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기사 문장에 숨통을 틔워라!

<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이동조지음/도서출판 답게)

등록|2008.01.23 15:56 수정|2008.01.23 16:22

표지도서출판답게 ⓒ 이명화


“살아 있는 글, 재미있는 글은 현장과 사실에서 나온다. 현장으로 가라! 눈을 떠라! 두 귀를 열어라! 말하라” - 귀욤 게롬


글을 쓰다 보면 간헐적으로 슬럼프가 찾아온다. 아무리 글을 써도 왠지 글맛이 나지 않고 겨우 일어서다가 쓰러져버린 시체들처럼 활력과 생기가 없이 죽은 글, 잠자는 글만 나열하고 있거나 지리멸렬함을 느낄 때가 있다.  요즘, 나의 글쓰기가 다른 사람들 보기에 어떠하든지 글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 느낌이 들던 참에 도서관에서 <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이동조/도서출판 답게)를 만나게 되었다.
혹시 이 책이 글쓰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 기대감을 안고서 도서관 종합자료실에 앉아 <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이동조 지음/도서출판 답게)를 읽었다. 정숙한 가운데 사람들이 책을 빌려가기도 하고 앉아서 독서삼매에 빠져 있는 풍경 속에서.

책, <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는 대학언론에서 15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기자가 쓴 기자이야기로 기자를 꿈꾸는 후배들, 언론인의 세계를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기자’는 과연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기자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하며 특별한 기자들의 열정적인 철학을 들려준다.

그는 ‘특별한 기자’들의 기자정신과 그들의 기자생활, 가치관 등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기자로서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취재하고 글쓰기 능력을 발휘했는지 등을 소개한다. 또 기자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특별한 기자들은 ‘딴지일보’를 만든 김어준, 오연호, 김훈, 조갑제 기자, 밥 우드워즈 등이다.

딴지일보의 총수 김어준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9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녔고 1995년에 졸업, 신세대이자 컴퓨터세대, 1998년 7월, <딴지일보>를 내놓았다. ‘씰데 업는 폼은 잡지 않는’ 딴지일보의 총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참고로 그는 단 한번도 기자생활을 한 적이 없다. 그는 그 배경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현대사회의 개인은 대체로 자신을 무기력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해봐야 소용없어, 하며 하고 싶은 말을 포기하고 술자리에서 욕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종의 절망감이겠지. 한 사람의 생각도 존중되고 큰 변화를 끌어내는 힘으로 소화할 줄 아는 매체가 필요한데, 인터넷상에는 그런 백인백색의 매체가 가능하다...”

저자가 말하는 그 ‘특별한 기자’들 가운데 오마이뉴스의 대표 오연호씨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반미기자’로서 20대 청년 기자, 미국을 바로 알고 배울 것이 있으면 배워야 한다는 ‘용미기자’로서의 30대 기자, 그런 치열한 기자를 거치며 90년대 말 인터넷을 이용한 매체창간을 계획하였고 마침내 오마이뉴스를 창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 ‘기사는 시간의 쓰레기가 아니라, 작품이다. 뉴스는 기자를 뛰게 하는 것이다. 좋은 뉴스는 기자의 가슴까지 뛰게 하는 것이다. 문장에도 서비스 정신이 있다. 한국 언론은 한국자본주의의 최후의 시궁창이다. 그 시궁창을 우리가 정화시키자. 새 소식으로 새 세상을 만들자’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베테랑 기자들도 종종 글쓰기 슬럼프를 겪는다고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살아있는 글, 재미있는 글은 현장과 사실에서 나온다는 것. 쇼펜하우어는 ‘보통의 평범한 말로 비범한 의미를 담아라’고 했다. 기사문의 핵심은 ‘짧게, 쉽게, 뚜렷하게’이다.

기사쓰기의 교본대로(기본) 쓰기도 중요하지만, 기사문장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시킨다. 기사쓰기 교본의 ‘ABC를 잠시 뒤로 물리고 기사문장에 자신만의 독특한 색동옷을 입혀보라’고 말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글을 쓰는 노하우15’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을 이제 프로라고 여기면서 자신감을 가져라.
둘째, 자신의 글에 책임을 져라.
셋째, 개성적이고 직선적이고 명쾌하고 감동적으로 글을 써라.
넷째, 늘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도끼를 준비하라(거꾸로 보기, 다르게 보기, 뒤집어보기, 딴지 걸어보기, 비교, 모방)
다섯, 누구나 아는, 그렇게 생각하는, 식상한 칼럼은 독자에게 민폐만 끼친다.
여섯, 늘 논쟁의 중심에 머물라. 외줄타기에서 논리로 승리하라.
일곱,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에 주목하라.
여덟, 가치관을 정립하라. 올바른 정자관념을 설정하라.
아홉, 독서를 많이 하라.
 열,  스타 칼럼니스트 글의 장점을 알아라.
열하나, 풍부한 논리로 무장하라.
열둘, 글 쓸 때는 빙빙 돌리지 말로 화끈하게 핵심을 공략하라. 단문으로 써라.
열셋, 게임을 즐기듯 글을 써라.
열넷, 핵심에서 빗나가지 말라.
열다섯, 지금 이 순간 놓치면 안 될 좋은 주제를 정하라.‘


저자는 ‘진실을 소홀히 한 뉴스 서비스는 언론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독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맛깔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포장술’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작가 이외수는 <글쓰기의 공중부양>이라는 책에서 글의 기본재료는 단어라는 것을 전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단어에는 생어와 사어가 있다. 생어는 오감을 각성시킨다'라고 했다.

기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그리고 좋은 기사, 등이 푸른 고기처럼 이제 막 튀어 오르는 싱싱한 기사를 쓰기를 원하는 기자들에게, 진정한 프로기자가 되기를 원하는 자에게, 특별한 기자들의 열정적인 철학을 담은 이 책을 통해 좀 더 가까이 거기 설 수 있기를 바라며 저자는 이 책을 쓴 것 같다.

‘펜으로 세상을 움직이기를 바라는 여러분에게 이 책을 통해 자기에게만 적용되는 그 무엇 하나라도 얻을 수 있기를. 그리하여 살아 숨쉬는 싱싱한 기사를 그물 안에 가득 건져 올릴 수 있기를 바라며 저자가 들려주는 말을 전하며 글을 맺는다.

“기사문장의 철칙은 ‘명쾌하게 써라’이다.”
“기자는 현장에 머물러야 한다.”
“글에도 색동옷을 입혀라”
“짧은 문장을 써라. 문장은 상품이다”
“기자나 칼럼 문장에 기자의 색깔이 배여 있을 때 진정한 프로기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신문기사의 글쓰기. 첫 단락은 15% 안으로, 끝단락은 10% 안으로, 첫 석줄에 승부를 거는 것이 신문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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