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친박, 공심위 결과에 "재논의 하겠다"

[현장] '친박' 회동 "이명박-박근혜 신뢰 깨지면 집단행동"

등록|2008.01.31 16:29 수정|2008.01.31 20:40

▲ 한나라당의 공천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 의원 20여명이 31일 오후 국회 도서관 회의실에서 박근혜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었다. 박근혜 의원이 대책회의도중 먼저 자리를 뜨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이종호


[2신 : 31일 오후 8시 40분]

공심위 결과에 친박 "재논의하기로... 선거법 위반도 문제 삼아야"

31일 오후 긴급 소집됐던 당 공천심사위원회 회의 결과를 접한 '친 박근혜' 진영은 2시간 넘게 논의를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무성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혜훈·유승민·이규택·김학송 의원 등 친박 의원 10명은 이날 공심위 회의 결과가 나온 직후인 오후 5시께부터 대책회의를 열었다.

의원들은 2시간 20분 동안 저녁식사도 거른 채 대응을 숙고했다. 그러나 결론은 '재논의'였다.

회의 직후 이혜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선자의 뜻이 전달돼 급히 열린 최고위원회의 회의 결과가 공심위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어떻게 할지 다시 논의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말하는 최고위 회의 결과란, 공천신청 불허 기준을 '징역 이상의 형을 받았을 경우'로 제한하자는 내용이다.

문제가 된 당규 3조2항 '각급 공천심사위원회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직후보자 추천신청의 자격을 불허한다'에 언급된 '형'의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이날 공심위 회의에서는 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친박 진영은 선거법 위반 경력도 공천신청 불허 자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은 "선거법에 대한 범죄경력도 똑같이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특정인의 범죄경력만 과도하게 문제 삼는 건 형평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1신 : 31일 오후 4시 30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박 전 대표는 31일 오후 국회도서관 지하 소회의실에서 열린 자파 의원들의 회동에 참석했다.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을 비롯해 의원 25명이 모습을 보였다. 지역구 일정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의원 11명은 전화로 동의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입 다문 박근혜, 취재진 질문에도 묵묵부답

오후 1시 30분께, 박 전 대표는 입을 앙다문 채 건물로 들어섰다. 검은색 바지 정장에 깃이 넓은 흰색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기자들이 박 전 대표를 둘러싸고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시느냐', '오늘 어떤 말을 하실 거냐'고 질문을 퍼부었지만, 그는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입을 닫았다. 취재진이 부담스러웠는지, 측근 의원들에게 "모임 비공개 아니었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약 45분간 자리를 지킨 뒤 먼저 문을 나섰다. 이때도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역시 기자들이 '오늘 결론이 무엇이냐', '회의에서 무슨 말을 했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제가 뭐 얘기를… 나중에 (브리핑을) 들으시죠"라며 말을 아꼈다.

회의에서 박 전 대표는 "오후 3시에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급히 열린다고 하니 공심위 결정을 보고 또 논의할 필요가 있으면 다시 의논하자"고 말했다고 이혜훈 의원이 전했다.

이날 회의는 1시간 40분간 이어졌다. 의원들이 돌아가며 한 마디씩 의견을 보태는 형식이었다고 한다. 대체로 "일단 공심위 회의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일부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격한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저쪽을 또다시 믿을 수 있겠느냐"는 얘기였다.

▲ 유승민 엄호성 이혜훈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무거운 표정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이종호

"공심위 결론 주시하겠다... 이-박 신뢰 깨지면 행동 통일"

회의 끝에 의원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쪽으로 뜻을 모았다. 대변인 역할을 맡은 이혜훈 의원은 "오늘 공심위 회의를 포함해 앞으로 공심위의 진행과정을 주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 의원은 "이명박 당선인과 박 전 대표의 신뢰관계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두 분 간의 신뢰관계가 주위 사람들로 인해 훼손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이어 "만약 두 분의 신뢰관계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는 행동을 통일하겠다고 결론을 냈다"고 덧붙였다.

공심위 간사인 정종복 의원이 일부 회의 내용을 빠뜨린 채 브리핑 한 점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공심위 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과거의 관례대로 위원장이 직접 발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공심위에 촉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무성 "거취 문제는 일단 재고"

김무성 최고위원도 전날 "당을 떠나겠다"며 격앙됐던 상태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김 최고위원은 "어제(30일) 제가 거취 얘기를 했을 때는 저 한사람의 문제로 당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순수한 뜻에서였다"며 "그러나 많은 동료의원들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니 절대 혼자 결정하고 행동하지 말라는 요청을 해 재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규와 관련해서도 "오늘 공심위 회의에서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니 더 이상 제 입장을 말씀 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다음과 같다.

박근혜, 유기준, 김재원, 한선교, 이규택, 엄호성, 서병수, 박종근, 김무성, 이혜훈, 송영선, 주성영, 유승민, 이인기, 심재엽, 김기춘, 김용갑, 유정복, 정갑윤, 김학송, 박세환, 허태열, 문희, 이해봉, 김학원, 김영선(26명·무순)

▲ 한나라당의 공천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 의원 20여명이 31일 오후 국회 도서관 회의실에서 박근혜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었다. ⓒ 이종호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