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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이번엔 "영어 잘하면 군대도 안간다"?

영어교사 3진 아웃도 추진... "인수위 입장 아니다" 해명불구 네티즌 '부글부글'

등록|2008.01.28 09:17 수정|2008.01.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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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삼진아웃제 등, 인수위 차원 검토한 바 없다"이주호 의원은 28일 오전 인수위 간사단회의에서 "오늘 조간신문에 삼진아웃제도, 영어공익근무제 등이 (기사로) 났는데, 1년 전에 법안으로 제출한 내용"이라며 인수위 차원의 검토가 이뤄진 바 없다고 해명했다. ⓒ 문경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군에 가야 할 젊은이 중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군대 대신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중앙일보>가 28일자에 보도했다. 2010년부터 일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기 위해서라는 것.

이에 대해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인 이주호 의원은 "인수위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내가 1년 전 제출한 법안에 들어있던 내용"이라고 말해 현실화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역 판정자중 '영어교육요원' 선발

<중앙일보>는 인수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학교에 '영어교육요원(가칭)'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30일 공청회에서 발표될 방안에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인수위는 30일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실천 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영어교육요원은 신체검사 결과 보충역(4급)에 해당하는 공익근무요원과는 달리 현역 판정자 중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 등을 갖춘 이를 영어 보조교사로 둔다는 것. 공중보건의나 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처럼 영어만 잘하면 군대를 안 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요원 선발 기준은 인수위에서 마련 중이지만, 병역의무자 중 새 정부의 교육과학부가 선발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요원으로 선발되면 일정 기간 직무 교육을 받은 뒤 농어촌 학교에 배치된다.

이 신문은 또한 "인수위가 테솔(TESOL) 과정을 이수한 학부모를 영어 교육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며 "2009년부터 기숙형 공립학교에 테솔 자격증을 가진 학부모가 기간제 교사로 학생을 가르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인수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테솔은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들이 말하기·듣기·읽기·쓰기 능력을 균형 있게 갖추도록 하기 위해 개설된 영어교육 과정으로, 현재는 자격증이 있어도 국내 교사자격증이 없으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었다.

영어교사 '3진 아웃제'도 도입

한편 <조선일보>도 28일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가에서 실시하는 영어 연수를 받고도 영어 수업을 진행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전국 초·중·고 영어교사들에 대해선 다른 과목을 맡기게 하는 방안을 인수위가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주호 의원은 이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어 교사들이 5년 동안 여러 차례 평가를 받은 후 세 번 이상의 평가에서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영어 수업을 맡지 못하게 하는 '삼진아웃제'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수준에 미달한 것으로 판정된 교사들은 다른 과목으로 전과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논란이 예상되자 인수위는 진화에 나섰다. 이주호 의원은 이날 아침 열린 인수위 간사단회의에서 "두 방안을 인수위 차원에서 검토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발언권을 얻어 "오늘 조간신문에 삼진아웃제도, 영어공익근무제 등이 (기사로) 났는데, 1년 전에 법안으로 제출한 내용"이라며 "인터뷰도 분명히 그 때 법안을 물어봐서 (답변)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인수위 차원에서는 두 법안 내용을 검토한 바가 없다"며 "아침에 모든 걸 밝히겠다"고 말했다.

네티즌 반응 폭발 직전 "갈 때까지 다 갔네!~"

▲ 이주호 인수위 간사 ⓒ 권우성


그동안 현실을 무시한 인수위의 각종 영어교육 대책에 부글부글 끓던 네티즌들은 이날 오전 두 신문에 이런 내용이 보도되자 폭발 직전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세현(ID bongsan5603)씨는 "돈 있는 자제는 일찍이 미국에 가서 영어 배워오면 군대도 면제 해 준다니, 거참 이상한 정책"이라며 "앞으로 군에는 돈 없어 유학 못간 사람만 득실거리겠다"고 꼬집었다.

박씨는 또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지만 영어가 필요한 사람이 있고, ABCD 몰라도 되는 사람이 있는데, 왜 전 국민을 영어에 매달리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양동석(ID did0819)씨도 "영어교육요원? 그 발상 자체도 어이없지만 가뜩이나 병역자원이 모자라 유급병 제도니 전경폐지니 하는 마당에 병역을 이렇게 허물고 있나? 제정신인가?"라고 성토했다.

이상웅(ID spl0516)씨는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라고 개탄한 뒤, "대운하와 영어교육 문제는 아무리 보아도 아나로그식 졸속 발상이며 공약에 불과하니, 가능한 한 빨리 해명하고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자신을 '전폭적인 이명박 지지자'라고 밝힌 김태교(ID tkkim3)씨는 "점점 실망을 넘어 증오스럽다"며 "이제부터 이명박 정부가 하루빨리 물러나길 기대 할 수밖에 없다"고 자괴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어 "이젠 이명박 정권이 정신이 아예 나갔구나. 대운하 강행, 공무원 체제 왜곡… 갈 때까지 다 갔다는 판단"이라며 "앞으로 전국에 영어돌풍이 불 것이고, 사교육이 상상 이상으로 증폭되고, 어학연수는 필수이며, 영어만 잘하면 출세 할 것이고… 공교육은 이제 망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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