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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식 경제개발 패러다임에서 새판을 짜라

<장하준, 한국 경제 길을 말하다>와 <한국경제 새판짜기>를 읽고서

등록|2008.01.28 16:33 수정|2008.01.28 16:33

책 겉그림〈장하준, 한국 경제 길을 말하다〉 ⓒ 알라딘

이명박 당선인이 대한민국의 경제개발과 경제살리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부처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임기초반의 선심성 정책인지 모르지만 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할 방법도 찾고 있고,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구체화를 통해 내수경제를 회복하려고 하고,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영어공교육을 강화하려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이에 찬성도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다. 정부부처를 축소하면 재정을 많이 확보할 수 있지만 일의 초과업무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고, 신용불량자 구제정책이 단계적 회복의 발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미봉책에 그칠 수 있고, 한반도 대운하건설로 내수가 진작될 수 있겠지만 단기성으로 끝나거나 보수공사가 더 클 것이고, 영어공교육 강화도 학부모 모두의 바람이지만 실은 사교육비만 더 부추기다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추진하든 사회적인 국민 대타협을 거쳐아 하고, 국민모두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쪽 사람들만을 위한 잔치로 끝날 수 있다. 더욱이 단기성 경기부양책과 같은 경제살리기보다는 근본적인 경기부양책에 더욱 세심한 접근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기동안 자신이 세우고자 했던 집들이 모래위에 지은 집처럼 썰물과 함께 허물어 질 수 있는 까닭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장하준, 한국 경제 길을 말하다>와 <한국경제 새판짜기>는 새로 구성될 정부에게 중요한 나침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앞선 책은 장하준 박사의 경제적 지침으로서, 무조건 밀어붙이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자본시장의 개방에 제동을 걸면서, 국가의 일정한 개입과 보호정책 그리고 재벌과의 사회적 대 타협을 위한 길을 제시한다.

뒤 이은 책은 진보적인 경제학자들 몇이 주축이 되어 논의한 것으로서, 1980년대를 기점으로 박정희식 개발 패러다임에 입각한 고도성장과 동반성장이 멈추었는데, 이제는 그런 패러다임을 벗어나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을 구축하고, 투명한 국가의 규칙을 제정하고, 올바른 성장 잠재력 배양과 공정한 분배의 정립을 실현하고, 내부개혁이라는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한 대외개방과 같은 길을 닦도록 이야기한다.

장하준 박사가 재벌과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부가 노동자들을 경영의 생상파트너로 삼을 수 있도록 규제하지 않는 한 불가능 것 같다. 그보다는 왜 그가 신자유주의 정책과 자본시장의 개방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지, 왜 국가의 일정한 개입과 보호무역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하는지에 귀가 솔깃해진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어떠한 보호나 기간 없이 개방에만 치중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기반이 휘청거릴 수 있는 까닭에서다. 일례로 1960년대에 미국과 자유무역을 체결했다면 지금과 같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그는 반문한다. 반에서 5등하는 학생들도 1등하는 학원에다 몰아넣으면 따라잡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그런데도 한미 FTA 자유무역체결에 반대하면 무조건 북한이나 쿠바같이 몰아세우고 있으니 크나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책 겉그림〈한국경제 새판짜기〉 ⓒ 알라딘

그는 또 우리나라 국민들 모두가 발전을 위한 경제적 토대에는 찬성하지만 경부운하 건설에는 반대한다. 그것은 운송에도 문제가 있고, 관광산업 같은 것도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카리브해 휴양지나 기후가 좋은 유럽 쪽을 선택하지 굳이 우리나라를 택하지는 않을 것이란 이유다. 그 까닭에 경부운하 개발보다는 우리만의 색깔을 갖는 문화산업이든지, 제조업 쪽이든지 그것을 더 육성토록 일침을 가하고 있다.

“정말 지금 우리나라에 가장 큰 문제가 그런 식의 운송 문제인가 하면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아요. 정말 그럴 돈이 있으면 투자해서 우리만의 색깔을 갖는 문화산업을 키워보든지, 말로만 중국 추격 때문에 제조업이 큰일 났다고 하지 말고 제조업을 세게 키워보든지 하는 좋은 방법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은데 왜 하필 운하로 나오는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215쪽)

한편 <한국경제 새판짜기>에서는 박정희식 개발 패러다임 속에서 고도성장을 해 왔던 재벌주도의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을 육성할 토대를 마련토록 촉구하고 있다. 박정희 식 규제와 보호 조치 속에서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이 동반성장을 이끌었지만 그로 인해 겪었던 노동자들의 고용의 질 악화라든지 중소기업의 희생 등은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만큼 중소기업이나 소비자들이 겪는 모든 피해를 대기업의 성장과 고용효과로 덮어왔던 게 우리의 현실이었다.

이 책에서도 한미FTA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장하준 박사도 앞선 책에서 말했지만 이 책에서는 개방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철저한 내부 준비 없이 개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일부는 득이 될 것이 아니냐고 따지지만 그것은 성장논자들의 논리일 뿐, 모든 정책은 소비자를 기준으로, 국민 다수를 기준으로, 노동자와 축산업자 그리고 농민 등 경제적 약자를 지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제로섬처럼 함께 몰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60년대 이래 30여 년 동안 쌓여 온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5년 임기 내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10년이 더 걸릴지, 20년이 더 걸릴지 모르는 지난한 과제입니다. 따라서 기적을 약속하는 경제대통령보다는 흩어져 있는 국민의 에너지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팔로우 십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332쪽)

아무쪼록 경제 대통령을 꿈꾸는 이명박 당선인이 이런 책들을 주의 깊게 읽었으면 한다. 박정희 식 경제개발 패러다임에서 허우적거릴 게 아니라, 자신의 임기 동안 일부 성장논자들의 논리에 따른 놀랄만한 경제성과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소비자와 경제적 약자 국민 모두가 합의하여 동반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토대를 세우는 데 주력했으면 한다. 임기 내 이룰 자신의 가시적인 성과에 열을 낼게 아니라 임기 후 몇 십 년 지난 뒤에도 국민모두가 원하는 경제대통령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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