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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문화와 정신을 반영하는 전시회

칸디다 회퍼 사진전 리뷰

등록|2008.01.28 20:47 수정|2008.01.28 20:47
사진의 발명국은 프랑스이고, 예술로서의 사진이 시작된 곳은 영국이다. 그리고 아방가르드 사진과 저널리즘 사진의 발생지는 독일이다. 그런데 유럽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는 동안 부를 축척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20세기 초반부터 1980년대까지 세계사진의 흐름을 주도한 나라는 미국이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동구권이 몰락하고 독일이 통일된 이후부터는 그 세력이 강해진 독일이 1990년대 현대사진의 중심이 되었다. 그 흐름을 주도한 사진가들이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베른트 베허 부부에게서 사진학 수업을 받은 소위 말하는 베허학파 1세대 사진가들이다. 그들이 바로 칸디다 회퍼, 악셀 휘테, 토마스 루프, 토마스  스트루스, 앙드레아스 거르스키이다.

▲ 부재의 공간 ⓒ 칸디다회퍼



▲ 부재의 공간 ⓒ 칸디다회퍼


그들은 서구산업화 과정에서 생긴 산업건축물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로 기록한 스승인 베른트 베허의 유형학적 사진의 전통을 계승하여 각자 개성적인 시각과 감성을 바탕으로 동 시대의 문화적인 흐름과 삶을 기록하였다.

그들 중에 한 사람인 칸디다 회퍼가 이번에 국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작가는 오랫동안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오페라 극장 등 공공건물을 기록하였는데, 인간이 배제된 부재의 공간을 카메라앵글에 담은 것이 큰 특징이다.

▲ Musee du Louvre Paris II, 2005, 200x262cm, Edition of 6 ⓒ 칸디다회퍼



▲ Biblioteca do Palacio Nacional de Mafra I, 200x247cm, Edition of 6, 2006 ⓒ 칸디다회퍼


이번 전시회에서도 공공건물을 세밀하게 기록한 최근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작가는 대형카메라를 사용하고 진중하게 빛을 관찰하고 통제하여 촬영하였기 때문에 최종 결과물이 실재와 같이 느껴지고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특히 정확하고 세련된 앵글과 프레임의 선택으로 인하여 완성도 높은 조형언어가 생산되었다. 다양한 표현대상과 그것의 의미 그리고 작가의  세련된 카메라 워크가 상호의미 작용하여 보는 이들의 감성과 이성을 자극한다.

▲ Residenzschloss Weimar VII, 2006, 152x?cm, Edition of 6 ⓒ 칸디다회퍼


전시된 작품에는 인간이 부재하지만 그 흔적이 느껴지기 때문에 동시대인들의 삶과 문화를 반영한다. 그리고 세련된 컬러 감각과 완벽한 빛의 통제로 인하여 보는 이들의 감성을 편안하게 자극한다. 작가는 사진을 찍기 이전에 너무나도 정확하게 그 결과를 예측하기 때문에 완벽한 카메라워크를 구사하는 것이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다양한 공간들을 개성적이면서도 편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찍었기 때문에 보는 이들과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리고 외형적인 결과물의 이면에는 독일의 철학과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는 독일의 문화와 정신세계를 느끼게 한다.
덧붙이는 글 기간: 2008-01-25~2008-02-26 장소: 국제갤러리 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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