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추위 녹인 장구독주와 풍물놀이
주말 오후, 청계천에서 만난 장구달인의 연주와 노인들의 풍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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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구 독주와 노인들의 풍물패 놀이홀로 장구를 치는 솜씨는 가히 달인의 경지였다. 그러나 노인들의 풍물패는 솜씨는 대단하지 않았지만 구성진 어우러짐으로 얼어붙은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 이승철
며칠 째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그 추위를 이겨내는 현장을 찾기 위해 도심으로 향했다. 그러나 날씨가 좀 추워졌다고 해서 사람들의 일상이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웅크리고 걷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종로에서 청계천 상류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광교 부근에 이르렀을 때 어디선가 아주 기교가 넘치는 장구소리가 발길을 붙잡는다. 청계천 물가 산책로였다. 누군가 개천 변 벽 쪽에 앉아 장구를 치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머리에는 까만 두건을 쓴 모습이었다.
▲ 노인들의 풍물놀이 ⓒ 이승철
주변에는 몇 개의 북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북과 장구 합동 연주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다른 연주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연주자들이 쉬고 있는 사이에 장구잡이가 홀로 독주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장구 연주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재빠른 손놀림이며 장구소리가 가히 달인의 경지였다. 전문 공연장이 아니면 아무 곳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런 솜씨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나는 산책객들은 무심하게 지나친다. 추운 날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놀라운 장구솜씨를 알아보는 안목이 없어서였을까?
연주가 끝나 물길을 따라 하류로 향했다. 상당히 추운 날씨인데도 산책객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님들이 특히 많아 보인다. 자녀들에게 추위를 이기게 하기 위한 사랑의 배려일 것이다. 그런데 저 아래 쪽에서 다시 풍물 소리가 들린다. 발길을 부지런히 옮겼다.
이번에는 노인들로 구성된 풍물놀이패였다. 장구와 꽹과리, 북과 징, 그리고 태평소까지 어우러져 구성진 화음을 일구어 낸다. 꽹과리를 치는 상쇠의 머리에 쓴 모자의 깃털이 쫙 펴졌다가 오므리는 모습이 상당히 이채롭다. 상쇠의 머리 놀림에 의한 또 하나의 재주부리기였다.
▲ 풍물놀이가 벌어진 청계천 풍경 ⓒ 이승철
풍물패의 가락에 맞춰 부는 태평소의 구성진 소리가 분위기를 한결 드높인다. 지나가던 산책객 한 명이 풍물패에 끼어들어 손뼉을 치다가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도 보인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멈춰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구성지고 흥겨운 모습에 다리 위와 도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주말 오후의 추운 날씨 속에서 흐르는 물가 산책로에서 벌어진 장구 독주와 노인들의 풍물패놀이가 싸늘한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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