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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열정에 들뜬 17대 국회가 차분히 생각할 문제

[칼럼] 2008한국사회, 신세계화에 이미 깊숙이 들어선 지금 국회가 고려할 문제

등록|2008.01.29 17:16 수정|2008.01.29 17:16
지금 이 시각에도 국회는 바삐 돌아가고 있다. 임기를 마무리하고 저마다 한쪽으로는 다음 총선을 준비하기 바쁜 현 국회의원들은 자기 코가 석자인데 새 정부조직개편안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이리저리 떠넘기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대선은 이미 끝났지만 대선 여파는 갈수록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고 그 때마다 국회는 움찔움찔한다.

지금 국회는 저마다 셈법이 다르다. 여당 아닌 여당 노릇을 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은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여당이라는 인정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시작한 지 채 일 년도 안 되어 어설프게나마 유지하던 여당 위치를 넘겨주어야 할 상황에 몰려있다. 게다가 허울뿐이나마 유지하던 여당 자존심을 한꺼번에 잃을 수도 있는 새 정부조직개편안이라는 원치 않은 ‘선물’을 떠안고서 좌불안석이다. 떠안고 있자니 부담스럽고, 떠넘기자니 현 여당으로서 쉽사리 할 방법도 못 되고 후폭풍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또 어떤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권 재탈환이라는 기록을 한국정치사에 남겼고 이명박 당선인은 당선인대로 수치상으로나마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런 때에 한나라당 역시 당 안팎으로 부담스러울만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외부 기대가 크고 자체 열정도 못지 않게 큰 만큼, 한나라당 역시 갈수록 대통합민주신당 못지않게 감당하기 벅찬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번 대선 최대 핵심구호였던 ‘경제살리기’ 정책을 정부기관부터 시작하여 온 나라 구석구석 적용하자니 자기들 맘에 드는 게 한 가지도 없나보다. 정부조직을 이리저리 떼어내고 붙이고 자르고 비틀어대고 있다. ‘경제살리기’ 정책기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인지 한국역사상 가장 참기 힘든 치욕이 될지도 모를 초대형 토목사업을 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17대 국회 들어서야 원내 입성에 성공하여 자의반 타의반 큰 기대를 안고 출발한 민주노동당은 또 어떤가. 초상집 저리가라 할 만한 내부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민주화 가치마저 찢길 대로 찢긴 민주당은 이제나 저제나 대통합민주신당과 ‘결혼’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며 선전했다던 창조한국당은 차기 총선을 준비하기도 전에 내홍을 겪고 있고, 얼마 전 자유선진당으로 이름을 바꾼 자유신당과 국민중심당은 합당을 예고하고 있을 뿐 별다른 이야깃거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2008년 한국정치는 제 멋대로 돌아가고 있고, 세계는 점점 좁아지는 것도 모자라 세계화 변형인 신세계화 시대를 공고히 하고 있다.

2008한국사회, 신세계화 시대에 들어선지 오래다

이렇듯 같은 자리에서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각 당은 지금 모르긴 몰라도 총선에 온 관심을 집중하고 있을 게다. 정권을 다시 검어 쥔 한나라당은 원내 다수당이 되어 국정운영에 힘을 싣기 위해 노력할 테고, 대통합민주신당은 훗날을 위해서라도 절대 쉽사리 다수당 위치를 내줄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분당 운운하는 소리가 안팎에서 터져 나온다. 그리고 국회 입성을 학수고대하는 여타 당들 역시 오로지 총선 생각뿐이다.

그러데 지금 세계는 날이면 날마다 신세계화 시대로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지금껏 그런대로 안정적인 경제상황을 유지했던 미국사회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심화되면서 금융가가 요동하고 그 여파는 거대한 쓰나미처럼 한국을 포함하여 각국을 위협하고 있다. 금융중심으로 돌아가는 신세계화 시대가 어떤 건지 새삼 느낄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그런 신세계화 시대에 한국은 이미 오래 전에 들어섰고 되돌리기는 사실상 어렵다. 남북문제라는 상시 변수를 안고 사는 한국으로서는 여간 버거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로지 새 국제사회 틀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있을 뿐이다.

정권을 틀어 쥔 한나라당이나 한 순간에 야당으로 물러나야 할 현 여당 대통합민주신당은 물론 민주노동당과 여타 당들 역시 한국사회를 둘러싼 국제상황을 모르지는 않으리라. 그렇다면 지금 국회가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 논란만 거듭하고 있는 새 정부조직개편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도 좀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개편안이 몰고올 여파는 단순히 새 정부 정국운영 안정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번 개편안은 향후 대한민국이 국제상황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마지막 회기를 맞은 제17대 국회는 제17대 대통령과 그 정부에게 어떤 정부조직을 넘겨줄 것인가. 마지막에 더 큰 부담을 안게 된 이번 국회가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5-10년간 한국사회 걸음걸이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저런 내외적 상황을 다 고려하며 판단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여야 불문하고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은 물론 국제상황도 고려하며 이번 국회 회기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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