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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눈 내리는 산에서

등록|2008.01.27 18:54 수정|2008.01.27 19:54

▲ 눈 내리는 산에서. ⓒ 안병기


처음에

눈송이들이
까닭 모르게
제 주위를 빙빙 돌자
참나무는 생각했다
시방 얘네들이
나랑 강강술래라도 하자는 것인가
손을 내밀어 줄까 말까
한참 망설이는 사이
눈송이들이 하나 둘
그의 발아래께에 와서 잠들기 시작했다
음 인제 보니
어디를 그리 헤매고 다녔는지
꽤 고단한 모양이군
참나무는
쓰러지려는 눈송이들에
얼른 제 팔을 내밀어 팔베개를 해주었다

사람들은 모른다
눈 내리는 날
세상이 그토록 평화로운 건
산에 사는 나무들이
눈송이들에
기꺼이 제 팔을 내어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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