓴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한 대로 이를 보전해야 줘야 하는데, 차입금으로 해놓는다고 해도 갚는다는 보장도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문 대표가 사재를 털어넣은 대선자금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 대변인이 사퇴하면서 김영춘 최고위원 등이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주목받고 있다. 그는 현재 "대선에서 별다른 성과를 못냈기 때문에 자숙하고 있다"며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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