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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보는 증권박물관 전시회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증권박물관 전시회를 다녀와서

등록|2008.01.28 08:26 수정|2008.01.28 08:26
주식 열풍이 뜨겁다. 지난해에 2000포인트를 돌파한 국내 주식시장은 지금은 다소 주춤거리는 상태이지만 조만간 옛 영광을 회복하리라 전망된다. 증권가에는 몇 가지 격언이 횡행한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주식으로 자살한 사람의 기사가 나올 때가 주식 매수 시점이다’ ‘이미는 아직이고 아직은 이미이다’ 기타 등등.

주식은 분명 사람이 만든 것인데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 주식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게도 만드는 엄청난 위력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이 만든 문명의 이기가 오히려 인간을 압도하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어쨌든 주식은 이제 사람의 손을 떠난 생물이 되고 말았다. 인간의 의지와는 하등 상관없이 자체의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괴물, 주식. 그 주식을 재미있으면서도 쉽게 전시한 곳이 있으니 바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증권박물관 전시회이다.

▲ 전시회장 입구 ⓒ 김대갑


증권 예탁원 부설 증권박물관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증권으로 보는 세계사’란 주제로 주식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회의 취지는 자못 특이하면서도 색다르다. 미래의 꿈나무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주식'이라는 소재를 통해 역사적 경험과 미래의 희망을 가져보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 유일의 증권박물관에서 개최하는 증권전시회는 그 자체로 아주 특별난 것이다.

▲ 인류 최초의 주식? ⓒ 김대갑


이 전시회에 가면 우선 전시항해 지도라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세계 지도를 본 뜬 그림 위에 전시회의 각 코너를 마치 어드벤처 게임장처럼 꾸며놓은 것이다. 이 지도를 유심히 살펴본 후에 왼쪽으로 들어가면 우선 눈에 띄는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인류 최초의 주식이라는 수메르 점토판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이룬 수메르인들이 회계 및 계약관계를 나타내는 사실을 이 점토판에 새겼는데, 이런 점토판이 바로 인류 최초의 주식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토판을 필두로 차츰 안으로 진입하면 흥미로움을 안겨주는 주식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조선 시대의 수표가 있는가 하면, 북한의 증권과 세계 유명 기업의 주식들을 볼 수 있다. 또한 파란 색으로 치장된 액면가 5천원 짜리의 삼성전자 주식과 포스코 주식을 실물로 만날 수 있다. 지금은 이 주식들이 모두 50만 원 대를 호가하고 있으니 무려 100배의 주식 시세 차이를 눈으로 목격하는 셈이다.
  

▲ 포스코 주식 ⓒ 김대갑


또한 '탁이와 원이의 증권어드벤처'라는 애니메이션 만화가 상영되고 있으며 '진짜 증권 대 가짜 증권' 코너에서는 위조 증권을 식별할 수 있는 7가지 방법이 자세히 나타나 있다. 이외에도 재미있는 증권게임이나 나만의 증권 만들기와 같은 체험코너도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로 놀러온 이들에게 딱딱한 증권을 친숙하게 만드는 역할도 하고 있다.

세계사의 큰 흐름도 살펴보고 재미있는 주식 체험도 할 수 있어 일반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전시회는 벡스코 맨 오른쪽 로비에서 1월 31일까지 열린다. 만일 청소년들이 이 기획전을 충실히 관람하고 관람학습지를 내면 전시장 출구에서 세계지도를 선물로 주기도 한단다.

 

▲ 전시항해지도 ⓒ 김대갑



주식은 괴물이다.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괴물이다. 그러나 주식은 잘만 활용하면 나라 경제를 살찌우는 자양분이다. 누구는 주식이야말로 합법적인 도박이라고 이야기도 하지만 주식은 결코 도박이 아니다. 건전한 경제활동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다만 그것을 도박처럼 사고하고 투기하는 인간들의 사고방식이 문제일 뿐이다. 만일 주식으로 마음고생을 하는 이가 있다면 이런 전시회를 찾아가서 때로는 객관적인 기분으로 주식을 쳐다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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