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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앞에서 벌거벗고 예수님을 부르다

이랜드 비정규직을 위한 '알몸 퍼포먼스'를 마치고

등록|2008.01.28 15:18 수정|2008.01.2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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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비정규직을 위한 '알몸 퍼포먼스' ⓒ 조대희


존재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로부터 잊혀진다는 것 아닐까? 잊혀진 노래, 잊혀진 목소리, 잊혀진 눈동자 그것보다 더 쓸쓸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각양의 기념물을 만들어 왔으며 급기야 존재증명의 몸부림으로 카메라를 발명케 하였다. 잊혀진다는 것은 참 아픈 것이다.

2008년 겨울 대한민국. 거리로 내몰린 이랜드 아줌마들이 잊혀지고 있고, 가난한 이웃들을 기억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잊혀지고 있다. 각종 종교행사를 통해 절기마다 <성공한 예수님>은 누구보다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대한민국에서 가난한 자를 사랑하시던 예수님의 형상은 빛바랜 지 오래이다.

▲ '새로운 진보신당 운동'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앞에서 팬티만 입은 채 "네 이웃인 비정규직을 사랑하라'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호기롭게도 한겨울에 옷을 벗는 퍼포먼스를 준비하면도 부산에 사는 우리는 솔직히 서울의 추위가 많이 두려웠다. 하지만 종종 뉴스를 통해 동물애호가들이 동물들을 위해 모피옷을 벗어던지고 벌거벗는 용기있는 행동을 본 기억을 되살리며 우리는 추위 아닌 두려움을 몰아내었다.

그러나 우리의 두려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에서 옷을 벗고 몸을 드러낸다는 것, 곧 역설적이게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두려웠다.

대한민국 서울의 강남에서 우리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우리의 눈빛은 서로를 향해 조금씩 흔들렸으니 우리는 전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약함이 강함이 된다는 역설처럼, 옆사람의 흔들리는 눈빛 속에서 우리는 우리 존재의 나약함을 느낄 수 있었고, 나약한 존재가 얼마나 연대를 절실히 갈망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예수님은 가난한 자들에게 기적을 행할 수 있을까?'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의 한 회원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앞에서 예수 분장을 하고 '네 이웃인 비정규직을 사랑하라'는 문구가 적힌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는다."

벌거벗고 거기 서서 하늘에 솟은 수많은 교회 종탑을 바라보며 나는 질문하고 질문했다. "예수님 당신은 도대체 어디에 계십니까?"

전지전능하시며 무소부재하시고 지금도 살아계셔서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신다는 예수님. 그런데 왜 예수님은 80만원 받다가 잘린 이랜드 아줌마들의 애처러운 절규에 대해 아무 말씀도 안 하실까?

하늘의 예수님은 단지 한조각 햇빛을 우리의 벗은 몸에 따뜻하게 비추기는 하셨지만 아무런 대답은 없으셨다.

혹시 예수님은 세상에 남겨두신 당신의 대언자들이 대신 말씀 하시기를 바라고 계시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교회는 그 육중한 덩치만큼 침묵하고 있었다. 나는 예수님을 믿는 기독교인으로서 교회와 예수님이 서로 동상이몽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많이 염려스럽다.

27일 40분에 걸친 우리의 소박한 퍼포먼스는 조용히 막을 내렸다.

우리는 몇몇 교인들의 따뜻한 연민의 눈빛과 힐난하는 음성을 뒤로 하고 허겁지겁 이랜드 천막농성장으로 숨어 들었다. 이랜드 아줌마들이 미리 데워놓은 스티로폼 바닥과 전기장판의 미지근한 온기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아직은 찬 공기 가르며 목소리 높여 함께 외칠 수 있는 "동지"가 있으니, 힘내라 그대!~ 힘내자 우리!~
덧붙이는 글 화덕헌 기자는 사진가이며, 새진보신당운동 해운대 회원로 이번 퍼포먼스를 기획했습니다.

레디앙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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