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을 알아야 큰 것을 얻는다
작지만 확실한 효과를 지향하는 새해 책 두 권
▲ 책상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지금 당신의 책상은 어떠한가? ⓒ 도서출판 이아소
인터넷 서점의 프론트페이지나 오프라인 서점의 판매대에는 자기계발 서적도 눈에 많이 띈다. 새해의 출발이니, 아무래도 목표도 많이 세우고 결심도 많이 하는 게 인지상정이리라. 특히 요즘은 ‘ㅍ’ 다이어리가 시장을 꽉 잡은 탓인지 그 다이어리만 쓰는 법을 다루는 책도 나온다.
이런 책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두 권 있다. <마이크로트렌드>와 <부자가 되려면 책상을 치워라>(이하 책상을 치워라)다. <마이크로트렌드>는 제목 그대로 트렌드 관련 서적이다. ‘메가’ 트렌드가 아니라 아주 작은 ‘마이크로’한 흐름을 추적해서 보여주는 일종의 르포 모음집 같다.
<책상을 치워라>는 사무 혹은 학습 공간을 정리하는 방법을 담고 있는 자기계발 서적이다. 열정이나 도전 같은 ‘가치’보다는 아주 쉬운 ‘방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일견 <아침형 인간>이나 <단순하게 살아라>를 연상케 한다.
이 두 권이 눈에 띈 이유는 모두 작은 것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트렌드>에는 ‘젊은 뜨개질’ 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필자 또한 각종 트렌드 책들을 즐겨 읽는 편이지만 ‘뭐 이런 걸 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읽어보니 생각이 바뀐다.
“첨단 기술의 움직임이 있으면 1차원적인 기술을 손에 익히는 사람들이 대거 생겨난다. 서비스 경제가 발달할수록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내가 해냈다"고 외칠 수 있는 기쁨을 느끼고 싶어 한다.”
억지춘향이 아니라 뜨개질이 가진 사회적 의미나 파장을 정확히 짚어주고 있다. 노령화나 도시화 같은 거대 담론을 앞장세우는 것보다는 이처럼 ‘피부에 와 닿는’ 현상을 앞세워 분석을 하니 다른 현상들을 바라보는 눈을 틔우는 데도 보탬이 된다.
<책상을 치워라>의 핵심은 이 한 마디로 정리된다. "책상은 당신 인생의 축소판이다" 책상이 지저분한 사람은 초점이 없고 중구난방인 인생을 살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독자의 책상 위는 어떤가? 필자의 책상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상당히 깨끗해졌다가 지금은 살짝 지저분해진 상태이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어디론가 ‘행방불명’된 자료와 책, 서류 등을 찾느라 1년에 낭비되는 시간이 거의 한 달 정도라고 한다. 살면서 없어진 물건 찾느라 스트레스 받았던 기억은 누구나 있는데, 정말 그 시간을 합쳐 보면 1년에 족히 한 달은 될 듯도 하다. 필자의 경우에는 없어진 물건을 중복 구매하는 습성도 있어서 시간, 돈, 에너지 손실이 더 크지 싶다.
▲ 작은 것들 속에는 큰 흐름이 감춰져 있다. ⓒ 해냄 출판사
“책장은 그 사람의 사고의 성장을 표현하고 있다. 몇 년이 지나도 똑같은 책이 꽂혀 있다면, 그 사람의 사고는 정지해 있는 것이다.”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들을 살펴보니 확실히 ‘작은 것’ 선호현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심지어 책의 ‘편집 체제’에서도 그것이 발견된다. <생각의 탄생>이나 <다산선생지식경영법> 같은 인문적 취향의 두툼한 책도 서술방식은 쉽고 사례 위주이다. 필자는 두 권의 책을 모두 화장실에서 읽었다. 앞에서부터 읽을 필요가 없으니 참 편하고 한 꼭지가 짧아서 신문대신 읽어도 될 정도다.
확실히 요즘 사람들은 작은 것을 선호한다. 예전 같으면 고개를 갸우뚱했을 작고 소소한 취미에 탐닉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사회 구조가 달라진 탓인지, 거대 담론의 매력도 확 줄어들었다. 이런 성향은 정치판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그래서 뭐? 내가 어째야 하는 건데? 그게 나하고 어떤 상관이 있는데.”
뜨개질이나 책상 치우기는 직접 계획할 수 있고, 결과를 예상할 수 있고, 느껴볼 수 있다. 반대로 (요즘 인기가 뚝 떨어진) 정치적 결정 같은 것은 아무래도 멀고 먼, 따라서 체감하기 힘든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작은 것의 매력은 확실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물론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작은 것의 범위도 조정되겠지만, 어쨌건 우리는 자신의 손에 확 쥘 수 있는 것을 더 선호한다. 하지만 ‘생각은 크게, 행동은 작게’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진리가 아닐까 한다. 작은 것을 작게만 생각한다면 '파편화되고 근시안적인' 사고에 빠질 테니까(다행히도 두 권의 책 역시 그런 편향을 피하느라 고심한 흔적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