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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은 학교 측의 '봉'인가요?"

재학생과 학교 측 등록금 협의의 궁극적인 피해자는 신입생

등록|2008.01.31 10:53 수정|2008.01.31 10:53

▲ 대학별 재학생과 신입생 등록금 인상률 ⓒ 황원종

학생들과 대학 간의 첨예한 대립 속에 진행 중인 ‘등록금 협의’가 어느새 그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아직 몇몇 대학의 경우 협의가 진행중이지만 대다수의 대학은 인상률을 확정하고 세부사항을 논의 중이다.

물론 국립대 10.2%, 사립대 6.6%라는 평균 인상률에 반발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한숨 소리가 적지 않지만 ‘그래도 처음에 비해 이 정도면 괜찮다’는 반응과 함께 수긍하며 일단락 지으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등록금 협의가 마무리 돼 갈수록 걱정스런 현실 앞에 한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올 해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과 그들의 부모이다.

"신입생이 봉인가?"…학교와 재학생 사이에 낀 신입생만 피해자

올 해 쌍둥이 남매를 대학에 입학시키는 김형진(52)씨는 “두 아이의 등록금을 합하니 거의 천 만원에 육박한다"며 "이제 시작인데 4년 동안 두 아이의 등록금을 어떻게 내야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고 한숨지었다.

안창순(55)씨는 “이번에 딸아이를 오빠가 다니는 대학으로 진학시키는데 오히려 등록금은 딸아이가 더 비싸다”며 “신입생이 봉도 아니고 무턱대고 등록금을 높이면 학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처럼 대다수의 학교가 재학생들에 비해 신입생들의 등록금 인상률을 적게는 2%에서 많게는 5% 이상 높게 책정하고 있다. 각 대학별 재학생과 신입생 간 등록금 인상률을 비교해 보면(재학생 인상률-신입생 인상률) 서울대(5.4%-9%), 강원대(9%-12%), 한림대(7.6%-9.5%), 강릉대(7.9%-12.9%), 청주대(6.6%-8.9%) 등이다.

이처럼 신입생들의 등록금 인상폭이 재학생보다 높은 데는 학교와 재학생 양측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학교 측에서는 반발이 심한 재학생들과의 직접적인 대면을 피해 인상률을 낮추는 대신 그에 따른 손실액을 신입생 등록금 인상으로 충당하고 있다.

또한 재학생들도 자신들의 등록금 인상률이 낮아진다면 신입생들의 인상률이 조금 높아져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특히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혜택을 고스란히 신입생들이 받는다는 생각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강원대에 재학 중인 김선경(23)씨는 “등록금으로 학교 건물을 짓고 시설을 확충하면 재학생보다 신입생들이 더 큰 혜택을 볼 것"이라며 "재학생보다 조금 더 등록금을 내도 큰 문제는 아니다. 나 또한 신입생 때 재학생보다 더 많은 등록금을 냈다”고 말했다.

또 한양대의 이상훈(25)씨는 "재학생들의 등록금 인상률을 낮춘다면 신입생들의 등록금을 조금 더 인상해도 괜찮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경기대 학생회 관계자는 "등록금 협의를 위해 학생들과 얘기를 해보면 신입생들에 대한 내용은 거의 전무하다"며 "재학생들의 등록금 인상률을 낮추기 위해 신입생들의 등록금이 인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학생들 내에서도 유대 의식이 사라지며 당장 내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모습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신입생들에게로 전가되고 있다.

"등록금 비싸지만 그래도 입학은 시켜야 하기에…"

아직 입학하지 않은 신입생들은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합격이 취소되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높은 등록금을 고스란히 떠안고 만다. 더불어 입학금과 기숙사비 등 부수적인 비용까지 붙으면 등록금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강정국(57)씨는 “아들이 소히 명문대라고 불리는 곳에 합격해 날아갈 듯 기뻤는데, 1년 대학 등록금이 천 만원을 넘는다는 소리에 걱정만 쌓이고 있다”며 “내년에는 딸아이도 대학에 진학시켜야 하는데 이러다 등골이 휘다 못해 부러지겠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이정림(52) 씨는 "등록금이 비싸도 일단은 입학이 취소되지 않으려면 등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걱정이 크다"며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단기간 돈을 빌려 등록만 하고 바로 휴학한 후 아르바이트를 해 다시 복학하는 학생들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입생들은 높은 등록금 인상률 책정에도 불구하고 반발은커녕 마땅히 하소연 할 곳조차 없는 실정이다. 학교 측의 무리한 재정 확보 정책과 '내 코가 석자'란 심정으로 모른척 하는 재학생들로 인해 신입생과 그들의 부모는 심적, 물적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재학생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더불어 신입생들 스스로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아주대와 경기대는 등록금 협의 과정에서 재학생과 신입생의 인상률을 같게 하기로 합의하고 각각 7.5%, 6.5%를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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