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안섬풍어당굿의 맥을 찾아가 본다
마을의 풍어와 무사태평을 바라는 기원제
▲ 안섬풍어당굿 입구에 있는 칼을 든 장승 ⓒ 조정숙
안섬포구에 도착해보니 작고 아담한 포구가 마을을 감싸고 있다. 풍어당굿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 보니 칼을 든 장승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풍어제는 언제 하는 것인지 궁금하여 마을 횟집에 들려 "풍어제는 언제 올리나요?"라고 묻자 새해 첫 진사일 날 제를 지낸단다.
▲ 안섬당굿보존회, 대표 지운기님 ⓒ 조정숙
제는 마을의 큰 행사로 70여 호의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낮에는 제를 지낼 모든 것을 준비하고, 밤 9시가 되면 본격적인 제를 지내기 시작하여 다음날까지 이어진다. 이튿날 제를 내리고, 뱃고사와 오방굿, 거리굿, 용왕제, 지신밟기를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된다.
- 안섬풍어제는 언제 하나요?
"새해가 되면 첫 진사일(용과 뱀날)을 택해 풍어와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제를 올린답니다. 올해에는 2월 10일에 제를 지낼 예정입니다. 안섬풍어제는 대제와 소제가 있는데 대제는 예산 부족으로 2005년도에 마지막 제를 지냈고, 그 이후로는 소제로 한 해를 시작한답니다."
- 제를 지내는 당굿 입구에 도착하자 칼을 들고 있는 무서운 장승이 입구를 지키고 있던데 보기 드문 장승을 세우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요?
“칼을 잡은 장승을 세우게 된 것은 마을을 지키는 장승이기도 하지만 이곳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이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했고 고기 잡는 일이 주업이었기 때문에 어부들이 배를 타고 나가면 풍랑으로 사고를 당해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간혹 있었지요. 그래서 좀 더 강한 인상을 전달하여 잡귀를 몰아내고 재앙을 물리치고 싶은 생각에 칼을 든 장승을 세우게 되었답니다.”
▲ 풍어당굿을 하는 장소 ⓒ 조정숙
▲ 풍어당굿 전수관에 가면 언제든지 보존회 대표를 만날수 있다. ⓒ 조정숙
안섬풍어제는 매년 동짓달 그믐날 당주와 주감과 화장이 주관이 되어 새해의 제를 지낼 계획을 세우고 행사에 들어갈 모든 기획을 한단다. 새해 첫 진사일(용과 뱀날)날 배 크기순으로 뱃기가 올라 제의를 드리고 대동 및 개인 소지를 드린다.
송악면 내도리 주민들이 모여서 오색의 뱃기를 들고 한 해 동안의 풍어와 무사태평을 빌며 질병과 재앙을 물리쳐 주기를 기원하는 제를 올린다. 풍어제를 올리는 마을의 최대 행사로서 소제와 대제가 있는데, 소제는 1박 2일에 걸쳐 진행되며 대제는 2박 3일 동안 행사가 이어진다.
▲ 풍어당굿의 오색기에 대해 설명중이신 보존회 대표 ⓒ 조정숙
▲ 전시관에 비치된 장승 ⓒ 조정숙
▲ 전시관에 있는 배 모형, ⓒ 조정숙
안섬풍어제에 대해 설명을 해 주시던 지운기님께서 두툼한 열쇠 꾸러미를 가지고 나서며 갑자기 따라 오란다. 그래서 나는 따라나섰다. 2층을 향해 올라가 도착한 곳에 전시관이란 간판이 보인다.
그곳에 풍어제를 지낼 때 쓰는 모든 도구들이 있고 풍어제를 지낼 때 했던 행사내용을 담은 자료가 보존되어 있었다. 뜻하지 않게 풍어제에 관한 자료들을 보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1994년에는 무형문화재 충청남도 도 대표로 나가 문화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는 말을 하며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재가 예산 부족으로 사라져 갈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1997년 이후 한보철강, 동부제강 등이 들어서 산업도로가 연결되는 등 문명사회의 전환에 따라 신앙으로서의 원형이 사라져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 안섬은 작고 아담한 포구가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 조정숙
▲ 등대 건너편으로 한보철강 동부제강 건물들이 보인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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