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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수록 거울 한 번 더 보는 일이 중요한 이유

[붓 한 자루5] 거울보기, 지금 당신 모습은?

등록|2008.01.23 14:16 수정|2008.01.23 14:16
면접을 보는 수험생이라면 비뚤어진 것이 없는지 옷 모양새를 살펴볼 일이다. 마음이 급하거든 맑은 물 한 잔 마시고 숨을 고를 일이다. 바쁘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추스르는 일은 거창한 솜씨를 갖추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익숙하지 않고서는 실제 무대에서 생기는 문제에 당황하기 쉽기 때문이다.

급히 먹는 떡은 그야말로 떡 하니 목을 죌지도 모를 일이다. 출근길을 서두르다 보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윗도리만 입은 채 문밖을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물 한 모금도 급히 먹으면 체한다고 하지 않던가. 하물며 나라 살림을 하는 일이야 더 말해 무엇하리.

거울보기, 지금 당신 모습이 어떤지 아는가

세상은 온통 ‘바꿔 열풍’ 아니 ‘바꿔 한파’가 몰아치는 듯하다. 10년 만에 다시 나라 살림을 틀어쥔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앞에 내세우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죄다 바꿀 태세다. 그런데 그 일하는 모양새가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자신이 하는 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듯 우왕좌왕하고 있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갖가지 생활 정책을 급히 내놓고 또 급히 거두기도 하고, 정부조직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는 이해하기도 어려운 부처 이름을 만들더니 국회 제출 전에 다시 고치는 등 인수위는 지금 한파와 열풍 사이를 오가고 있다.

이른바 이명박 특검이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도 인수위에 새 정부 틀 짜기 작업을 맡긴 이명박 당선인은 대외 활동으로 바쁘다. 각 당 지도부를 찾아다니고 기업 간부들을 만나고 각국에 특사를 보내 ‘이명박식 세일즈 외교’ 기반을 다지기에 바쁘다. 언론계, 정치계 원로들을 만나는 일도 결코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 당선인이 바쁜 사이에 이명박 특검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김경준씨는 특검에서 다시 조사를 받고 있고 이 당선인 역시 특검으로부터 언제 갑자기 ‘초대’를 받을지 모를 일이다. 이 당선인과 인수위는 바쁠수록 자기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인수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 정부를 다그친다. 이 당선인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수위를 다그친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이 당선인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국민들은 이 당선인을 다그치는가, 응원하는가.

나라의 근간을 세우는 교육정책을 비롯해 온갖 정부 부처와 기관이 손익계산을 하는 기업처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더할 것이냐에 쏠려 있다. 먹고살기 바쁜 일반 서민들이야 나라 살림부터 옥죄겠다는 데에는 딱히 할 말이 없어 응원도 질타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국민들은 이 당선인과 인수위를 응원하는가, 다그치는가.

바쁜 출근길, 특히나 아침에는 대부분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을 나서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면 아침 밥상에서 얻은 뜻하지 않은 ‘흔적’을 하루 종일 달고 다닐 수도 있다. 그런데 남을 지도하려는 자가 자기 흔적은 살피지 못한 채 남을 지적하고 구박하기에 바쁘다면 누가 이를 바로 잡아줄까.

바쁜 아침일수록 밥을 거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바쁜 일이 있을수록 거울 한 번 더 보는 일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거울을 보면서 옷차림도 고칠 수 있고 무엇보다 숨을 고르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숨 쉴 틈 없이 여전히 바쁘기만 한 이 당선인과 인수위는 오늘 한 번이라도 거울을 보았을까?
덧붙이는 글 '붓 한 자루'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찾아내 이야기를 작은 그릇에 담아 함께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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